씁쓸한 조폭영화 <친구(親舊)>
곽경택 감독이 네 친구의 우정과 파멸을 그린 한국영화로 2001년도 작품이다. 제작 씨네라인 Ⅱ, 각본 곽경택, 감독 곽경택, 주연 유오성ㆍ장동건ㆍ서태화ㆍ정운택이며, 배급은 코리아픽처스가 맡았다.
네 친구의 우정을 비극적으로 담은 이 영화는 112일 동안 개봉관에서 상영되어 서울에서만 관객 266만 명, 전국에서 818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흥행의 신기록을 세웠다. 또 부산에서 영화의 전 장면을 촬영하여 부산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깡패들을 미화하고 폭력 묘사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조폭들이 곽경택 감독에게 거액을 요구하여 사회문제가 되었다. 제46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남우주연상ㆍ남우조연상, 제9회 춘사 나운규영화제 대상ㆍ감독상ㆍ남자연기상(유오성), 제22회 청룡영화상 한국영화 최고흥행상 등을 받았다.
이 영화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자서전적 내용이며, 그의 고향인 부산을 배경으로 하였는데 배우들은 완벽에 가까운 강한 억양의 부산지역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배우 장동건과 유오성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바꿨는데, 이 영화 이전에 장동건은 로맨틱 코미디 배우의 이미지가 있었고, 유오성은 독특한 이미지로 컬트영화에 대부분 출연했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였던 아버지를 둔 준석(유오성)과 가난한 장의사의 아들 동수(장동건), 밀수꾼의 아들 중호(정운택), 화목한 가정에서 티 없이 자란 상택(서태화)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이들은 1970년대의 부산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잠시 헤어졌다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다시 뭉친다. 준석은 학교에서 으뜸가는 싸움꾼으로 친구들의 맏형 역할을 하고,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동수는 2인자 노릇을 한다. 모범생인 상택이 다른 학교 주먹패들에게 뭇매를 맞을 때 준석과 동수가 구해 주고, 이 일을 계기로 패싸움이 벌어져 준석과 동수는 퇴학당한다.
졸업 후 준석과 동수는 폭력 조직에 몸을 담고, 대학생이 된 상택과 중호는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찾는다. 준석은 어머니를 여읜 충격으로 마약에 빠져 있었고, 동수는 감옥에 수감 중이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상택이 대학을 졸업한 뒤 유학을 앞두고 있을 때, 준석은 마약에서 벗어나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이 되어 있었고, 동수는 상대편 조직으로 옮겨 준석과 대립을 거듭한다. 상택이 출국하는 날, 준석은 동수에게 마지막으로 화해를 제안하지만 거절당하고 동수는 준석의 부하로 추정되는 상대편 조직원의 칼에 찔려 죽는다.
몇 년이 지나 상택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중호는 횟집 주인이 되어 있었고, 준석은 동수를 살해 교사한 혐의로 도피 생활을 하다가 붙잡혀 재판을 받는다. 준석은 검찰 측에서 살인 교사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여 무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법정에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한다. 상택은 교도소에 면회를 간 자리에서 준석에게 "니 와그랫노~ 니 와그랬노 말이다." 하며 유죄를 인정한 이유를 묻는다. 친구의 간절한 물음에도 불구하고 준석은 한 마디로 질문을 정리한다. "건달이 쪽팔린다 아이가~"
이 영화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의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한때 역대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열연과 부산 사투리 연기, 적절한 시대묘사가 일품이다.
"건달의 역할이 머꼬? 그거는 바로.. 비록 자신은 음지에 있으면서도 양지를 더 밝고 환하게 해주는게 건달의 역할 아이가?! 안그렇나?"
그러나, 이 영화는 배우 장동건과 유오성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었다. 실제 조폭 수사에 정통한 한 검사는 영화 속 장동건이 보여준 비열하고 야비한 어투야말로 가장 조폭의 실체에 가깝다고 평한 바 있다. 이 영화 이전에 장동건은 로맨틱 코미디 배우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본격적인 성격파 배우로 변신한 계기가 되었다. 장동건은 이후 <해안선> 등의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줘 이 영화는 그가 대배우로 성장하는 초석이 되었다. 이 영화는 칠성파, 21세기파 등 부산지역 조폭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후 봇물처럼 쏟아진 조폭영화의 효시라고 할 수 있고, 조폭들이 곽경택 감독에게 영화소재를 제공했다는 명목으로 거금을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는 등 씁쓸한 영화인 일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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