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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결핍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지혜 <에린 브로코비치>

by 언덕에서 2011. 6. 27.

 

결핍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지혜 <에린 브로코비치>

 

 

 

 

 

2000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환경에 관한 영화이지만 페미니즘 영화로 기억될 만큼 한 여성의 삶을 진지하게 그리고 있다. 미인으로 유명한 줄리아 로버츠와 엘버트 피니가 주연했다.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하노라면 불의와 싸우는 연약한 한 여성의 모습이 생각나게 되고,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끌어안는데 큰 힘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현대 여성들은 '자신답게 하면 되요' 외치면서 실제로는 결과적으로 '역시 눈에 띄어 돈 많이 버는 것이야말로 자신다움'이라는 한정된 성공 모델을 선호해 진짜 '자신다움'의 의미를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작년인가 일본에서 문고판으로 출간된 우치다 타츠루의 <너무 피곤해 잠 못 드는 밤을 위하여>에서는 이러한 마음들이 속 시원히 분석되어 있었다.

 지금의 여성들이 선호하는 성공 모델의 원형은 미국에 있다고 우치다씨는 말한다. 그 전형은 이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이다. 이야기의 주제는 약한 자 편에 선 자, 학대받는 자라도 성실히 노력한다면 정당한 승리를 손에 얻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자기계발, 자기실현 붐'이란 누구라도 노력하면 큰 성공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의미, 그런 성공의 상징으로서 에린을 동경한다. 하여, '자기계발을 계속해 큰 꿈과 성공을 얻은 여성'의 삶과 방식을 '에린적이다'라고 불러보기로 하자.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혼을 두 번 당하고 아이 셋을 혼자서 키우고 있는 실직 여성 에린 브로코비치는 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차를 친 의사와의 법적 분쟁에서 패소하게 된다.  통장에 고작 16달러만이 남아있던 그녀는 보상금이라도 받아보려고 변호사를 고용하지만 실패하고 빚만 더 떠안게 된다. 막무가내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결국 일자리를 얻게 되는 그녀. 험한 입담과 노출이 심한 옷 때문에 직장동료들은 그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착실히 배워나간다.

 

 

 그러던 중 그녀는 대기업 PG&E의 공장에서 유출되는 중금속 크롬이 마을 사람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마을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조사를 추진한다. 변호사 에드를 설득해 소송을 준비하고

 에린은 자신의 변호사 에드에게 그의 회사에게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서류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PG&E와 관련된 의료 기록을 발견한 그녀는 그것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에린은 PG&E가 힝클리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한 것과는 달리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아내고, PG&E로 인해 힝클리의 물이 오염되었다고 생각한 그녀는 에드와 함께 이 사건에 관한 자료와 피해자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중간에 PG&E가 턱없는 금액으로 그들과 합의를 보려 하나, 이들은 이것을 거부한다. 결국 수백 명의 피해자와 많은 증거를 통해 PG&E에게 승소하였고, PG&E는 엄청난 금액을 배상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연약한 여자에게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만큼 주인공 에린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진지하고 용감하다. 그러나 반대로 현실은 그녀에게 냉혹하다.

 예를 들어 돈이 많다던가, 권력이 있다던가, 거창한 일을 했다고 해서 누군가의 삶이 빛나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그러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것은 신기루와 같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사랑했는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천했는지에 삶의 가치가 좌우된다.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여성이 아버지가 다른 세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당당하게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삶에 대한 긍정적 시선과 용기였을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떠나있는 결핍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지혜를 생각게 했던 좋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