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희가 불렀던 청춘무곡(靑春舞曲)과 영화 <스잔나>
1967년 홍콩의 하몽화 감독이 만든 영화 <스잔나>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이복자매가 삼각관계로 엮어가는 러브스토리로서 당시 많은 사람들의 손수건을 적시게 했으며 홍콩 멜로영화 신드롬을 우리사회에 불러온 문제작이다. 이 영화는 쇼 브라더스의 기획영화였다. 새로운 청춘 스타를 찾아내서,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대중 유행음악을 과감하게 주제곡으로 내세우고, 여기에 1960년대 홍콩 젊음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서 새로운 유스 팝(Youth Pop) 영화의 장르를 만들어냈다.
.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잔나는 일찍 아버지를 잃은 여대생인데, 같은 아버지의 핏줄을 받은 언니 '샤오팅'을 사사건건 미워하며 못살게 군다. 언니는 동생에 비해 마음씨가 온순한데 이들 두 이복자매 앞에 나타난 연인이 팅난이다.
멋쟁이 남자인 그는 짓궂은 동생보다 차분한 언니를 좋아한다. 스잔나는 질투심에 그런 팅난을 유혹하여 그의 사랑을 차지한다. 어느 날 팅난을 만나러간 스잔나는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영문도 모른 채 거리에 쓰러지고 만다. 마침 의사의 집 앞이라 의사 집으로 옮겨지는데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생명이란 선고를 받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스잔나는 가족을 위하여 끝까지 그 사실을 숨긴다. 그간 심술궂게 괴롭히던 언니에게 연인을 되돌려 주는 등 남은 삶을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리칭(본명 : 이국영)은 당시 서양에 올리비아 핫세가 있다면 동양엔 리칭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예쁘고 청순한 배우였다. (지금의 김태희나 송혜교와 비교를 해본다면 전혀 미인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영화 <스잔나>의 대성공은 한국으로도 이어졌는데, 리칭은 이후 한국영화나 한국, 홍콩 합작 영화에도 종종 출연했다. 영화의 주제가인 Susanna도 본인이 직접 불렀다. 당시 이 노래와 또 다른 삽입곡 청춘무곡(靑春舞曲)을 모르는 젊은이가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스잔나>는 1967년 홍콩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1970년 국내에 개봉되었다. 남자들에게는 스잔나의 예쁜 모습과 어우러진 마지막 장면 때문에, 여자들은 가슴 깊이 파고드는 한 청춘의 안타까운 삶과 죽음 때문에 눈물과 슬픔을 한 가득 남겨준 영화이다. 당시 이 영화는 미국의 "러브 스토리"나 그보다 한참 뒤에 나온 "선 샤인"이라는 영화와 비교하기도 하였다.
그 후에 진추하가 주연한 홍콩의 다른 영화 <사랑의 스잔나>라는 영화가 선보였지만 단연, <스잔나>는 동양 로맨스 영화의 독보적인 작품이었다. <스잔나>는 한국 영화계에 "젊은 죽음"과 연관된 청춘영화의 붐을 낳게 하기도 했지만 할리우드 영화나 다른 나라들의 영화에서도 그런 류의 영화가 유행을 하게 한 "원조영화" 라는 평을 듣는다. 죽어가는 스잔나 앞에는 사랑도 질투도 한갓 거품처럼 스러져 버리는 장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어있는 눈물을 발견하게 했던 최루성 멜로 영화이다.
특히 <스잔나>의 주제곡 "스잔나"는 한 때 가을만 되면 온 방송을 이 노래로 물들일 정도로 유명했었고 프랑스의 샹송 "고엽"과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매김을 했다.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 수상.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세기 미국의 마녀재판 - 지울리아노 몬탈도 작. <사코와 반제티> (0) | 2011.03.14 |
---|---|
비극적인 러브스토리 - 제임스 아이보리 작. <남아있는 나날> (0) | 2011.03.09 |
인종차별의 덫 - 필립 노리스 작. <토끼울타리> (0) | 2011.03.02 |
人間은 不仁하다 - 밀로스 포만 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0) | 2011.02.28 |
정의, 평등, 혁명 그리고 애절한 사랑이야기 <닥터 지바고> (0) | 2011.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