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평등, 혁명 그리고 애절한 사랑이야기 <닥터 지바고>
러시아 명문가에 태어난 의사 유리 지바고의 생애를 그린 미국영화로 1965년 MGM 작품이다. 제작자는 카를로 폰티며, 데이비드 린 감독에 로버트 폴트가 각본을 맡았다.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가 출연하였다. 원작소설은 노벨문학상이 주어졌으나, 소비에트 작가동맹에서 제명되어 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던 B. 파스테르나크의 작품이다.
촬영은 모두 에스파냐에서 했고, 겨울 장면은 핀란드에서 찍었다. 린감독은 전편을 아름답고 유려한 화면구성으로 진행시켜 영상에 의한 대하(大河)로망을 펼쳤다. 특히 이 영화의 영화음악은 너무 유명한데 발랄라이카의 음색을 살린 모리스 자르의 <라라의 테마>는 이것을 한층 돋보이게 하였다. 아카데미 각본상ㆍ오리지날작곡상ㆍ촬영상ㆍ미술상ㆍ의상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에서는 1968년 처음 개봉되어 폭발적인 관객을 끌어 모았다.
데이비드 린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정의와 평등을 위한 혁명의 이야기이자 애절한 사랑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설경과 음악이 잘 조화되어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것인데 특히 광활하고 웅장한 영상미가 일품이다.
러시아인 유리 지바고(오마 샤리프 분)는 시베리아의 부유한 사업가의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 어머니마저 병사하자 지바고 가계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고아가 된 지바고는 외삼촌의 주선으로 모스크바의 상류 지식인 가정인 화학자 그로메코 댁에 입양되었다. 그로메코 가에는 지바고와 나이가 비슷한 토냐(제랄딘 채플린 분)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된다. 이때는 러시아에서 바로 혁명의 물결이 뒤덮던 시기였으며,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극에 달하던 때였다. 이윽고 1905년에는 모스크바 브레스니야 지역에서 무장 봉기까지 일어나는 위험한 사태로 발전되었다.
지바고는 의학을 공부한 뒤, 소꿉동무인 토냐와 결혼했다. 제1차대전이 일어나자 지바고는 곧 소집되어 군의 야전병원으로 배치되었다. 거기서 부상을 당한 지바고는 간호사로 일하던 라라를 만나게 된다.
라라(줄리 크리스티 분)는 소녀시절 지바고 일가를 파산하게 한 변호사 코마로프스키(로드 스타이거 분)에게 능욕당한 후 계속해서 육체관계를 가지며 그를 죽이려고 했던 여자였다. 그녀는 성실한 청년 파샤와 결혼했으나 전쟁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녀는 남편을 찾고자 간호원으로 자원하여 일선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지바고와 라라의 만남에서 둘은 숙명적인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느덧 전쟁은 혁명으로 바뀌었고,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지바고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모스크바로 3년 만에 돌아오지만, 혁명 직후의 모스크바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는 모스크바의 생활에서 가망이 없음을 느끼고 가족과 함께 우랄의 시골 마을 바투이키노로 이사한다. 하지만, 그곳에도 안정되고 평화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농사일에 힘을 쏟고 시를 쓰며 인생과 예술에 대한 의미를 갈구했던 지바고는 이웃 읍에 있는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라라와 재회하게 된다. 지바고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정신의 조화와 자연스러운 언행을 잃지 않은 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아내 모르게 라라와의 재회의 기쁨을 누리던 지바고는 어느 날 라라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빨치산의 습격을 받아 포로가 되었다. 거기서 강제로 의사 일을 맡은 그는 그들의 군의관으로 시베리아로 끌려갔다. 빨치산 부대와 함께 생활하면서 지바고는 백위군과 빨치산, 그리고 민중들 사이에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배반과 복수의 잔인한 행위를 직접 목격한다. 그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가 없어 탈출한다. 지바고는 바투이키노로 가서 폐허가 된 마을에 숨어 살았다.
라라는 그때까지 지바고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의 사랑은 한층 더 깊어졌다. 지바고의 가족들은 이미 유럽으로 떠나 있었다. 지바고와 라라의 생활은 깊은 애정으로 맺어졌으나, 새 정권하에 그들의 사랑은 어울리지 않았다. 바투이키노의 숲 속으로 피신한 이들 두 사람 앞에 지난날 라라에게 큰 상처를 남겼던 코마로프스키가 나타난다. 지바고는 코마로프스키가 그들을 극동의 안전지대로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하자 라라 모녀를 넘겨주고 그들은 다시 헤어지고 말았다.
위험에 처한 라라의 안전을 위해 유리는 그녀를 떠나보내고 시간이 흐른 후, 우연히 전차에서 라라를 보게 된 유리는 라라의 이름을 부르며 기차를 따라가다가 심장마비로 죽는다. 영화의 전반부에 악기를 치며 나오던 소녀는 지바고와 라라가 자신의 부모임을 확인하고 눈물을 글썽인다.
이 영화는 러시아에서 발생한 혁명과 전쟁에 의해 파괴된 인간의 삶을 의사 지바고를 통하여 바라보면서, 극적 장치를 이용하여 1960년대 후반의 이야기로 옮겨놓고 있다. 1965년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정확한 연대의 언급은 없으나 대략 1905년에서 1922년 사이 러시아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쟁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누구와 누구의 싸움인지 분간할 수 없이 뒤죽박죽이 된 채로 인간의 삶을 무참하게 바꾸어 놓는다.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은 한편으로 보면 비윤리적이다. 그들은 아내와 남편이 각각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맺어질 수 없으나 이 영화에서는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때문에 이 영화는 전쟁영화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사랑영화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한때 유혹에 넘어가 코마로프스키에게 정절을 빼앗긴 라라에게 지바고가 느끼는 사랑은,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사랑임과 동시에 자신의 영혼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에 반한 것에 기인한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인간의 사랑은 영원하고 숭고하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각본상ㆍ오리지날작곡상ㆍ촬영상ㆍ미술상ㆍ의상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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