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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20세기 미국의 마녀재판 - 지울리아노 몬탈도 작. <사코와 반제티>

by 언덕에서 2011. 3. 14.

 

 

20세기 미국의 마녀재판 - 지울리아노 몬탈도 작. <사코와 반제티>

 

 

 

 

 

 1971년 이탈리아의 지울리아노 몬탈도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 <사코와 반제티>는 지안 마리아 볼론테 (바르톨로메오 반제티 역), 리카르도 쿠치올라 (니콜라 사코 역), 시릴 쿠삭 (프레데릭 카츠만 역), 로사나 프라텔로 (로사 사코 역), 조프리 킨 (웹스터 타이어 판사 역) 등이 출연하였다.

 '세계를 뒤흔든 20세기 미국의 마녀재판'이라는 부제로 더 유명한 '사코와 반제티'는 1920년대 미국을 비롯해 세계를 들끓게 만든 사건을 복원했는데 관련 연구논문이나 음반, 책 등은 이루 셀 수도 없을 정도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유대인 사관(士官) 드레퓌스의 간첩 혐의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논란을 빗대 미국 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며 주목받은 현상을 다뤘다. 뒷날 늘 이름이 붙어 다니게 되는 니콜라 사코와 바르톨로메오 반제티는 누구인가.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복원해보자.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코와 반제티는 이탈리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 간 노동자들로, 당시 반공주의가 지배하던 미국사회에서 무정부주의 단체에서 활동하였다. 그러던 1920년 한 제화공장에서 발생한 강도 살인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체포되고 재판이 시작된다. 한 살인범은 갱단인 모렐리 일당과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인들은 두 사람의 사진을 구분하지 못했고 증거는 불충분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달갑게 여기지 않은 이탈리아인이자 무정부주의자인 그들에게 법을 공정하지 않았고, 결국 사형선고를 받는다.

 

 

 

 사코와 반제티의 재판과 사형선고는 당시 미국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었다. 1927년 두 사람의 처형이 임박해 오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노동자들과 지식인들의 사형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파리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성난 군중을 막기 위해 탱크가 배치되었고, 세계 곳곳에 흥분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버트런드 러셀, H. G. 웰스, 마리 퀴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월터 리프만, 업턴 싱클레어, 존 듀이, 버나드 쇼, 아나톨 프랑스, 로맹 롤랑, 이사도라 던컨 등 당대의 명망가들이 두 사람의 구명 운동에 앞장섰지만, 그들은 결국 전기의자에 앉아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사코와 반제티>는 한 개의 이름이 되어 이 사건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다룬 수많은 책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서적, 미술, 음반도 수없이 나왔다. 줄리아노 몬탈도 감독의 ‘사코와 반제티’는 제 24회 칸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주제곡인 지금 흘러 나오는 존 바에즈가 불렀던 'Here's to you'와 엔리오 모리코네의 ‘사코와 반제티를 위한 발라드’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이 되었다.

 

 

 

 

 

 <사코와 반제티> 사건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수십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자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은 한국 노동자보다 훨씬 나쁜 조건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인권을 온전히 보장받지도 못하고 있다.

  "사장님, 때리지 마세요."

 더 무서운 것은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다. 사코와 반제티 역시 이탈리아계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무시를 받았다. 내가 볼 때는 2011년 세계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우리 모두는 이 땅을 찾아온 이주 노동자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는  "범죄 혐의를 받는 이주 노동자에 대해 공정한 수사·기소·재판이 이뤄지도록 국가와 사회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국판 사코와 반제티 사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70년도 더 흐른 사코와 반제티 사건을 한국 사회가 반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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