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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톨스토이 대하소설『전쟁과 평화(Война и мир)』

by 언덕에서 2011. 1. 31.

 

 

 

톨스토이 대하소설『전쟁과 평화(Война и мир)

 

 

 

 

 

 

러시아 소설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Tolstoi.Lev Nikolaevich. 1828∼1910)의 최대 장편소설로 1864∼1869년 사이의 작품으로 전 4편과 에필로그로 되어 있다. 1805년부터 1820년까지 사이의 러시아의 역사적 사건, 특히 나폴레옹 침입군을 물리치는 전쟁이 중심이 되어 있고, 귀족사회의 전제화와 그에 저항하는 청년귀족의 번민 및 각성이 테마가 되어 있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작가적 역량이 무르익었을 때의 대표적 역작인 일대 서사시이며, 동시에 러시아 사실주의 소설의 최고 수준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전후 6년에 걸친 이 대하소설은 개인의 역사와 국민의 역사, 이 두 가지가 겹쳐서 융화된 이야기인데 여기서의 전쟁은 러시아 역사상 공전의 대 전쟁인 1812년의 ‘나폴레옹 전쟁’이다. 1805년에서 시작해서 1820년, 그리고 12월 당 반란에의 전망에 이르는 이야기의 줄거리로 되어 있다.

 나폴레옹은 재위 기간 중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영국을 경제적으로 파탄시키기 위해 1806년 대륙 봉쇄령을 내려 무역을 전면 금지시킨다. 그로 인해 영국은 물론 유럽 대륙은 경제적 피해를 보며, 나폴레옹의 지배에서 이탈하기 시작한다. 1812년 나폴레옹은 궁여지책으로 러시아 원정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이 작품은 러시아 원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는 특정한 주인공을 찾기 힘들지만,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은 나타샤라 할 수 있다. 나타샤는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가 표현한 생명 긍정의 사상을 표출하고 있다. 그녀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여인이며, 꾸밈없이 자연 그대로 행동한다. 백작 집안의 딸로 태어나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으면서도 가난한 백부의 집에서 민요에 맞춰 춤을 출 줄도 안다. 그녀는 모든 러시아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터득하여 자신의 삶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은둔생활을 한 뒤 나타샤를 만나게 된 안드레이는 ‘나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느끼며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인생 전체가 새롭게 빛난다.’는 삶에의 강한 의지를 보이는데, 이 모두가 그녀의 밝은 영혼 탓이다. 나타샤는 순수한 러시아 여성이며, 러시아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여인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 , 1956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05년 나폴레옹의 지휘 하에 유럽을 점령한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전쟁이 터졌다. 청년 공작 안드레이 보르콘스키는 영지에 은거해 있는 아버지와 누이동생 마리아에게 임신 중인 아내를 맡기고 크투조프 장군의 부관으로 전쟁터로 나갔다. 안드레이는 이 전쟁이 자신에게 빛나는 미래와 영광을 안겨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안드레이의 친구이며 모스크바 자산가 베즈호프 백작의 사생아인 피에르는 외국 유학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백작의 유언으로 전 재산을 물려받고 사교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재산에 눈독을 들인 그의 후견인 클라긴 공작은 예쁘기는 하나 행실이 좋지 못한 딸 엘렌을 피에르와 결혼시켰다.

 그 해 11월, 안드레이는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러시아 군이 패하자 홀로 군기를 들고 적진에 돌진했다가 중상을 입었다. 문득 눈을 떠 푸르디푸른 하늘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고 그때까지 얻고자 했던 야심이나 명예욕, 또 영웅 나폴레옹과 같은 위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하찮게 여겨졌다. 피에르는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친구 돌로호프 사이에 미묘한 소문이 나돌자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에게 결투를 신청해 상대를 쓰러뜨린 뒤, 아내와도 별거했다. 그 후 그는 선과 악, 생과 사의 문제로 고민하지만, 프리메이슨의 지도자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전사한 것으로 알았던 안드레이는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아내가 사내아이를 낳다가 죽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영지에서 일생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1807년 6월, 러시아와 프랑스가 강화조약을 맺고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1807년 어느 봄날, 안드레이는 귀족회의 문제로 로스토프 백작 집안을 방문했다가 생명력이 넘치는 백작의 딸 나타샤에게 매료되었다. 그 해가 저물 무렵 두 사람은 무도회에서 재회하며 서로 깊은 사랑에 빠졌고 약혼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아버지 보르콘스키 공작의 반대에 부딪친 안드레이는 1년 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고 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나타샤는 안드레이의 빈자리에 쓸쓸함을 견디지 못하고 엘렌의 오빠 아나톨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달아날 약속까지 해 결국 안드레이로부터 파혼당하고 만다.

 1812년 프랑스와 러시아는 다시 전쟁을 시작하고, 안드레이는 볼로디소 전투에서 중상을 입었다. 러시아 군은 후퇴를 거듭하여 마침내 모스크바까지 넘겨주어야 했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로스토프 가에서는 값나가는 물건들을 운반하기 위해 조달한 마차로 부상병들을 수송하기로 하는데, 거기에 중상을 입은 안드레이의 모습도 보였다. 나타샤는 과거 자신의 잘못을 빌며 사랑하는 안드레이를 정성껏 간호하지만, 그는 눈을 감고 말았다. 한편, 피에르는 모스크바에 남아 농민으로 변장해서 나폴레옹의 암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하고 프랑스 군의 포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엘렌은 치열한 전쟁 속에서도 난행을 계속하다가 낙태약을 잘못 복용하여 죽었다.

 드디어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고, 모스크바에서 나타샤와 재회한 피에르는 그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음을 느껴 드디어 결혼했으며, 안드레이의 여동생 마리아도 나타샤의 오빠 나콜라이와 맺어져 각각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1820년 가을의 어느 날 피에르와 나타샤는 세 어린이를 데리고 니콜라이의 집을 찾아간다. 피에르는 집안일을 모두 아내에게 맡기고 어떤 정치단체 일을 보고 있었다. 일동은 한 방에 모여앉아 옛 일을 회상하게 된다. 모스크바가 불바다가 되던 일, 그러나 모두 먼 일의 추억이 될 뿐이었다.

 

 

 

영화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 , 1956 제작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나타샤를 중심으로 한 주위의 인물들이다. 작자는 나타샤에게 배어있는 청순함과 활기 넘치는 생명력을 그리며 삶에 대한 갈등과 애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 작품은 침략군에 대한 러시아 민족의 항쟁이라는 것을 근본 바탕으로 깔고, 수많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운명을 여러 각도에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전4권의 에필로그로 되어 있는데, 제1권에서는 평화스러운 생활의 장면이 주로 수도를 중심으로 그려져 있으면서 위기의 예감을 깔고 있다. 제2권에서는 1805년의 전쟁과 1812년의 전쟁 중간기를 그리며 안드레이와 피에르, 그리고 로스토프 가의 가족들이 주로 등장하면서 러시아의 생활을 선명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이 장면을 등장시키고 있다.

 제3권과 4권에서는 보즈지오 싸움을 중심으로 러시아 민족의 힘찬 잠재력과 전쟁의 예상에 대한 전망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이 무려 559명이나 되는데, 이들의 생활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교훈적 냄새가 짙다. 이 작품은 민중의 정열을 위대하게 승화시킨 데서, 개인의 운명이 국민적 주제를 덮어버리는 모순을 범하지 않고, 조국의 위기를 모면하는 에너지로 발전시켰다.

 

 

「전쟁과 평화」는 또한 '심리-사상소설'이기도 하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독립적으로 그려내며 이른바 전형적 인물들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냈다. 톨스토이가 창조한 모든 인물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결코 타자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 성격, 즉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작품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운명을 통해서 역사의 우연성과 합법칙성, 자유와 필연성,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등의 사상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러시아 민중의 대표적 형상인 플라톤 카라타예프는 러시아 민중의 정신세계를 대변하며 이 작품에서 사상적 중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전쟁과 평화」는 어느 하나의 산문 장르로 포괄할 수 없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내용과 형식을 지니고 있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를 통해서 예술사에 전례가 없는 새로운 복합 산문 장르를 창조하였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역사대하소설의 전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학 작품이 거대한 역사적 사실과 개별적인 인간의 삶을 유기적이고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톨스토이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