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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R. 마르탱 뒤 가르 장편소설『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by 언덕에서 2011. 2. 4.

 

R. 마르탱 뒤 가르 장편소설『티보가의 사람들(Les Thibault)』

 

 

프랑스 극작가·소설가 R.마르탱 뒤 가르(Roger Martin du Gard.1881∼1958)의 대하소설로 1922∼1940년 간행되었다. <회색 노트><감화원(感化院)>(1922) <아름다운 계절>(1923) <진찰><라 솔레리나>(1928) <아버지의 죽음>(1929) <1914년 여름>(1936) <에필로그>(1940)의 8편으로 되어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의 전반에서, 20세기 초에서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젊은 세대의 시대적 고뇌를 그 직접적인 체험자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우선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티보 가의 부자 세 사람 중에서 아버지 오스칼은 질서와 명예, 권력에 집착하는 구세대 부르주아의 전형이다. 그리고 두 아들 앙트완과 자크는 격동기를 살아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성격을 비교해보면,

 첫째, 앙트완은 ‘구레나룻’,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살’ 등으로 정력적이고 침착하며, 합리적인 인상을 갖게 한다. 반면에, 자크의 ‘주근깨 있는 얼굴’, ‘금이 간 입술’ 등은 고독하고 순수한, 그러면서도 반역에 대해서는 타협할 줄 모르는 인물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두 사람은 ‘유난히 큰 두개골’, ‘티보 가 특유의 턱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그 집안만의 인내력과 티보 가의 일원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둘째, 앙트완은 기계문명에 자기를 적응시키는 실증적 정신의 소유자이고, 자크는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인물이다.

 셋째, 앙트완은 개인생활의 안락함과 능력을 발휘해 성공하고 싶어 하나, 자크는 개인보다는 국민 모두의 운명을 위해 싸우고자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완고하고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의 가정에 태어난 자크가 세계대전의 발발과 더불어 인터내셔널 운동에 투신, 비행기 위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삐라를 뿌리려다가 헛되이 추락사하기까지를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상식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의사였던 자크의 형 앙투완이 소집령을 받고 종군하다가 독가스에 중독되어 요양 중, 지난날의 자크의 언동과 그가 지키려고 했던 평화, 자크와 그 애인 사이에 태어난 유아를 생각하며, 또 자기는 재기 불능임을 알고 앞으로 올 세대에 희망을 걸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대목에서 붓을 놓았다. 

1. 회색노트

 자크 티보와 다니엘은 순수한 우정을 담은 일기장 '회색노트'가 기숙사의 사제에게 발각되어 심한 모욕을 받자 이에 반발하여 가출한다. 그러나 둘은 붙들려 파리로 되돌아온다. 

2. 감화원

 자크의 아버지는 엄격한 가톨릭 신자로 보수적이며 독선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집을 나간 자크의 행동에 화가 나서 자신이 세운 감화원에 자크를 집어넣어 감화시키려고 한다. 형 앙트완은 앞날이 촉망되는 의사로 감화원으로 찾아간다. 생기 없는 동생의 모습과 감화원의 좋지 못한 환경을 보고는 아버지와 격렬히 싸운 뒤 신부의 힘을 빌려 자크를 집으로 데려온다. 

3. 아름다운 계절

 자크는 에콜노르망 고등사범학교의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친구 다니엘은 화가로서 명성을 얻는다. 그리고 여름별장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다니엘의 여동생 젠니에게 사랑을 느끼나 젠니는 미지의 감정에 대해 불안해한다. 

4. 진찰-라 솔레리나-아버지의 죽음

 형 앙트완은 유능한 소아과 의사로 정력적인 활동을 한다. 자크가 가출한 지 3년 뒤 아버지가 병으로 자리에 눕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크의 고등사범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자크가 <라 솔레리나>라는 소설을 발표했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는 소설을 단서로 동생의 거처를 추적하여 스위스에서 혁명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자크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아버지는 고통 속에서 두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다. 

5. 1914년 여름

 혁명에 뛰어든 자크는 평화를 위한 싸움에 자신의 몸을 불사른다. 자크는 전쟁의 위협과 쉴 새 없는 사건 속에서 젠니와 결혼한다. 마침내 프랑스에 동원령이 내려지고 형 앙트완은 전쟁터로 나간다. 그러나 자크는 스위스에서 반전운동의 지도자로 활동한다. 어느 날 자크는 반전 전단을 뿌리기 위해 비행기를 탔으나, 추락하는 바람에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퇴각하는 프랑스 군인에게 스파이 혐의로 잡히고, 이동침대에 누워 이송되는 도중, 퇴각에 방해가 된다며 사살당하고 만다. 

6. 에필로그

 전쟁은 종반으로 치닫고 앙트완은 독가스에 중독되어 요양소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그는 의사로서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병상일지를 기록하여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는다. 한편, 티보가의 피는 젠니가 낳은 자크의 아들 장 폴에게로 이어진다. 이 아이 역시 아버지를 닮아 의지력이 강한 티보가의 후손이었다.

프랑스 극작가, 소설가 R.마르탱 뒤 가르 (Roger Martin du Gard.1881-1958)

 

 원고지 2만여 페이지와 총 2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대작은 193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파리 문학상]을 수상한 화려한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는 이 작품을 최초의 앙가주망 소설로 정의하고, 앙드레 지드는 마르탱 뒤 가르에 대한 평가를 '20년 이후 진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가'라는 찬사를 남겼다.

 20세기는 대립과 투쟁이 두드러진 시기였으며, 그 폭력과 상처를 인류의 기억 속에 뚜렷이 각인시킨 시대였다. 『티보가의 사람들』은 이러한 20세기에 대한 예언이자 종합이다. 1차 대전 전후의 유럽을 배경으로 정치와 예술, 야만과 문화, 이성과 육체의 대립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선과 진리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연모를 유려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티보가라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암울한 시대에 처한 젊은이들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명예와 권력에 집착하여 보수적이며 독선적인 아버지 오스카 티보가 구세대의 전형이라면, 이러한 현실에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진보적인 성향의 두 아들 앙트완 티보와 자크 티보는 신세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두 아들 또한 대조적인 인간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형 앙트완은 의사로서 합리적이며 현실주의적인 반면, 동생 자크는 혁명가로서 사회 변혁을 위한 이상주의적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들이 처한 시기는 시대적으로 매우 불운했으며,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무하게 죽고 만다. 이것이 뒤 가르가 말하는 20세기 초의 인간상들이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는 대작으로 후반부에 나오는 <1914년 여름>으로 인해 193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