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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엠마 도노휴 장편소설『ROOM』

by 언덕에서 2011. 1. 4.

 

 

 엠마 도노휴 장편소설『ROOM』

 

 

 

아일랜드 작가 엠마 도노휴(Emma Donoghue, 1969~)의 장편소설로 2010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발간되자 말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맨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아마존 선정 ‘2010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어 전 세계 30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맨 부커상]은 영국과 영연방의 작가들을 대상을 그해 최고 소설을 가려내는 영국문학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 소설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밀실 감금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아일랜드 여류작가 엠마 도노휴의 장편소설이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요제프 프리즌 이라는 73세 노인이 24년간 친딸을 밀실에 가두고 성폭행해온 사건이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었다. 친딸은 결국 아버지의 아들을 출산하여 밀실에서 키워온 엽기적인 사건이다. 작가는 끔찍한 범죄를 자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재조명했다.

엠마 도노휴(Emma Donoghue,1969~)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7년 전, 열아홉 살 소녀가 한 남자에게 납치당해 헛간의 작은 방 안에 갇힌다. 그리고 소녀는 그 안에서 납치범의 아들을 낳는다. 아이(잭)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방 밖으로 나가 보지 못한 채 다섯 살 생일을 맞는다. 그에게는 엄마와 작은 방만이 세계의 전부였다. 잭의 엄마를 납치했던 올드 닉이라고 그들이 부르는 남자는 잭이 성장함에 따라 그에게 점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엄마는 틈만 나면 탈출을 시도하려 한다. 아이의 장래를 걱정한 엄마는 결국 잭이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잭이 방 밖으로 탈출하게 만든다. 두 사람은 구출되고 올드 닉은 경찰에 붙잡혀 감옥에 갇히게 된다. 밖으로 나온 이후 엄마와 잭은 텔레비전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지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안락한 공간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엄마는 점점 바깥 세상에 적응해가지만 잭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그 '방'이 그립기만 하다.

 

Brie Larson stars as an abductee in the film adaptation of Emma Donoghue’s Room.  Photograph: Allstar/A24

 

 

 이렇게 충격적이고 끔찍한 범죄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대부분 범죄를 자극적으로 묘사하고 폭로하는 데 치중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자극적인 범죄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사이, 작가는 '피해자와 그의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다섯 살 소년의 눈을 통해 충격적인 범죄의 진상을 그려내는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소설의 영역을 넘어서 소통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엄마와 올드 닉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태어나 그 안에서만 살아온 잭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선과 악’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충분히 변하고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작가 Emma Donoghue는 1969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1994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역사물과 현대물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다. 『슬래머킨(Slammerkin)』, 『봉인된 편지(The Sealed Letter)』, 『인생 가면(Life Mask)』 등, 그녀의 작품 대다수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이 독자에게 제시하고 유도하는 문제점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1. 다섯 살 소년은 현실을 어떻게 봤을까?

『룸』은 다섯 살 소년 잭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숨이 막힐 만큼 좁은 방 안에서 태어나, 바깥세상은 전혀 모른 채 엄마와 방만을 세계의 전부로 알고 살아가는 천진난만한 소년이다. 그의 눈으로 본 현실에 대한 감각적인 묘사, 놀랄 만큼 섬세하게 표현된 다섯 살 아이의 심리, 그리고 아이의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극적 긴장감은 이 작품이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닌 ' 그 무엇'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2. 소통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물음

 바깥세계에서 온 엄마에게 방은 끔찍한 지옥과도 같은 세계이다. 하지만, 잭에게는 일상의 공간이자 안락한 안식처이다. 여자에게는 모성본능이란 게 있다. 엄마가 잭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방을 말 그대로 하나의 ‘세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세계에서 사람이란 엄마와 잭, 그리고 올드 닉뿐이다. ‘방’은 끔찍한 범죄의 현장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동화적이고 평범한 삶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우리는 엄마와 올드 닉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태어나 그 안에서만 살아온 잭을 우리와 같은 세계의 인간이라고 보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작가는 잭을 통해 『룸』은 납치 감금이라는 범죄와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충분히 변하고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3.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에 대한 작은 깨달음

『룸』은 충격적인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범죄에 대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사랑과 가족,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질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가장 비참하고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방글라데시 국민의 삶의 만족도가 우리보다 낮은가?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이 세계가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하 밀실과 같은 끔찍한 범죄 현장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저자는 그 단순한 사실을 다섯 살 소년의 입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룸』을 읽고 자신의 세계가 조금은 넓고 깊어졌음을 느꼈다고 고백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