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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나흘 동안 사랑하고, 평생을 그리워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by 언덕에서 2011. 1. 19.

 

  

 

 

나흘 동안 사랑하고, 평생을 그리워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아름다운 제주도의 사진이 지천인 블로그에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지문과 음악을 접했다. 나 자신 삼십대 중반에 보았던 영화라 잊고 있었는데 DVD를 구해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드는 탓인지 '휴우~ ' 한숨을 쉬면서 젊은 시절 느끼지 못했던 회한과 감동에 전율하며 은성스런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나흘 동안 사랑하고, 평생 동안 그리워한 중년의 사랑이 있다. 자신의 임종이 다가오자 어머니 프란체스카는 가족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해줄 것을 부탁하는데 화장을 한 후, 집 근처 ‘로즈만 다리’에 뿌려 달라는 간곡한 유언을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95년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원작소설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주연한 이 영화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과 딸은 변호사를 설득하여 어머니의 남긴 유품을 정리하다가 ‘내셔널 지오그라피’ 한 권과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65년 미국, 교사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끼지만 남편의 반대로 교사직을 포기해야 했던 프란체스카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이탈리아 가곡을 듣고 있으면 팝송으로 바꾸는 딸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을 여닫는 남편과 아들, 그리고 식탁에서의 긴 침묵에 숨이 막히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조용한 매디슨 카운티의 시골 동네로 연결되는 구불구불한 산길에 초록색 픽업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와서 멈추어 선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프란체스카에게 이 근처에 지붕이 있는 다리를 아느냐고 묻는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킨케이드이며 내셔널 지오그라피 잡지의 사진 기자이다. 그녀는 다리의 위치를 설명하려다가 자신이 직접 안내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하며 그와 함께 그 다리로 향한다. 그 다리에서 그 로버트는 사진을 찍고, 그녀는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사진 촬영이 끝나자 그는 감사의 표시로 들꽃 몇 송이를 그녀에게 건넨다.

“그 꽃엔 독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꽃을 남자는 떨어뜨리고 놀란 모습을 보고 그녀는 활짝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한 즐거운 한 낮의 시간은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다음 날, 프란체스카는 그녀가 좋아하는 예이츠의 시를 쓴 초대 편지를 지붕이 있는 다리에 꽂아 놓으며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집에 아무도 없던 날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날 밤을 함께 보내며 두 사람 모두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맛보지만 그들에게는 제한된 시간만 남아있다.

 사흘 동안의 꿈같은 시간이 흐른다. 

“내가 사진을 찍어 온 것, 그리고 많은 곳을 다녀 본 것은 바로 당신을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서였소.

 이렇게 확신에 찬 감정을 느껴 본 것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오.”

라며 설득하는 그를 떠나보내고 축제에서 돌아온 가족들을 맞이한다.

 다음 날, 남편과 시내에 나갔던 프란체스카는 교차로에서 그의 초록색 픽업과 마주친다. 프란체스카는 가족의 차 앞을 가로 막은 채 꼼짝을 하지 않는 로버트의 픽업을 바라보며 갈등한다. 그녀는 여러번 차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놓았다 망설인다. 그러나 당장에 문을 열고 달려가고 싶은 그녀의 눈물을 바라보는 남편의 걱정 어린 표정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현실이 존재했던 것이다. 로버트의 초록색 픽업은 뒤에서 울리는 크랙션 소리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빗속에 멈추었다가 서서히 움직여 교차로 반대쪽으로 사라져 버린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프란체스카의 남편은

 “당신에게도 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오.”

라고 말하면서 말없이 남편 옆에 누워 미소를 짓는 그녀를 두고 세상을 떠난다.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프란체스카는 지붕이 있는 다리 사진이 실린 ‘내셔널 지오그라피’ 한 권과 로버트의 유품이 들어있는 작은 소포를 받는다. 로버트는 세상을 떠나면서 가장 소중히 여겼던 카메라 니콘F와 빛바랜 쪽지를 보냈다.

 '흰 나방이 날개 짓 할 때, 다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면 오늘 밤 일이 끝난 후 들르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잠 못 이루던 프란체스카가 한밤중에 트럭을 몰고 가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꽂아 두었던 쪽지였다. 그에게 보낸 쪽지가 빛이 바랜 채,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이다.

 프란체스카는 일기를 통해 아들과 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때, 그를 따라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는 동안 원 없이 가족들을 사랑했으므로 죽어서는 그 남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으니 그에게 보내달라…….

 소원대로 그녀는 화장이 되어 지붕이 있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위에 뿌려진다.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나흘뿐이었지만, 그날의 추억은 일생 동안 이어졌다. 둘은 나흘 동안 사랑하고 22년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이 영화는 살아가기 위해서 그와의 추억을 절제해야만 했던 프란체스카와 그녀가 남긴 메모 한 장을 소중히 간직하며 여생을 살아야 했던 로버트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모습이 처절하도록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이다. 

 두 사람은 22년이란 세월을 연락 없이 살아갔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결국 죽을 때까지 가져갈 수 없는 영혼의 사랑만을 가지고 살았다. 어머니가 자신들 몰래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화를 내며 믿을 수 없어하던 자식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이후, 어머니의 진실한 사랑이 자신들 때문에 좌절되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 사랑을 이해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실제 이 영화의 모델이 되었던 아이오와주의 이 다리는 몇 년 전 방화로 소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