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라스트 갓파더>를 보았는데…….
연초에 극장에서 <라스트 갓파더>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데다 연휴 때 별 다른 할 일도 없어서 영화를 보러갔는데 굳이 다른 영화도 눈에 띄는 게 없어서 망설임 없이 보았다.
2007년 심형래 감독의 ‘디워’ 개봉 당시 가장 큰 반대표를 던지며 ‘어록’까지 만들어냈던 문화평론가 진중권은‘라스트 갓파더’를 만든 심형래를 가리켜 ‘불량품을 판 가게’라고 표현해 논란의 불씨를 만들었다. 진중권은 최근 자신의 트워터에 “유감스럽게도 난 한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에는 <라스트 갓파더>를 봐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난 10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흥행을 위해 고작 내 입만 기대하는 신세라니… 진중권의 입이 영구를 구원할 데우스 마키나라 믿는 모양이에요”라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어 진중권은 “제가 영구의 유일한 희망인가 봅니다”고 또 한번의 독설을 남겼다.
평소에 나는 진중권을 박학다식, 논리정연하고 달변인지라 대단한 지식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오버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는 견지에서는 진중권은 나름 문화권력자이며, 자신의 세계관과 다른이를 용납하지 않는 저돌적인 면이 있다. 자신을 공격하지도 않은 심형래를,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진중권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배우 정진영이 입을 열었다. 정진영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에 대한 생각을 묻자 "관객들이 선택한 영화는 그 자체로 인정되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로 써도 무방하다"며 소신을 드러낸 그는 같은 영화인으로서 심형래 감독의 투지를 높게 평가한다는 말도 했다. ‘부침 심한 충무로에서 그토록 오랜 기간 한 길을 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정진영은 "대단하고 훌륭한 분"이라고 심형래를 높게 평가했다.
주지하듯 심형래는 1980~90년대 바보 '영구' 캐릭터로 대중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그 이후 영화 '용가리'와 '디 워'로 수백만 관중을 동원한 바 있다. <라스트 갓파더>는 '영구'를 1951년 뉴욕으로 옮겨놓은 슬랩스틱 코미디영화이다. 영화에 대한 비평가와 대중의 평가는 극단적인 것으로 보인다. 비평가의 지독한 혹평과는 달리 영화는 개봉 이후 현재 관객 211만 명을 돌파했다. 곧 미국으로 건너가 고군분투할 영구의 모습은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감독 심형래와 닮은꼴이다.
좋든 싫든 심형래 감독의 몇 가지를 우리는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첫째, 끊임없는 도전의식과 자신이 추구하는 분야에 관한 열정이다. 열정은 가능성을 창조하는데 결국 모든 성공의 출발점은 열정에서 비롯된다. 최근의 심형래의 행보를 보자면 청춘의 끓는 피를 그에게서 느낄 수 있다. 할리우드 진출에 있어 순수하게 100% 제작, 기획, 연출, 캐스팅까지 다 해 혼자 힘으로 미국에 가는 사람은 심형래가 전무후무하다. 민태원은 1930년대에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같이 힘 있다고 하며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구나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곳곳에 지뢰처럼 깔려있는 어려움을 직면하기 마련이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는 그의 모습에 보통사람들이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우리는 발견한다.
둘째,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디냐 하는 점이다. 심형래가 미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이유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서 흥행에 성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LA 뉴욕 런던 파리 중국 아프리카 등 세계를 겨냥하자는 뜻이다. 케이블TV, 유료 컨텐츠, 캐릭터 상품 등으로 시장의 다양화도 시도한다고 하는데 종국적으로는 '아바타'를 능가하는 영화와 오스카상이 목표라고 한다. 결국은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세계영화의 심장부인 할리우드를 공략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나는 심형래가 세운 큰 그릇을 만들 목표와 그 그릇을 채우기 위한 작은 실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하다보면 언젠가 꿈은 현실이 되기를 기원한다. 우리사회에 이상과 꿈이 없다면 얼마나 황망하겠는가? <영구와 땡칠이>라는 조잡한 영화를 기억하던 내게 이 영화는 미국의 메이저 코미디와 비견될 수 있는 가슴 벅찬 영화였다. 아, 이렇게 영구는 진화하고 있구나.
결론적으로 <라스트 갓파더>는 코미디영화의 본령인 유쾌하고 웃기며 재미있는 영화이다. 코미디영화에서 <벤허>와 같은 교훈과 상징성을 바래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나 홀로 집에 1, 2>보다 훨씬 재미있다. 인간적인 냄새도 풀풀 풍기고…….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도 심형래를 큰 그릇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느긋하게 지켜보며, 그의 다소 황당하게 전개되는 영화를 보며 신나게 웃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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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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