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주연하고 만들었던 <사랑과 추억>
이 영화는 어릴 때의 끔찍한 추억 때문에 늘 고민 속에 살아가는 남자와 정신과 여의사의 사랑을 차분하게 그린 애정 영화다. 특히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두 남녀의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가수이자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샌드가 1992년 감독과 제작과 주연을 한 야심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골든 글러브-남우주연상과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닉 놀테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밝히지 않으려 몸부림치면서 사랑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연기를 불같이 맹렬히 펼쳤다.
톰 윙고(Tom Wingo: 닉 놀티 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해변에서 태어나 줄곧 거기서 자랐다. 고등학교 미식축구 코치를 하다가 실업자가 된 그는 아내와의 대화가 단절되어 고통을 겪는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혐오하는 어머니가 그를 방문한다. 찾아온 그녀는 톰의 쌍둥이 여동생인 사바나(Savannah Wingo: 멜린다 딜론 분)가 뉴욕에서 자살 기도를 했음을 알리고 사반나의 담당 정신의사가 누군가 빨리 오라고 했음을 전한다. 톰은 급히 뉴욕으로 가 의사인 수잔 로웬스타인(Susan Lowenstein: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분)을 만난다. 수잔은 사반나가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복원하는 것이 치료의 첩경이라고 판단하고 톰에게 사반나의 기억이 되어달라고 요청한다.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톰은 평생 잊어버리려고 몸부림쳐온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의사 로원스타인의 유도에 따라 머뭇거리며 털어놓는다.
톰(6살: 저스텐 우즈 / 10살: 보비 페인 분 / 13살: 트레이 이어우드 분)은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변에서 태어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아버지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철 같은 의지의 여인인 어머니로 인해 수없이 상처를 받으며 성장했다. 피해자로서 톰과 사반나는 특히 각별한 사이가 되었으나 톰이 가면 뒤에 숨어 정상인으로 위장하고 살아가는 반면 사반나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미쳐버린 것이다. 한편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톰은 의사 수잔도 가정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수잔의 남편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부인과 아들 위에 군림하려 하며 아들도 음악가를 만들려고 한다. 한편 아들인 베르나르(Bernard Woodruff: 제이슨 굴드 분)가 축구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수잔은 톰에게 아들의 축구 코치가 되어줄 것을 부탁하고 톰은 이를 받아들인다. 한편 수잔의 남편이자 베르나르의 아버지인 허버트 우드러프(Herbert Woodruff: 제로엔 크래블 분)는 해외 연주 여행에서 돌아와 아들이 손가락을 다칠 위험이 있는 스포츠에 빠져 바이올린 연습을 등한히 하는 것을 알고 톰을 미워하다가 어느 날 집에서 열린 파티에 톰을 초대해 많은 사람 앞에서 모욕을 주고 자신의 정부인 피아니스트를 데리고 와서 부인도 모욕한다. 톰은 기지를 발휘하여 백만 불짜리인 허버트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발코니에서 지상으로 떨어뜨리겠다고 위협, 수잔과 자신에 대해 사과를 받아낸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러자 수잔이 "같이 가자"며 따라 나오고 둘은 서로 사랑에 빠져 있음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톰은 자신이 과거를 털어놓은 것이 사반나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구원했음을 깨달으며 수잔도 왜곡된 결혼생활을 청산할 결심을 굳힌다. 얼마 후 사반나는 완치되어 퇴원하고 톰과 수잔은 헤어질 때가 왔음을 알게 된다. 건강한 정신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톰은 아내와 화해하며 부모도 용서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톰은 다만 매일 퇴근하는 자동차 속에서 수잔을 가슴 저리게 그리워할 뿐이다. 여기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지나치게 나르시시즘에 빠져 만든 영화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연출력은 발군임을 과시한 영화다. 여성감독의 주특기라고 볼 수 있는 잔잔하고 섬세한 연출보다는 선이 굵고 대담한 연출을 보여 주었다. 팻 콘로이의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스트라이샌드는 스스로 수잔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연기는 차치하고라도 <사랑과 추억>에서의 스트라이샌드의 연출력은 인정받아 마땅할 만한 실력이었지만 아카데미상에서 감독 부문에 노미네이션조차 되지 못했다. 미국 페미니스트 평론가들은 이것을 아카데미의 보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오랫동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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