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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가오싱젠 장편소설 『영혼의 산(靈山)』

by 언덕에서 2010. 11. 1.

 

 

 

가오싱젠 장편소설 『영혼의 산(靈山)』 

 

중국 태생의 프랑스 소설가ㆍ극작가ㆍ평론가 가오싱젠(Gao Xingjian. 高行健. 1940∼)의 장편소설로,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샤머니즘과 유년의 기억, 천연 그대로의 자연을 통해 시원을 찾아가는 상상적 여행을 그려내고 있다. 1인칭, 2인칭을 오가는 독특한 시점과 유려한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샤머니즘과 유년의 기억, 천연 그대로의 자연을 통해 시원(始原)을 찾아가는 상상적 여행을 그려내고 있다. 1인칭, 2인칭을 오가는 독특한 시점과 유려한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영혼의 산』은 장편소설이지만 통상적인 장편소설과는 아주 다르다. 완결된 이야기도 없고 인물에 대한 묘사도 없으며 기행문, 감상문, 수필과 이론과 시론이 뒤섞여 있는 복합적인 형식이다. 작가인 '나'는 아내와 헤어진 후 폐암 선고를 받았으나 그것이 오진이었음이 밝혀져 새로운 삶을 얻는 경험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당국의 주목을 받는 요시찰 인물로서 작품 발표를 거절당하기까지 하자 그는 지난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여행에 나선다. '나'는 중국대륙을 가로지르며 원시림에 심취하고 여러 소수민족의 무속과 풍습에 대해 고찰하며 민요나 전설 등을 수집한다.

 한편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모색하려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자신과의 거리를 해소하기 위해 상상 속의 '나'인 '당신'을 만들어 내어 '당신'으로 하여금 영산을 찾아가게 한다. 장(章)을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나'와 '당신'은 결국 한 사람이다.

 원제는 <영산(靈山)>으로, 1982년 중국에서 쓰기 시작해 톈안먼사건(天安門事件) 직후 프랑스로 망명해 파리에서 완성하였다.  모두 8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행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작가인 ''는 아내와 헤어진 후 폐암 진단을 받지만, 이는 오진으로 밝혀져 밝혀져 새로운 삶을 얻는 경험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당국의 주목을 받는 요시찰 인물로서 작품 발표를 거절당하기까지 하자 '나'는 지난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여행에 나선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전설 속의 신비로운 산, '영산(靈山)'을 찾아 중국 남서부 오지를 향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목적은 영산 탐험과 함께 내면의 성찰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여행 중 ''는 또 다른 자아인 ''를 만난다. ''''와 대화하며 내면의 갈등과 고뇌를 드러낸다(소설은 ''''의 시점을 번갈아 사용하며, 현실과 환상,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서술 구조를 보여준다).

 ''는 여행길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소수민족, 승려, 학자, 예술가, 떠돌이 등 각양각색의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는 그들의 삶과 문화를 접하고,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는 장강 상류, 원시림, 고대 유적지 등 중국 남서부의 경이로운 자연과 문화를 탐험한다. 이 과정에서 ''는 민간 전설, 신화, 역사, 민속학,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에 심취하고, 고찰하며, 관심을 드러낸. ''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자연과 인간,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이어진다.

 ''는 여행 중에 신비로운 여인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삶의 열정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는 다시 혼자가 되어 여행을 계속한다.

 ''는 영산을 찾아 헤매지만, 그 실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험난한 자연환경,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영산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 등이 ''를 덮친다. ''와의 대화를 통해 ''의 내적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여행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또한 '그녀'의 부재는 ''에게 큰 상실감을 안긴다. '''그녀'를 그리워하며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방황한다. '그녀'와의 만남과 이별은 ''의 내면적 성숙을 위한 시련이자, 삶의 허무와 고독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오랜 방황 끝에 '나'는 마침내 영산이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이상향임을 깨닫는다. 영산은 물질적인 실체가 아닌, 정신적이고 영적인 추구의 대상이었다. '나'는 영산을 찾는 여정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삶의 진실에 가까워졌음을 인식한다.

 ''는 자기 내면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는 ''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양면성을 받아들이고 내면의 갈등을 해소한다. '' ''는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하나의 온전한 자아로 통합된다.

 영산 탐험은 ''에게 깊은 깨달음을 안겨주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는 영산을 찾았다는 사실보다, 그 여정을 통해 얻은 내면의 변화와 성장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여행은 끝났지만, ''의 내면적 탐구와 성장은 계속된다. 

중국 태생의 프랑스 소설가ㆍ극작가ㆍ평론가 가오싱젠(Gao Xingjian.高行健.1940-)

 

 

 소설은 ''의 이후 행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이는 독자에게 상상력을 발휘하여, ''의 삶과 영산의 의미를 스스로 해석할 여지를 제공한다. ''의 여정은 독자 자기 내면 탐험으로 이어지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도록 이끌어준다.

 이 작품은 두 명의 화자가 번갈아 등장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화자는 폐암 선고를 받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후 '영산’을 찾아가는 '당신’이고, 다른 화자는 티베트 고원과 쓰촨 분지를 여행하며 중국의 뿌리를 찾아가는 '나’이다. 이 두 화자의 여정은 중국의 역사, 문화, 사회, 그리고 개인의 문제를 깊이 있게 찾아간다. 또한 이 작품은 샤머니즘과 유년의 기억, 천연 그대로의 자연을 통해 시원을 찾아가는 상상적 여행을 그려내고 있다. 1인칭, 2인칭을 오가는 독특한 시점과 유려한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아래의 세 가지 면에서 특이점을 보인다.

 첫째, 고전 중국어의 다양한 스타일과 현대어를 결합하여 중국의 유산을 복원하고 있으며

 둘째, 민요와 전설, 환경오염, 중국 문화의 기원, 소수민족의 무속과 풍습, 문화혁명에 대한 고발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셋째, 기존 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대 문학에서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중국의 신화적 자료들을 통해 확인되는 '영혼의 산에 당도하는 험난한 여정의 서술을,  완결된 이야기도 없고 인물에 대한 묘사도 없으며 기행문, 감상문, 수필과 이론과 시론이 뒤섞여 있는 복합적인 형식이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단순하다. 작중 인물은 폐암 선고를 받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나 '영산'을 찾아가는 '당신'과, 티베트고원, 쓰촨(四川) 분지를 여행하며 중국의 뿌리를 찾아가는 '나'가 번갈아 가며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당신'은 곧 '나'의 또 다른 분신이자 상상 속의 '나'에 지나지 않는다.

 

 

 196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가오싱젠에게 시련을 안겨 주었다. 당국의 지식인 하방(下放)정책에 따라 시골로 강제 전출된 데다 아내에게서 버림받는 아픔까지 겹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이 써온 많은 원고를 불태워야 했던 기억은 "스스로에게 테러를 가하는 것과 같은 쓰라린 고통"으로 남았다. 그는 은밀하게 글쓰기를 계속했고 1979년 마침내 작품 출판과 외국 여행의 자유를 얻었다. 내면으로의 순례이면서 동시에 현실과 허구, 기억과 환상을 가로지르는 반성적 여정의 기록으로 평가되는 그의 자전적 소설 「영산(靈山)」(1982)과 내면세계를 더욱 깊이 탐색한 <한 사람의 성경(一個人的聖經)>(1999), 희곡 <버스 정류장> 등의 작품은 이미 여러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으며 곳곳에서 상연되고 있다. 30여 차례 국제적인 전시회를 가진 화가답게 자신의 작품집 표지를 손수 그리는 이 초로의 중국계 망명작가에게 프랑스 정부는 [문화예술훈장]을 수여했다. 문화대혁명과 톈안먼 사건(天安門事件: 1989) 등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헤쳐오면서 소설과 희곡을 통해 일관되게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옹호하며 사회주의의 규율에 도전했.

 가오싱젠은 장편소설 「영혼의 산」을 통해 중국의 신화와 풍습, 민요와 전설, 환경오염, 문화 대혁명의 참상에 대한 고발 등을 유장한 필치로 묘사하는 한편, 지도에도 없는 영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독자를 끌어들여 집단적 욕망과 모순된 사회구조 속에서도 개인의 삶에 대한 연민과, 살고자 하는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를 일깨운다.

 이 책의 원제인 '영산'은 결코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영혼의 산으로, 중국 문화의 원류이자, 현대인이 찾아야 하는 인간의 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소설은 여행기이자 신화서(神話書)이며, 현실과 환상, 기억과 역사가 어우러진 순례의 기록이기도 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 작품이 '문학적 보편성과 날카로운 통찰, 언어적 독창성으로 가득 차, 중국 소설과 드라마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이유로 [노벨문학상]에 선정하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