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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체 게바라? 윌터 살레스 작.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by 언덕에서 2011. 1. 5.

 

 

 

체 게바라? 윌터 살레스 작.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길에서 지내는 동안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 모든 것이 불공평하다.”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체 게바라가 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체 게바라를 게릴라 전사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게바라가 혁명 전사가 되기 전 의학도로서 남미를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담담히 재연하고 있다. 2004년 윌터 살레스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서 게바라는 친구와 함께 약 4개월에 걸쳐서 아르헨티나, 칠레, 안데스 산맥, 페루, 베네주엘라 등을 여행한다.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남미의 유명관광지가 거의 대부분 등장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안데스 산맥의 설경, 맞추픽추의 유적, 쿠스코, 아마존 등의 풍광을 즐길 수 있고 남미의 아름다운 춤을 볼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3살의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일명 푸세)는 호기심 많고 열정이 넘치는 젊은이다. 그는 엉뚱한 생화학도이자 마음이 맞는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4개월간 전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결심한다. 낡고 오래된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모터사이클에 몸을 싣고, 안데스산맥을 가로질러 칠레 해안을 따라 사막을 건넌 후, 아마존으로 뛰어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푸세는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고 있지만 젊은 날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만은 누구보다 드높다.

 당찬 각오로 이들의 여행은 시작됐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하나밖에 없는 텐트가 태풍에 날아가고, 칠레에서는 정비사의 아내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오해를 받아 쫓겨나기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한 이동 수단인 모터사이클마저 소떼와 부딪쳐 완전히 망가지면서 여행은 점점 고난 속으로 빠져든다.

 그들은 모터사이클 대신 걸어서 여행을 계속한다. 점점 퇴색 되어가는 페루의 잉카유적을 거쳐 정치적 이념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몰리는 추끼까마따 광산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던 현실과는 다른 세상의 불합리함에 점차 분노하기 시작한다.

 

 

 또한 의대생인 푸세는 여행 중 나병을 전공하고자 하는 희망에 따라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나환자촌 산빠블로에 머무르게 된다. 푸세는 나병은 피부로 전염되는 병이 아니라며,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환자들과 악수하고 가깝게 어울린다. 이런 행동은 이 곳에서 금지된 행동이었지만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그의 모습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감동시킨다. 그리고 푸세 자신 또한 점점 마음속에서 새롭게 타오르는 빛나는 의지와 희망을 느낀다.

 푸세는 이 8개월간의 여행을 거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자라남을 느낀다. 길 위에서 새로운 세상의 목마름을 깨닫게 되는 23살의 청년 푸세가 바로, 훗날 역사상 가장 격정적이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추앙 받은 ‘체 게바라’다.

 

 

 이 영화를 살펴보면 게바라가 여행 중 보았던 불의와 불공평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마구간에서 잠을 자는 노동자들, 농장에서 쫓겨나는 농부들, 봉급을 받지 못하는 광산 노동자들, 잉카문명을 유린하고 파괴한 스페인 제국주의,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린이들, 경찰을 매수하는 지주들을 보면서 게바라는 분노를 느낀다. 눈에 보이는 풍광은 장엄한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부조리하고 왜소한 것이다. 게바라가 이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평범한 의사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이 한 번의 여행이 그의 삶을 혁명가의 인생으로 바꾼 것이다. 좌파니, 우파니 따지지 말고 젊은 학생들이 이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다. 이상을 가질 때 항상 그 뿌리는 현실에 둘 것. 지구 상에 굶주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인간다운 삶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는 2004년 칸영화제 기술상과 2005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