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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세르지오 코부치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 <장고 (Django)>

by 언덕에서 2011. 1. 10.

 

 

세르지오 코부치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 <장고 (Django)>

 

 

 

 

<장고>는 1966년 이탈리아 세르지오 코부치(Sergio Corbucci)가 감독한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대표작 중 하나로, 독특한 캐릭터와 폭력적인 연출, 그리고 사회적 주제를 담은 영화이다. 복수를 위해 떠도는 고독한 남자 장고(Django)가 황량한 마을에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르지오 레오네와 함께 '이탈리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양대 산맥으로 분류되는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의 <장고>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시작을 알리는 컬트 클래식으로 불린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특징은 이탈리아인이 만든 미국 서부극이라는 점이다. 미국인의 시각이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미국 근대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현실적인 감각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이후 서부극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수많은 후속작과 리메이크, 패러디에 영향을 끼쳤다.

 <장고>는 역사적 배경과 맥락에서 볼 때,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면서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독특한 서사를 창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장르의 영화로,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미국 웨스턴 영화의 틀을 깬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기존의 웨스턴 영화에서처럼 선과 악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정의감에 바탕을 둔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서로 자신의 이익이나 복수를 위해 싸울 뿐 선악의 경계는 아예 없다.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는 서부극이지만 미국에서 촬영되지 않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주로 촬영되었고 언어 역시 이탈리아어가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정통 서부극에 비해 비주류에 해당되며 격조가 떨어지고 잔인하고 치졸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조차 삼류 서부극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유럽 영화계에서는 미국에서 만든 서부극들이 정의와 양심, 도덕과 같은 덕목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건국이념을 드높이는 선전도구로 활용될 정도로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반면, 스파게티 웨스턴은 온갖 술수와 폭력이 난무하던 19세기 서부상을 더욱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어쨌든 정통 서부극의 서자 취급을 받던 스파게티 웨스턴은 시대가 거듭될수록 긍정적인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영화 <장고>는 개봉 당시 역대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평과 함께, 영화가 제작된 이탈리아에서조차 18세 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마을이 배경이다. 영화는 장고가 무거운 관을 끌고 황량한 풍경을 지나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장면은 장고의 상징적 이미지가 되었고, 그가 복수를 다짐한 인물임을 암시한다. 장고는 유령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황량하고 음습한 마을을 지나가다 멕시코 반군들에게 고문당하는 백인 여인, 마리아를 구한다. 마리아는 과거 잭슨 소령이 이끄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해 학대받던 여성인데 이번에는 멕시코 반군들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있었다.

 

 장고는 마을에 도착해 그곳이 잭슨 소령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잭슨은 마을을 철권으로 다스리며 멕시코 반군들과도 대립하고 있다. 장고는 잭슨의 부하들을 무자비하게 처치하고, 잭슨에게 원한이 있음을 드러낸다. 마을은 사실상 멕시코 반군과 잭슨 소령 두 세력의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으며, 장고는 이를 이용해 자신만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장고는 멕시코 반군의 리더이자 과거 친구였던 후고 로드리게스와 재회하게 되고, 그들과 손을 잡고 잭슨의 금을 훔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배신과 갈등이 벌어지며, 장고는 계획이 실패한 뒤 큰 위기에 처한다. 그는 금을 손에 넣었지만, 반군들에게 배신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가까스로 탈출한다.

 다친 장고는 몸을 추스르고 다시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이제 잭슨과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며, 잭슨 역시 장고를 처치하기 위해 교회에서 그를 기다린다. 영화의 절정에서는 장고가 상징적으로 잭슨의 무리와의 최후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펼쳐진다.

 

 결국, 장고는 잭슨과의 마지막 결투에서 승리하고 자신의 복수를 완성한다. 영화는 장고가 떠나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며, 그의 복수 여정이 끝났음을 암시한다. 그는 고독한 영웅으로 남아, 자신의 길을 홀로 떠난다.

 

 

 영화의 이야기는 남북전쟁 직후 미국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이 시대의 여러 요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가 반영한 역사적 배경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장고>의 주요 배경은 남북전쟁(1861-1865) 직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미국 서부이다. 이 시기는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기였으며,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갈등이 여전히 깊었던 때였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북부와 남부 간의 사회적 긴장이 여전히 높았다. 특히 남부에서는 전쟁 후 폐허가 된 사회 경제적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영화에서 잭슨 소령의 세력은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적 태도를 지닌 남부의 과격한 인물들로 표현된다. 이는 당시 ‘쿠 클럭스 클랜(KKK)’과 같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부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남북전쟁 후 남부에서는 노예 해방과 흑인들의 권리 증대에 반발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다. 영화에서 잭슨의 집단이 멕시코인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당시 남부에서 인종차별과 폭력이 지속된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영화는 또한 멕시코 혁명과 미국 서부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멕시코 반군은 당시 멕시코에서 벌어졌던 ‘멕시코 혁명(1910-1920)’과 연결된다. 멕시코 혁명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기 위한 투쟁으로, 이 과정에서 반군들이 조직되었고, 이들은 종종 미국 국경 근처에서 활동했다. 영화 속 장고는 멕시코 반군의 리더인 후고 로드리게스와 협력하는데, 이는 국경 지역에서 미국인과 멕시코 반군 간의 실제적 갈등을 반영한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걸쳐 미국과 멕시코 간에는 여러 갈등이 있었다. 미국 남서부 지역은 이전에 멕시코 영토였으며, 1846~1848년의 미국-멕시코 전쟁 후 미국에 병합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영화에서 멕시코인들과 미국인들 간의 긴장감과 갈등으로 나타난다. 멕시코 반군과 잭슨의 집단 간의 대립은 이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실제적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모습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던 인종차별과 폭력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잭슨 소령은 흑인이나 멕시코인을 차별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형상화한 인물이다. 이는 남북전쟁 이후 미국 사회에서 벌어졌던 많은 백인 우월주의 폭력 사건들과 연결될 수 있다.

 서부 개척 시대는 미국 역사에서 법과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혼란기였다. 서부 지역에서는 법의 공백 속에서 폭력과 무질서가 난무했고, 영화에서 묘사되는 인물들의 폭력적인 삶 역시 이를 반영한다. 장고가 맞닥뜨리는 적들은 법과 질서가 무너진 상태에서 살아가는 이들로, 당시 서부 지역에서 벌어진 폭력적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