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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50년 전의 기괴한 영화 - 김기영 작. <하녀>

by 언덕에서 2010. 12. 27.

 

 

50년 전의 기괴한 영화 - 김기영 작. <하녀>

 

 

 


<하녀>는 1960년에 김기영 감독이 만든 스릴러 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를 연전 EBS 주말의 영화를 통해 보았다. 금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해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중산층 가정에 하녀가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날 밤, 하녀는 일하는 집의 가장인 동식과 관계를 맺게 되고 이후 하녀는 이 가정을 조금씩 파괴해 간다. 당시 명보극장에서 개봉, 10만이라는 관객을 모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오늘날에도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임상수 감독이 이를 리메이크하여 <하녀>(2010)란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2008년 세계 영화 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동식(김진규)은 방직공장의 음악부 선생이자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 방직공장의 음악선생인 동식은 헌신적인 아내(주증녀)와 함께 다리가 불편한 딸, 어린 아들 창순(위의 사진 우측 : 안성기)을 보살피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잘 생긴 외모로 인해 여공들에게 흠모 이상의 지나친 관심을 받고 난감해진다. 집을 근사하게 리모델링한 지 얼마 후 손바느질로 맞벌이를 해온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하녀를 찾기로 결심한다.

 어느날 동식은 금천에서 일어난 하녀의 살인사건 기사에 흥미를 보인다. 미남 선생으로 인기가 높던 동식은, 어느날 여공 곽선영에게서 연애편지를 받는다. 편지를 받은 동식은 이를 기숙사 사감에게 알리고, 이로 인해 곽선영은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한편, 곽선영에게 연애편지를 쓰라고 부추겼던 그녀의 룸메이트인 조경희(엄앵란)는 동식의 새 집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다니게 된다. 그러던 중, 동식은 과로로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조경희에게 하녀를 소개해 줄 것을 부탁한다. 조경희는 공장 여급으로 있던 하녀를 소개시켜 주고, 하녀는 동식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동식의 저택에 입주살이를 시작한 하녀(이은심)는 담배를 피고, 쥐를 때려 잡는 등 기묘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큰 사건 없이, 동식의 집안은 단란하고 화목한 생활을 한다. 셋째를 임신한 아내는, 휴양차 친정에 가고, 그 사이 공장을 관둔 곽선영의 사망 소식이 전해져 온다. 조경희와 동식은 곽선영의 장례식에 다녀오고, 그날 밤 조경희는 동식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동식은 불장난 따위에 가정을 망칠 수는 없다며 조경희를 매몰차게 거절한다. 이에 모욕감을 느낀 조경희는 집을 떠나고 이를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던 하녀는 동식을 유혹해 불륜의 육체관계를 맺는다.

 

 

 

 친정에 갔던 아내(주증녀)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동식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하녀는 동식에게 자신은 이제 동식의 첩이라며 시시때때로 동식에게 접근해오고, 이에 동식은 당혹스러워한다. 결국 동식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에게 자신과 하녀 사이에 있었던 일을 고백한다. 이를 들은 아내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분개한다. 그리고 아내는 하녀를 설득해 뱃속의 아이를 유산시키도록 한다. 아이를 잃은 하녀는 점점 난폭해져가고, 그 와중에서 아내는 셋째 아이를 낳는다. 주인집의 세 아이를 보면서 자신을 유산하도록 한 동식 부부에 분노를 느낀 하녀는 결국 아들 창순을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게 만든다. 이윽고 하녀는 이 모든 사실을 공장에 알리겠다며 협박하고, 결국 하녀는 집의 권력 구조를 장악하게 된다. 하지만 곧, 하녀는 자신은 자살할 것이라며 동식에게 자신과 같이 독약을 마시면 죽어주겠다고 한다. 동식은 마지못해 하녀와 독약을 들이킨다. 그러나 마지막만큼은 하녀 옆에서 맞이할 수 없다면서 아내의 곁으로가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

 

 

 

 이 영화는 시골에서 상경한 여성노동자, 중산층 대열에 합류하고픈 가장 등 근대화가 진행 중인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캐릭터들, 복층 구조의 현대식 가옥 내부에서 벌어지는 밀실공포라는 독특한 공간적 설정, 보는 이의 신경을 자극하는 극적 서스펜스 구조 등은 이 영화를 차별화되고 세련된 작품으로 올려놓는 데 일조했다. 지금은 국민배우로 칭송받는 안성기의 어린 모습과 만년소녀로 불리던 엄앵란의 전성기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는 영화이다. 

 1990년대 말부터 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은 재조명을 받아 `재발견`이라 일컬어지며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하녀’는 그의 대표작답게 프랑스 최고 권위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 장 미셀 프로동, ‘분노의 주먹’, ‘디파티드’ 등을 만든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 등의 찬사를 받으며 마니아의 영화에서 세계 영화 팬들의 영화로 격상되었다.

 

 

 

 그리고 2010년 우리나라 영화계는 50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거대한 걸작의 표본이 된 ‘하녀’의 예술성과 존재감에 다시 한 번 압도되고 있다. 임상수 감독이 다시 만든 영화가 그것인데 전도연이라는 최고의 배우가 주연을 맡은 2010년 리메이크 ‘하녀’가 등장한 것처럼 동시대 국내외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배우 그리고 관객들은 50년 전의 이 기이한 영화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 극중 하녀역을 맡은 이은심은, 이 영화가 첫 주연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영화 이후 단 2편 영화만을 더 찍었는데, 이는 당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영화 속 하녀를 보면서 '저 년 잡아 죽여라'라고 외칠만큼 극중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