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화 장편소설『리남행 비행기』
김현화(1968~ )의 장편소설로 2007년 발표되었다. 제5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지난 2000년 ‘국어문화운동본’에서 한 해 동안 우리말로 씌어진 글 중 가장 빼어난 글을 쓴 이에게 주는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서정적이고 간결한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리남행 비행기』는 봉수네 가족이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거쳐 태국을 통해 리남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이 긴장감 있게 그려진 청소년소설이다.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인간애와 가족애를 잃지 않는 봉수네 식구들의 모습이 진한 감동을 주며, 천진한 봉화의 캐릭터를 비롯하여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열다섯 살 봉수는 할아버지 은효만 씨, 아버지 은장도 씨, 어머니 김매옥 씨, 삼촌 은영도 씨 그리고 여동생 봉화와 함께 따뜻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탈북을 하려다 되돌아온 동생 일로 곤란을 겪던 은장도 씨는 자신이 책임을 맡은 석탄을 빼돌려 돈을 마련하다가 은영도 씨가 탄광 사고로 죽자 두만강을 넘는다. 그러나 애꾸눈 사내에게 속아 인신 매매단에 끌려가기도 하는 등 고난은 그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가족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를 하나둘 해결해 나간다.
그러나 흙탕물 속에서도 연꽃이 피듯이 사기꾼, 인신 매매단, 중국 공안, 북한 보안원들이 탈북자들을 노리는 속에서도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사람은 어디서나 있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따퉁에서 시안까지 그리고 봉수네 가족들과 헤어진 상황에서 그들을 찾아 찡홍까지 달려온 김정옥 목사는 말할 것도 없고, 6ㆍ25 전쟁 때 조선 처녀로부터 도움 받은 인연으로 시안에서 충칭까지 데려다준 왕씨 노인, 처음에 봉수네 돈을 훔쳤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돈까지 보태준 꽃제비 양호 그리고 약초를 파는 촌로 등을 만나며 조금씩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마지막 순간, 가족을 위해 자신만 붙잡힌 은효만 씨의 희생으로 봉수네는 리남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작가는 1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우리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음에도, 그 몇 배의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올 날을 기다리며 중국 땅에 살고 있음에도,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북녘 동포들이 바로 이웃해 살고 있음에도 그들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작가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우리 눈앞에 절절하게 펼쳐 보인다. 굶주림으로 몇 백 만 명이 죽어가는 나라, 생사를 넘나드는 도강, 넘어간 나라에서 벌어지는 그곳, 도강한 국가의 경찰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인신매매단의 위협, 단돈 몇 만원에 팔려가는 꽃다운 처녀들, 생사를 넘나드는 떠돌이 생활……. 이것은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어느 극빈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마치 속도감 있고 아슬아슬한 에피소드로 관객을 홀리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탈북자들이 겪는 100% 실제 상황이다.
‘새터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 수는 이미 2만 명을 넘어선 상태이며, 그보다 훨씬 많은 수(10만 명 추정)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위태로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남한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은 탈북자(새터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다. 탈북자 가운데 누군가는, “남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공부를 많이 했든 돈을 많이 벌든 그저 무지하고 위험한 이방인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생사를 넘나들며 넘어온 남한이건만,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들 중 “이민을 가고 싶다”고 한 이들은 65~70%였고, 30~50%의 응답자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런 그들을 가리켜 남한 사람들은 자본주의나 민주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격자 정도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나 실상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월감에 빠진 것은 남한 사회가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
새터민에 관해서 감성으로 호소하는 이 소설은 청소년이 읽으면 좋은 소설이다.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서 다음 세대를 이어받을 동량들이 시대의 아픔이 무엇인지, 같은 민족으로서 기성세대는 얼마나 부끄러운 존재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쓴 김현화는 1968년 대전에서 태어났고, 충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에 동화 「천도복숭아」로 [문학세계]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 「미술관 호랑나비」로 [눈높이아동문학상]을 각각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0년에는 동화 「소금별 공주」로 국어문화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청소년소설 『리남행 비행기』로 제5회 [푸른문학상] ‘미래의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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