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단편소설집 『나비넥타이』
번역가·소설가 이윤기(李潤基.1947∼2010)의 단편소설로 2000년 발표되었다. 이윤기는 유명대학의 언어학이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채 독학으로 영어와 일어를 공부했다. 영어와 일어로 문학을 만나고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월남이라는 전쟁터에서 군복무를 할 때였다고 한다. 이윤기의 대표 작품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집 「나비넥타이」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다. 모두 15편의 소설이 들어 있는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졌던 작가의 소설을 하나로 묶어놓은 것이다.
전반적인 그의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섬세한 표현과 부드러운 단어들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절제된 단어와 유난스레 은유적인 표현이 많은 이유는 그가 영문 번역작업을 많이 했던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단편집에서는 소설의 중요 기교인 엇갈림과 반전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부의 소제목은 <하얀 헬리콥터>로 <손님>, <크레스튼 비치>, <하얀 헬리콥터>, <미친개1>, <미친개2>, <가설극장>, <패자 부활>로 구성되며 <패자부활>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월남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전쟁터에서의 발생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의 긴박함과 동시에 그러한 것들의 덧없음의 위트가 숨어있다. 이윤기는 월남전을 경험했기에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긴장감과 그 안에서 느꼈을 전우애 등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데뷔작인 「하얀 헬리콥터」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 병사가 부상당해서 죽어가고 있다. 대원들은 후송 헬리콥터를 요청해 두고 그 헬리콥터가 앉을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베고 있는 중이다. 나무 베는 소리 때문에 적에게 위치가 알려져 언제 집중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다. 모든 대원들은 극도로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말은 거칠어 진다. 이러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려내는 작가의 태도는 냉정하다. 작가는 부상당한 병사마저 평소 야비한 짓으로 대원을 괴롭혔던 인물로 설정한다. 그리고 결말 또한 그 병사의 죽음으로 정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비정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작가는 가혹한 상황과 거친 대화의 밑바닥에 인간과 삶에 대한 긍정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깔아놓고 있다. 이것은 월남전을 소재로 한 기타 작품에서 두루 확인되는 사항이다.
「패자 부활」은 이복형제라 여겨 동생과 아버지를 미워하고 상처 주며 자신을 항상 패자라고 여겼던 형의 시선으로 쓴 이야기이다. 공사장을 배경으로 하여 형은 건축기사로 동생과 아버지는 인부로 만나게 되어 수직적인 관계를 만든다. 여기서 비계공(飛階工)이라는 소재가 등장한다. 건설 현장에서 건물이 설 자리에다 전나무 원목을 얽고, 그 사이에다 장나무나 널나무를 깔아 인부들이 딛고 다닐 발판을 만드는 사람들이 비계공이다. 이 소재는 작가의 직접 체험에서 얻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만큼 사실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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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의 소제목은 <나비 넥타이>로 「나비 넥타이」, <떠난 자리>, <구멍>, <뱃놀이>, <갈매기>, <낯익은 봄>, <직선과 곡선>, <사람의 성분> 등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2부의 8개 소설에는 인간의 내면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장 자세하게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전혀 모르는 게 사람과 사람간의 일이고 사람의 속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직선과 곡선」은 사람의 성분과 인간에 대한 신뢰에 관한 이야기다. 숨은 그림 찾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하나만을 찾았다고 해서 전부를 찾았다고 할 수 없는 숨은 그림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내가 가진 사고 속에 수많은 내가 존재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상대도 다양한 사고를 가졌을 테고 또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숨은 그림 하나만을 볼 게 아니고 전체의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우리는 어떻게 달라질까?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숨은 그림을 가지고 있을까? 상대가 나를 찾을 수 있게 힌트는 주고 살고 있는지 우선은 자기 자신을 살펴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비 넥타이」는 노수라는 인물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 속의 화자는 노수와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이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고, 그런 만큼 화자는 노수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자는 노수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했음이 밝혀진다. 가장 많은 것을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사이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나의 친구를 나의 가족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답을 찾을 수 없는 나를 발견한다.
이윤기의 단편소설집 <나비넥타이>는 문학적 미니멀리즘에 대한 그의 통달과 인간 조건에 대한 통렬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예이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편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윤기는 인간 관계의 미묘함, 실존적 딜레마,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서사를 만들었다.
타이틀 스토리 「나비 넥타이」는 정체성과 순응에 대한 우화적인 탐구이다. 나비넥타이를 올바르게 매는 것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작가는 자기인식과 사회적 기대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주인공의 집착은 성공과 예의라는 엄격하고 사회적으로 구성된 이미지를 고수하라는 압력에 대한 은유가 되며, 궁극적으로 그러한 추구가 성취 또는 소외로 이어지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단편집의 다른 이야기들도 삶에 대한 심오한 명상으로 펼쳐지는 평범해 보이는 사건들에 비슷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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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은 간결하고 경제적인 산문과 신중하게 선택한 몇 가지 세부 사항만으로 깊은 감정적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종종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조용한 투쟁에 초점을 맞추며 친밀하고 개인적인 렌즈를 통해 보편적인 진실을 드러낸다. 단편집의 절제되면서도 심오한 내러티브 스타일은 독자들이 일상 생활의 숨겨진 복잡성에 대해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단편집 <나비넥타이>는 문학적 깊이와 철학적 함축으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하여 작가는 삶의 여러 숨은 국면을 한장 한장 들쳐낸다. 이것은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인데 평생 친구인 노수의 숨은 고통을 화자가 전혀 모를 정도로 삶은 수심이 깊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쨌든 우리는 누구나 『나비넥타이』를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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