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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훈 장편소설 『현의 노래』

by 언덕에서 2010. 9. 8.

 

김훈 장편소설 『현의 노래』

 

 

 

 

김훈(金薰.1948∼ )의 장편소설로 2004년 발표되었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위인전을 읽는 것으로 독서습관을 키워왔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강감찬 장군, 신사임당……. 그러다 계속 읽던 위인과는 뭔가 다른 사람의 생애도 접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이가 우륵이 아닐까 한다. 그가 왜 위인일까? 나라도 망하고 지배국 치하에서 목숨을 부지했을 뿐인데?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위인전에서의 우륵의 생애는 다음과 같다. 

 우륵은 낙동강 가에 위치한 대가야의 성열현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음악적인 재주가 뛰어 났으며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승을 만나 중국의 쟁이라는 악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그 스승의 소개로 궁중의 악사가 되었다. 가야국의 가실왕은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였으므로 재능이 뛰어난 우륵에게 가야의 악기를 만들어 볼 것을 권하였다.

 우륵은 피나는 노력 끝에 가야금을 완성하고, 가야금을 위한 12곡의 노래도 지어냈다. 그러나 나라가 기울어지고 차차 가야금에 대한 관심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자, 가야금 전파에 뜻을 두었던 우륵은 제자 이문과 함께 신라로 떠났다.

 우륵은 신라의 변두리 지방인 낭성에 살며 가야금을 퍼뜨릴 기회를 기다리던 중, 진흥왕에게 불러 가 하림궁에서 신라의 번영과 왕을 칭송하는 곡을 만들어 불렀다. 진흥왕은 우륵을 몹시 아끼고 사랑하여 그로 하여금 가야금을 신라에 전하여 줄 것을 청하였다.

 그리하여 진흥왕은 신라의 땅에서 음악에 몰두하게 된 우륵에게 계고, 법지, 만덕의 세 제자를 보내어 전수토록 하였다. 마침내 우륵의 음악은 신라뿐만이 아니라 일본에까지 전해지게 되어 신라금이라고도 불리었다.

 세 제자는 스승의 뜻에 따라 자만하지 않고 연구를 거듭하여 새로운 가야금 100여 곡을 창작하여 남겼다.

 어느 새 조국을 떠나 신라에서 창작에 전념하던 우륵은 빠른 세월 속에 백발의 노인이 되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우륵박물관에 전시된 우륵 초상화>


 

 그런데 『현의 노래』는 우륵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는 큰 틀은 그러한 줄거리를 취하고 있는데 조금 색다른 이야기들이 불쑥 틔어 나온다.

 가야는 왜 망했을까? 물론 국력이 약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만 다른 원인은 없었을까? 물론 소설적인 추리에 불과하겠지만 김훈은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순장제도'와 신라장군 ‘이사부’이다.

 가야가 실시했던 순장제도는 왕이 살아있는 백성을 위하지 않고 죽어서 까지 권력을 가지려는 과한 욕심에서 실시되었다. 그것이 민심의 이반을 일으켰고 종국에는 망국으로 끌고 갔다고 암시하고 있다. 가야에서는 왕이 죽으면 가신들 50여명을 산채로 매장시켰다. 한국에서는 고대국가에서 순장의 습속이 있었다. 중국의 <삼국지>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부여조(夫餘條)’에 보면 부여에서는 귀인(貴人)이 죽으면 ‘사람을 죽여서 순장을 하니, 그 수가 많을 때는 100명에 이르렀다(殺人殉葬 多至百數)’라 하여 순장의 풍속을 전한다.

 

 

  <고령 가야의 순장터>

 

 또한 <삼국사기> 신라본기(新羅本紀) 지증왕조(智證王條)에는 ‘502년(지증왕 3) 봄 3월에 명령을 내려 순장을 금하였다. 그 전에는 국왕이 죽으면 남녀 각 5명씩을 죽여서 순장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이를 금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로 보아 신라의 순장 습속은 국초에서부터 전해져 왔음을 알 수 있고,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부여와 같은 문화권에 있는 고구려, 백제에서도 순장의 풍속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국력이 약한 소국 집단인 가야연맹이 나라마다 순장을 실시했으니 민심이 이반되고 망국으로 가게되었다는 논리는 아주 적절해 보인다.  이와 같이 순장은 세계의 고대문명지역이나 그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것이다. 그러나 노예의 노동력, 처첩 등의 인격이 중요시되면서 순장은 차츰 사라지고, 여러 가지 대용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현의 노래』에서는 신라 병부령 이사부의 이야기가 꽤 길게 나온다. 이사부는 아슬라주 군주로 우산국을 정벌하여 신라로 복속시킨 장군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그는 치밀한 지략가였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장수로서, 70살 노령까지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전쟁터에서 생을 마감하는 전형적인 무인으로서 부활한다. 대장장이 야로 부자를 죽이는 내용이라든지 우륵을 보살펴준 내용, 온돌방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것들을 보면 늙은 여우로 대변되는 아주 노련한 장수이자 정치인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야금의 원래 이름은 금이고 가야에서 왔다 하여 가야금이 되었고 12줄인 이유는 1년이 12달이어서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문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우륵인 까닭은 아마도 우륵이란 인물이 가야금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를 하여 그리 되었을 것이다.

 

 

 < 현대의 과학으로 복원된 1500년전의 가야국의 순장 소녀>


 『현의 노래』는 가야의 멸망과 함께한 우륵의 이야기와 가야의 순장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가야금을 만드는 과정도 사실적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멸망하는 나라를 버리고 신라로 옮겨가서 음악을 계속 이어가는 모습과 음악은 살아있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작가의 메시지라고 판단된다.

 김훈의 소설에서 보이는 희망은 희망이 여러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음풍농월하는 것이라 한다. 그는 또 음풍농월 하면서도 당대의 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훈이 언어로 붙잡고자 하는 세상과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선상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는 선원들이기도 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는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민망하게도 혹은 선정주의의 혐의를 지울 수 없게도 미인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는 현미경처럼 자신과 바깥 사물들을 관찰하고 이를 언어로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하며, 무엇보다도 어떤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하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느낌을 메타적으로 보고 언어로 표현해낸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진우는 그를 일러 '문장가라는 예스러운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세대의 몇 안 되는 글쟁이 중의 하나'라고 평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