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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임태희 장편소설 『쥐를 잡자』

by 언덕에서 2010. 7. 26.

 

임태희 장편소설 『쥐를 잡자』 

 

 

임태희(1978~ )의 장편소설로 제4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2007년 출간되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고1 여학생의 낙태와 자살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의 성문제와 그에 따른 현실을 그린 청소년소설 『쥐를 잡자』는 쥐가 주는 상징성이나 호기심이 긴장감을 유발시키며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작품이다. 주홍이와 엄마와 담임선생님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이 효과적이다. 임신과 낙태를 직접 겪어야 하는 소녀와, 그녀를 둘러싼 가장 가깝고도 무기력한 두 인물의 심경이 잘 묘사되었다. 읽는 내내 주인공들과 똑같이 가슴 아프고, 외롭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읽고 나면 슬프고도 허탈하다.

 이 책의 저자인 임태희 작가는 청소년 소설『쥐를 잡자』,『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동화집『내 꿈은 토끼』등의 작품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고1 여학생 주홍이가 주인공이다.  주홍이 집에는 큰 쥐가 한 마리가 산다. 희번덕거리는 두 눈, 거칠고 윤기 없는 회색 털의 몸뚱이, 찍찍대는 듣기 싫은 소리……. 쥐는 주홍에겐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다. 주홍이는 고등학생이라고는 하지만 생명의 잉태를 축복으로 받아들이기엔 아직은 어린 소녀이다. 학교도, 엄마도, 주홍이 자신도 생명의 소중함이나 고결함, 축복, 기쁨 따위를 감상할 수 있을 만큼 현실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홍이에게는 도움이 절실하다. 과거에 자신도 미혼모였던 주홍이의 엄마도, 이제 막 발령받은 초보 담임선생도, 친구들도 주홍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홍이에게는 세상에서 외떨어진 미혼모가 되거나, 낙태를 하거나, 자살을 하는 방법 밖에 뾰쪽한 수가 없다.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인 주홍이와 엄마와 담임선생님은 모두 마음속에 큰 쥐 한 마리씩이 웅크리고 있는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주홍이는 당장 눈앞에 닥친 '쥐'가, 엄마는 과거 주홍이와 같은 일을 겪으며 풀지 못한 자신의 어머니와 사회와의 앙금이, 또 선생님은 교사로서 학생들을 첫 대면하며 그들과 소통할 수 없는 단절감이 서로를 멀게 바라보게 하고 있다. 미혼, 낙태, 자살 세 가지 방법 중에서 고민하는 주홍이는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된다. 주홍이의 마지막 선택을 계기로 엄마는 화해와 용서를, 선생님은 인터넷상에서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가며 조금씩 자기 안의 쥐를 몰아내는 용기를 보여준다. 

 

 

 

 소설의 발단이 주홍이의 임신임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책임이 있는 상대방에 대해 일언반구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것은 오직 '임신과 낙태를 겪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인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매우 절제된 듯한, 그래서 매우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느껴지는 문체로 인해 허공에 떠있는 이야기의 조각조각을 끼워 맞춰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를 이처럼 직접적이고 극명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 당사자와 주변인이 느끼는 혼란과 아픔을 만나고 청소년 성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이 작품 『쥐를 잡자』는 이런 절박한 상황에 몰린 우리의 10대에게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훈계나 질책이 아닌 따뜻한 손길과 함께 문제 해결책을 고민해 주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성에 대히 여전히 취약한 우리 청소년의 현실을 돌아보고 위험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동시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고1 여학생과 담임교사, 엄마가 번갈아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강렬하고 흡인력이 있으며 성에 대해서 여전히 취약한 우리 청소년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