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Gypsy)는 어떤 사람들일까?

 

 

집시(Gypsy)는 어떤 사람들일까?

 

 

한스 벨첼이 촬영한 1930년대 집시가족 사진 [출처: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집시 추방 나선 佛 사르코지 국내외 비판 고조 <조선일보 : 2010. 8/25>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집시(Gypsy) 추방에 나선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프랑스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비판여론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르코지 정부는 불법 체류 집시들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집시 캠핑촌을 해체하는 한편 불법 체류 집시들을 고향인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등지로 추방하고 있다. 현재까지 220여 명을 추방했고, 이달 말까지 850명을 추가 추방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엔 인권기구와 로마 교황청 및 해외 언론들이 집시 추방을 인종차별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프랑스 정계 주요 인사들도 일제히 비판 대열에 동참하면서 사르코지를 궁지에 빠트리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2일 하계 별장을 방문한 프랑스 순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예수는 민족과 언어를 초월해 인류를 하나로 연결했다. 종교인들은 출신에 상관없이 외부인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집시 추방 정책을 비판했다.

 한때 사르코지의 총애를 받았던 라시다 다티(Dati) 전 법무장관도 일간지 르 몽드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민자와 범죄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치안 이슈를 앞세워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외국인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집시의 명칭은 무엇을 의미할까?

 

<오페라 '카르멘'의 한 장면 ; 집시의 생활상과 자유에의 갈망 등을 생동감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떠돌아다니는 민족 집단 집시는 그 명칭에 관한 유래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소아시아의 프리기아에서 마니교의 한 종파인 아팅가노이에서 파생했다고 하는 설로서, 독일어의 치고이네르(Zigeuner), 프랑스어의 치가느(Tsiganes) 등을 들 수 있다. 또 하나는 이집트인이라는 의미의 명칭에서 파생한 것으로, 영어의 집시(Gypsy)와 에스파냐어의 히타노(Gitano) 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모두 유럽인의 입장에서 본 것으로 동방에서 찾아온 미지의 민족에 대한 잘못된 출신지 추정에서 나온 것이다. 집시들 자신은 롬(Rom, Lom)·로마(Roma)·돔(Dom)이라고 자칭하는데, 이것들은 모두 ＜인간＞을 뜻한다.

 

 

집시는 어디서 온 민족일까? - 전설에 의거하여

 

<루마니아에서 열린 국제 집시의 날 기념식에서 집시들이 춤을 추고 있다. 루마니아의 2200만명의 인구 가운데 2.5%는 집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시(Gipsy)란 이름은 원래 영어로 ‘이집트에서 온’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영국인들이 집시의 발원지를 이집트라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 집시를 접한 영국인들은 이들이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이라 여기고 에집티안(egyptian)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두음 소실에 의해 변화를 겪으면서 집시안(gipcyan)의 역성(逆成)인 집시(gipsy)로 불리게 된 것이다.

 영국인들이 집시를 이집트인이라고 보는 학설의 근거는 대부분 전설에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1세기경 로마제국의 통치자들은 그리스도교 세력을 조기 진압하기 위하여 가혹한 탄압과 처형이라는 맹공을 택한다. 당시 이집트에는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고, 가난한 이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탄복하여 그를 동정하고 안타까워하던 하층민도 꽤 많았다. 이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야장(대장장이)을 따라나서며 고향인 이집트를 등지고 끝없는 유랑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들이 집시의 기원이 된 이집트인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근거는 프랑스인에 의해 남겨진 기록이다. 1427년 겨울, 파리에 나타난 한 무리의 집시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이집트인이라고 소개한 후 고향을 더나 만리타국에 까지 건너오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들에 의하면, 자신들은 그리스도 세력에 정복당한 후 자발적으로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여 착실히 신앙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아랍 세력이 밀려들면서 강압에 의해 이슬람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받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러한 내용을 전해 들은 유럽의 여타 그리스도교 국가들은 아랍권의 이와 같은 행위가 그리스도교 세력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 여기고, 이슬람 세력을 응징한다는 성전의 명분을 내세워 두 차례나 이집트 원정을 시도했다(십자군 전쟁).

 당초 유럽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이들 집시의 희망은 단지 잔혹한 이슬람의 통치를 피하고, 다시 자유롭게 하느님을 숭배하는 것이었을 뿐 고향을 떠나 만리타국에서 유랑생활을 도모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일 유럽의 통치자들은 집시들에 대한 교황의 인준을 방해하고, 그들이 자신의 영토 안에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더욱이 이들로 하여금 로마교황에게 나아가 참회하고 속죄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교황은 그들에게 7년간의 속죄여행을 명하였고, 고행을 통한 진정한 속죄라는 구실로 이들에게 여행 중 절대 침대에서 자지 말 것이며, 언제나 신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로 살아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집시들은 고향을 떠나 사방을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지와 사랑'에서 주인공 골드문트는 집시여인과의 성관계를 통해 애욕에 눈뜬다>

 

 

 

 상술한 두 가지 전설에 의하면, 집시의 기원이 이집트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기는 하다. 이 전설들은 몇 백 년을 이어져 내려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졌고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믿고 있으며, 심지어 집시들 중에서도 자신의 선조가 이집트인이라 믿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하지만 이 가설은 전적으로 전설에 기초한 것이며, 실증적 근거는 미약하여 오늘날에 와서는 학자들로부터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시는 어디서 온 민족일까? - 최근의 연구결과

 

 그러나 1880년대에 와서 독일의 언어학자 루딕크와 겔만, 그리고 영국의 야고보 등 세 사람의 학자에 의해 이보다 훨씬 과학적이며 신빙성 있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언어학자인 이들이 집시어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하던 중 집시들의 언어가 비록 각지의 언어와 뒤섞이면서 그 계통이 확실치는 않으나 인도의 고대 언어인 산스크리트계 언어를 비롯해 인도 어족이 속한 언어들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집시의 고향이 인도이고 직계 조상은 아마도 북인도의 돔(dom)인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후대의 학자들은 이 가설을 토대로 돔인의 사회제도 및 혈통관계. 문화. 풍습 등 다방면에 걸쳐 세심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세기경 고대 인도에 살았던 돔인들은 유난히 춤과 음악을 즐기고 점치기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 중 일부는 노래나 춤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돔인들은 일정한 직업 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점쟁이나 곡예사, 약장수 등을 하며 살아갔다. 비록 이들 중 기예에 능한 사람들은 상류층으로부터 우대를 받기도 했지만 대다수 돔인들은 카스트 제도에도 들지 못하는 최하층 천민 계급으로 분류되어 다른 민족들의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 한편 다른 계급에 속한 이들은 돔인과의 혼인이 절대 금기시되었다고 한다.

 

<집시의 원류로 추정되는 북인도의 돔족>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그 옛날의 돔인이나 지금의 집시들이 한결같이 대장장이나 주물공, 농기구 수리공과 같은 수공업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똑같이 춤과 음악을 광적으로 즐겼다는 사실이다. 한편 이들이 사용하는 풀무가 1,500여 년의 시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형태나 사용 방법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돔인들이 사용하던 풀무는 가죽으로 만든 두 개의 주머니가 달려 잇고, 발로 밟아 바람을 일으키는 이치로 사용되는데 현재 유럽에 살고 있는 집시들도 똑같은 형태의 풀무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신분적 차별에 시달리던 돔인들이 마침내 인도를 떠나 서쪽으로 이동을 시작하여 11세기 무렵에는 페르시아 지역(현. 이란)을 통과했고, 14세기 동유럽과 남유럽을 거쳐 15세기에 와서 비로소 서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집시들의 활동 무대는 이미 북미와 남미를 거쳐 호주까지 뻗어 있다. 최근 들어 집시가 인도의 고대 민족 돔인의 후예라는 가설이 대체로 인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것 역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역시 집시들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 참고 서적 :  원지명 편저. 인류역사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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