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 아내 설화
『도미 아내 이야기』는 백제 때의 설화로 <삼국사기>와 <오륜행실도> 권 3 ‘열녀조’에 실려 있는 설화문학의 하나이며, 정절을 주제로 하고 있다. 평민인 도미와 예쁘고 절행 있는 아내, 그리고 그 아내를 빼앗아 가려는 백제 개루왕 사이에 벌어진 사랑과 절개에 관한 이야기이다. 백제 여성의 곧은 절개를 그려냈다.
『도미 설화』는 <삼국사기> ‘열전’ 즉 많은 사람의 전기를 차례에 따라 기록한 부분에 소개되어 전한다. 이 설화는 위에서 살핀 바를 종합해 판단할 경우,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을 부여받아 생존하다 예외 없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만큼 같은 운명 즉, 비극적 존재임을 함축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설화라기보다는 문학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도미 설화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자기네 고장의 설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미 설화』는 <삼국사기>와 <오륜 행실도>에 실려 있는데, 윤리관에 바탕을 둔 본보기로서 널리 전승된 듯하다. 이 설화는 <청화담> 5권의 삽화로 실려 있으며, 박종화의 현대 소설 <아랑의 정조>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고대 소설 <춘향전> 역시 이러한 설화적 동기를 빌려 소설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도미 설화』와 유사한 구전 설화로 <우렁이 각시>와 제주도 <산방덕 전설>을 대표적인 예를 수 있다. 특히 <우렁이 각시>는 『도미 설화』와 비교할 때, 고발적 성격이 매우 강하고 현실성이 강한 이야기라 하겠다. <우렁이 각시>의 경우, 남편이 죽어 새가 되고 관리의 아내가 된 우렁이 각시를 보고 부르는 노래(원통새의 노래)도 전승, 채록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백제 3대 개루왕 때, 도미라는 사람의 아내가 아름답고 품행이 얌전하여 사람들이 칭송을 받았다. 하루는 개루왕이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비록 부인의 덕은 정결이 첫째라지만 만일 남이 모르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인다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자는 적을 것이다." 하였다. 도미는 "사람의 마음은 측량하기 어려우나 저의 아내와 같은 사람은 비록 죽는다고 해도 딴마음은 먹지 않을 것입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왕은 시험해 보고자 도미를 궁에 머무르게 하고 하인을 거느리고 밤중에 도미의 집으로 가서 하인에게 왕이 왔다는 것을 알리게 하고 들어가 그녀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도미와 내기를 하여 내가 그대를 얻게 되었으니 내일부터는 궁궐에 들어와 궁인이 돼라. 이제부터는 그대는 나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하였다.
개루왕이 도미의 처를 탐내어 난행 하려고 하자, 도미의 처를 계집종을 잘 꾸며 대신 들여보냈다. 이에 속은 줄 안 개루왕은 도미에게 일부러 벌을 내려 그의 눈을 빼 버리고 작은 배에 태워 강 위에 띄웠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탐하려 하자 도미의 처는 왕을 속이고 궁궐을 빠져 나와 남편을 찾아가 함께 고구려 산산 아래에 당도하여 구차한 생활을 하며 나그네로 생을 마쳤다.
임금이 천한 백성의 아내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다가 끝내 실패했다는 내용이 사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지배자의 일방적인 횡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하층민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보면, 이 설화의 뜻하는 바가 긴박감있게 나타나 있다.
『도미 설화』는 여자가 남편을 위하여 정절을 지킨 것을 내용으로 한 열녀 설화이다. 후대에 열녀를 제재로 한 무수한 설화의 한 원형을 이룬다. 이 설화의 특징은 설화의 등장인물인 도미 부부와 개루왕의 성격이 당시의 사회적 사정을 반영하고 있고 서민이 권력의 침해를 받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흔히 흥미 위주로 서술되는 설화에서 이와 같은 양상은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한다. 이 유형의 설화는 반드시 정절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있어야 하며, 그 장애를 극복하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과정이 흥미로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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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의 아내는 갖은 술책을 물리치고 개루왕의 유혹을 물리치고 남편을 위하여 정절을 지켰다고 하는데, 이러한 정절은 이른바 담당 열녀형에서 공통으로 발견된다. 이 같은 담당 열녀형 설화는 민담으로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춘향전' 등의 소설도 그런 설화의 소설화라 할 수 있지만, 구전되는 유형은 더욱 소박하다.
이 이야기는 음탕한 임금이 여성에 대한 불신을 품고 미모의 유부녀를 겁탈하려다가 실패한 이야기이. 음탕한 임금 개루왕은 천한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도미처의 재치, 도미처의 눈 뽑힘, 도미 부부의 기적적인 만남 등 극적인 사건의 연속이다.
따라서 ‘도미의 처’는 상당히 극적인 구성을 가진 단단한 이야기이다. 주제는 물론 '정절'이요, '열(烈)'이다. 이 속에는 개루왕의 무절제한 방탕 생활의 일면이 보이며 또 백제 여성들이 깨끗이 절개를 지켰다는 사실이 내포되어 있다. 정녀(貞女)의 길은 가시밭길이다. 이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 설화에는 지배층의 횡포에 대한 하층민의 저항 의지가 드러나 있는데, 후대 열녀 이야기의 근원이 되었다.
☞도미(都彌?∼?) : 백제 사람. 가난한 서민이었으나, 매우 의리가 깊은 사람이었다. 아내가 예쁘고 또 절개 있기로 얼려져 있었는데, 개루왕(蓋婁王)이 이 이야기를 듣고 도미를 불러들여 말하기를, “부덕(婦德)은 정결이 그 으뜸이라지만, 만약 무인지경에서 교묘한 말로 유혹한다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여자가 없다.” 하니, 도미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 사람의 마음은 측량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소인의 아내 따위는 죽어도 두 낭군을 섬기지 않소이다.” 하였다. 왕은 이를 시험하려고 도미를 붙잡아 둔 다음, 신하를 왕의 옷과 의장으로 꾸며 거짓으로 왕을 만들어 밤에 도미의 집에 보냈다. 가짜 왕은 도미의 아내더러, 도미와 도박하여 이겨서 그대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그녀를 겁탈하려 하니, 그녀가 말하기를, “임금님이 거짓말을 하실 리 없으니, 감히 따르지 않으리오만, 잠깐 기다리시면 옷 갈아 입고 들어가리다.” 하고는 여종을 차려 들여보냈다. 왕은 후에 속았음을 알고 대노하여 도미의 두 눈을 도려낸 다음 그를 조각배에 띄워 바다에 내어보내고, 그 아내를 겁탈하려 하니, 그녀는 월경 중이라 속이고 빠져나와 강가에 이르렀다. 배가 없어 건널 수 없었으므로 하늘을 우러러 대성통곡하는데, 난데없이 조각배 하나가 파도에 밀려오므로 타고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러 아직 살아있는 남편을 만나 풀뿌리로 연명하다가 드디어 배를 타고 고구려 땅에 이르러 걸식하면서 여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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