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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설화

by 언덕에서 2019. 2. 3.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설화

 

삼국유사에 실린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설화 배경인 창원 백월산

 

 

삼국유사 권3에 게재된 이 작품은 친구끼리 맹세하고 수도에 정진하던 중 관음의 화신이 도와주어 성불()한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에 관한 설화이다. 설화는 부득과 박박의 성불을 통하여 당시 불교적 세계관을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은 한 여인에 대한 부득과 박박의 태도를 통해 형상화되고 있는데, 박박은 자신의 수도 정진을 위해 여인을 배척하는 반면, 부득은 계율을 깨고 그 여인을 절 안으로 받아들여 해산을 돕고 목욕까지 시킨다.

 결국, 먼저 성불을 하는 것은 부득이었다. 이로써 불교의 진정한 정신은 계율에 집착이 아니라 대중에 대한 자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부득이 수도 생활을 하는 박박에게까지 도움을 주어 함께 성불한다는 면에서 불교의 자비 사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신라의 진산으로 알려진 백월산1 아래 자리한 어느 마을에 노힐부득2과 달달박박3이란 두 청년 선비가 살고 있었다. 풍채가 좋고 골격이 범상치 않은 두 청년은 속세를 초월한 높은 이상을 지닌 좋은 친구였다. 추수를 끝낸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장차 깊은 산골짜기에 숨어 공부할 것을 다짐했다. 둘은 중이 되어 처자를 데리고 살았다. 연화장 세계에 노니는 부처가 되기를 염원하던 차에 금빛 팔이 이마를 쓰다듬는 꿈을 꾸고 함께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 날 밤 두 사람은 꿈을 꾸었다. 백호의 빛이 서쪽에서 오더니 그 빛 속에서 금빛 팔이 내려와 두 사람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는 상서로운 꿈이었다. 이튿날 아침, 서로 꿈 이야기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똑같은 꿈을 꾸었음에 감탄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드디어 백월산 무등곡으로 들어갔다. 박박은 북쪽에 판잣집을 만들어 살면서 아미타불을 염송했고, 부득은 남쪽 고개에 돌무더기를 쌓아 집을 만들어 살면서 미륵불을 성심껏 구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성덕왕 8(709) 48,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걸릴 무렵, 20세 안팎의 아름다운 낭자가 난초 향기를 풍기면서 박박이 사는 판잣집으로 찾아들었다. 그녀는 말없이 글을 지어 하룻밤 묵어갈 뜻을 박박 스님에게 전했다. 글을 읽은 박박은 생각할 여지도 없이 한마디로 거절했다.

 "절은 깨끗해야 하므로 그대가 머물 곳이 아니오. 지체하지 마시고 어서 다른 곳으로 가 보시오."

 낭자는 다시 부득이 사는 남암으로 찾아갔다.

 "그대는 이 밤중에 어디서 왔는가?"

 "맑고 고요하기가 우주의 근본 뜻과 같거늘 어찌 오고감의 경계가 있겠습니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새벽이 되자 낭자는 부득을 불렀다.

 "스님, 제가 산고(産苦)가 있으니 스님께서 짚자리를 준비해 주십시오."

 부득은 불쌍히 여겨 자리를 마련해 준 뒤 등불을 비추니 낭자는 이미 해산을 끝내고 목욕하기를 청했다. 부득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일었으나, 어쩔 수 없이 물을 덥히고 낭자를 통 안에 앉혀 목욕을 시키기 시작했다.

 "아니!"

 부득이 놀라 크게 소리치니 낭자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스님께서도 이 물에 목욕하시지요."

 마지못해 낭자의 말에 따라 목욕을 한 부득은 또다시 매우 놀랐다. 갑자기 정신이 상쾌해지더니 자신의 살결이 금빛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옆에는 연화 좌대가 하나 마련되어 있었다. 낭자가 부득에게 앉기를 권했다.

 "나는 관음보살4이오. 대사를 도와 대보리를 이루게 한 것입니다."

 북암의 박박은 날이 밝자,

 "부득이 지난 밤 필시 계()를 범했겠지. 가서 비웃어 줘야지."

 하면서 남암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부득은 미륵존상이 되어 연화 좌대 위에 앉아 빛을 발하고 있지 않은가. 박박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며 물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까?"

 부득이 그간의 사정을 말하자, 박박은 자신의 미혹함을 탄식했다.

 "나는 마음에 가린 것이 있어 부처님을 뵙고도 만나지를 못했구려. 먼저 이룬 그대는 부디 옛정을 잊지 말아 주시오."

 "통 속에 아직 금물이 남아 있으니 목욕을 하시지요."

 박박도 목욕을 하고 아미타불5을 이루었다.

 이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다투어 모여 법을 청하자, 두 부처는 그들에게 불법의 요지를 설한 뒤, 구름을 타고 올라갔다. 훗날 경덕왕이 즉위하여 이 말을 듣고는 백월산에 큰절 남사를 세워 금당에 미륵불6상을 모시고 아미타 불상을 강당에 모셨는데, 아미타 불상에는 박박이 목욕 시 금물이 모자라 얼룩진 흔적이 그대로 있었다 한다.

 

 

 

 

 관세음보살은 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용맹정진하던 두 젊은 승려를 시험했을까. 이 이야기에는 두 사람의 꿈속에서 금색의 손이 나타나 두 사람의 이마를 쓰다듬는 것이 나온다. 이는 불교에서 부처가 되기를 약속하는 수기를 주는 의식을 뜻한다. 결국, 노힐부득이 미륵불이 되고 달달박박은 아미타불이 된다.

 이 설화는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함께 서원을 이루는 <삼국유사>의 이성() 이야기 중 하나이다. 관음사상을 배경으로 미륵, 미타 신앙이 나타나 있다. 

 여인을 대한 태도에서 두 인물은 나름 근거를 대었지만, 중생의 소원에 따라 응해 주는 일을 실천한 노힐부득이 더욱 높이 받들어졌다. 또한 두 인물을 대비하여 청정 수도와 성적 욕망 사이 갈등을 다루고 있다. 연화장 세계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미륵상과 아미타상의 모습이 증거물로 제시되어 전설로서 특징을 보여 준다.

 

♣  

 

 미륵불은 567천만 년 뒤에 이 세상에 나타나 성불하고 설법을 할 부처고 아미타불은 극락세계에서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있는 부처다. 신라 사람들은 극락세계에 있는 아미타불보다 먼 미래에 나타날 미륵불을 더 믿었던 듯하다. 그것은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이야기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달달박박은 자신의 처소로 찾아온 여인을 내보내지만 노힐부득은 여인을 처소로 들이고 여인이 시키는 대로 금물에 목욕한다. 여인으로 변신한 관음보살이 노힐부득에게 목욕을 시킨 것은 세속의 더러움을 씻고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연화대에 앉는 것은 이미 미륵 부처의 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달박박은 노힐부득이 목욕을 하고 남은 금물에 몸을 담가 아미타불이 된다이것은 신라 사람들이 머나먼 극락세계보다는 언젠가 이 땅에 나타나 신라를 이상 국토로 만들어 줄 미륵불을 더 높게 생각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1. 백월산 : 지금의 경남 창원 소재 [본문으로]
  2. 생몰년 미상. 신라 후기의 승려. 성덕왕 때 미륵불(彌勒佛)로 화현한 염불승이다. 선천촌(仙川村 : 지금의 경상남도 창원) 출생. 아버지는 월장(月藏)이며, 어머니는 미승(味勝)이다. 달달박박(淃淃朴朴)과 함께 출가하여 법적방(法積房)에 머물렀으며, 그 뒤 치산촌(雉山村)의 법종곡(法宗谷)에 있는 회진암(懷眞庵)에서 수행하였다. [본문으로]
  3. 생몰년 미상. 신라시대의 승려. 성덕왕 때 아미타불로 화현한 염불승이다. 경상남도 창원 출생. 수범(修梵)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범마(梵摩)이다. 노힐부득(努層夫得)과 함께 출가하여 법적방(法積房)에 머물렀으며, 그 뒤 치산촌(雉山村) 법종곡(法宗谷) 승도촌(僧道村) 유리광사(琉璃光寺)에서 수행하였다 [본문으로]
  4. 『불교』 아미타불의 왼편에서 교화를 돕는 보살. 사보살의 하나이다. 세상의 소리를 들어 알 수 있는 보살이므로 중생이 고통 가운데 열심히 이 이름을 외면 도움을 받게 된다 [본문으로]
  5. 아미타불(阿彌陀佛): 서방 정토에 있는 부처. 대승 불교 정토교의 중심을 이루는 부처로, 수행 중에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대원(大願)을 품고 성불하여 극락정토에서교화하고 있으며, 이 부처를 염하면 죽은 뒤에 극락세계에 간다고 한다. [본문으로]
  6. 미륵불 : 먼 훗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나타날 부처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