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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디킨스 장편소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

by 언덕에서 2019. 5. 2.

 

 

 

디킨스 장편소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1812∼1870)의 장편소설로 1861년 발간되었다. 치밀한 구성과 19세기 영국 사회를 비판한 명작으로 꼽힌다.  추리소설과 같은 치밀한 구성과 사회비판을 담고 있는데 주인공 핍이 이야기하는 자신의 과거사이다.

 작품의 배경은 작가 디킨스가 살았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이다. 산업혁명의 결과, 중산계급이 물질적인 부의 축적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하여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사회의 주도권을 새롭게 장악해 나간 시기였다. 『위대한 유산』은 바로 이 시대, 영국의 중산계급에 널리 퍼졌던 사회적 욕망을 충실히 반영한다. 가난에서 벗어나, ‘일정한 수입이 있으며 적당한 교육을 받은 교양 있는 사람’, 즉 ‘신사’가 되려는 주인공 핍의 ‘정신적 사회적 성장’ 이야기가 작품의 주요 줄거리이지만 디킨스는 이를 핍의 개인적 욕망으로 접근하지 않고, 그를 둘러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보편적 욕망과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영화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 2013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부모를 잃고 억척스러운 누나와 대장장이인 매형과 살아가던 어린 소년 핍은, 마을의 유지 미스 해비셤의 집에 출입한다. 젊은 시절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그 상처와 분노만 품고 지내던 미스 해비셤은 ‘남자의 마음을 갈가리 찢기 위한’ 복수의 수단으로, 아름다운 소녀 에스텔러를 데려다 키우고 있었다. 이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 후부터 핍은 자신의 미천한 신분과 처지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핍은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그러나 부유한 신사가 된 후에도 핍은 에스텔라의 마음을 얻어낼 수 없어 좌절하고, 흥청망청 돈을 쓰며 자신을 누구보다도 아껴주었던 매형의 존재를 잊는다.

 이후, 에스텔라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또 자신에게 재산을 물려준 익명의 독지가가 어린 시절 우연히 도움을 주게 되었던 흉악한 탈옥수였다는 사실을 알고 핍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재산을 모두 잃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데다가 몸까지 나빠져 사경을 헤매게 된 핍 앞에 매형이 나타난다. 매형은 핍의 배은망덕했던 그간의 행동을 전혀 문제 삼지 않고 극진히 핍을 간호하고, 그가 진 빚까지 모두 해결해준다. 비로소 핍은 자신이 그간 잊고 지낸 것이 무엇이었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화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 2013 제작

 이 작품은 한 청년의 정신적 성장을 중심으로 19세기 영국의 금전만능주의를 비판한 소설이다. 고아 출신의 주인공 핍이 자기 일생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씌어졌다. 디킨스 당대의 이상적 인간상인 신사는 구시대의 귀족적인 이상과 부르주아적 이상이 결합된 사람으로, 일정한 재산과 교양에다 ‘신사다운’ 덕목을 두루 갖춰야 했다. 이는 서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시민혁명을 일으켰지만 귀족계급과 근대 시민계급의 부단한 타협을 통해 진행된 영국 근대사의 특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신사는 일정한 재산과 사회적 신분에 따라 정해지는 지배집단으로서 계급사회 특유의 배타성과 가부장적 특성을 보여 주었다.

 핍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이러한 방황과 사랑의 아픔, 그리고 부자가 되고 지위를 갖추고 싶다는 욕망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모습과 꼭 닮았다. 특히 어린 시절 핍을 둘러싼 그의 사회적 배경, 즉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형편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하여 그 가난을 대물림하며 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러한 주제는 결국 인간이라면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보편적인 문제들이다.

 

 

 미스 해비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로 고독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녀는 부유하지만 고독 속에서 생을 보낸다. 해비셤은 결혼식 때 약혼자에게 배신당한 충격으로 남성에 대한 지독한 증오심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빛바랜 웨딩드레스를 입고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실내에서만 지낸다. 그리고 '에스텔라'라는 소녀를 세상에 대한 복수의 도구로 삼는다. 친구가 거의 없어 외롭게 산 해비셤의 삶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다. 그녀의 삶에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있다면 에스텔라를 자신의 복수를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증오심 가득 찬 계획이다.

 한적한 시골에서 누나 부부와 살고 있던 핍은 어느 날 갑자기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게 된다. 런던으로 나가 신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부자가 된 핍은 많은 도움을 주었던 소박한 누나 부부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비열한 인간으로 타락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재산을 물려주었던 수수께끼의 사람이 밝혀지면서 전혀 뜻하지 않았던 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어린 핍을 그리는 초반부를 제외하면 작품은 전체적으로 당대 사회의 낙관적 분위기와 판이한 환멸의 정조가 지배한다. 그리고 신사의 이상이 어떻게 탐욕이나 범죄와 직결되는지를 가차없이 해부한다. 물론 결말의 주인공이 오늘의 눈으로 볼 때 흡족하느냐는 점은 논란거리일 듯하다. 작가가 당대의 신사 개념을 비판하고 부정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신사 이외의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는 없다. 이런 탐색에 대한 주문은 디킨스에게는 너무 무리한 것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거기까지 나아가는 성찰을 통해 고전을 읽는 의의를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