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현대소설

심훈 장편소설 『영원의 미소』

by 언덕에서 2010. 1. 22.

 

심훈 장편소설 『영원의 미소』 

 

 

소설가·영화감독 심훈(沈熏, 1901∼1936)의 장편소설로 1933년 7월 10일부터 1934년 1월 10일까지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다.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동료로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 남녀가 계급 모순에서 오는 절망과 슬픔을 겪다가 함께 농촌으로 떠나면서 미소를 짓게 된다는 내용이다. 

 심훈은 경성제일고보 4학년 때 3.1 운동 가담으로 체포되었고 출옥 후 학교 당국으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는 중국 지강대학(芝江大學) 극문학부에서 공부하였으나, 복역 시절의 후유증으로 결국 중퇴했다. 1923년에 귀국하여 신극 연구 단체인 극문회를 만들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시와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25 5월에 철필구락부 사건으로 동아일보에서 퇴사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를 떠난 후에도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 소설인 <탈회>를 동아일보에 1926 11월부터 연재했다. <탈회>를 계기로 영화계에 진출해 이듬해 이경손 감독의 <장한몽>에 배우로 출연했으며, <먼동이 틀 때>의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 및 감독을 맡았다. 1930년 조선일보에 중편소설 <동방의 애인>을 연재했는데, 일본 경찰의 검열에 걸려 완성되지 못하고 집필이 중단되어 미완성 소설로 남았다.

 이 작품은 1933년의 작품이지만, 1925년에 발표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소설 <탈춤>과 스토리가 흡사하다. 그러나 기법면에서 훨씬 세련되었고, 분량도 다섯 배나 길다. [카프(KAPF)]가 조직되던 1925년경의 작품이 대체로 그런 것처럼 <탈춤>은 그와 같은 프로문학 계통에 속하고 있으며, <영원의 미소> 역시 테마까지 비슷한 면이 있다. 소설의 구성으로 보아 이 작품은 역시 인간관계를 계급의식으로 다룬 경향이 짙다. 이 작품에서는 애정의 갈등이 전체 구성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소설가, 영화감독 심훈(沈熏, 1901~193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등장인물은 신문배달부 수영과 신문사 문선공 병식, 그리고 수영의 애인 계숙, 그 밖에 대지주의 아들 경호, 그의 사촌누이 경자 등이다. 여기서 약간 거친 성격의 계숙과 신문배달부 수영은 학생시절에 독립운동 시위에 주모자로 가담하여 서로 나란히 신문지상에 사진까지 났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병식과 계숙은 의남매 간인데, 우리의 가난한 조국은 이들에게 끝없는 슬픔과 절망만을 안겨준다. 수영과 계숙은 농촌운동을 통해 뜨거운 삶의 보람을 찾으려 하는데, 대지주의 아들 경호가 등장하여 계숙을 흑심을 가지고 노린다. 계숙은 이미 여류문사로 알려져 있어 뭇 남성들이 따랐지만, 그녀의 연인은 오직 수영 한 사람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청년교수요, 미국 유학을 다녀와 이미 결혼한 경호가 그녀에게 끈덕지게 접근한다. 경호는 그녀를 사촌누이 경자네 집에 투숙시키는 데 성공한다. 계숙은 월 16원의 백화점 점원 월급으로 사치해 보려다가 경호에게 말려들어 겁탈을 당할 뻔했지만, 위급한 순간에 주먹으로 그의 안경을 주먹으로 치고 경자네 집을 겨우 뛰쳐나온다.

 병식은 술과 시로 지내다 신문이 정간당한 뒤 좌절하여 자살해 버리고, 수영은 부친 위독의 급보로 하향하여 퇴폐한 농촌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 후 병식의 장례 때 상경한 그는 계숙과 함께 하향, 그의 아버지가 마름 보는 경호네에게 땅을 빼앗기고, 두 남녀는 단 한자리 갯벌을 일군 보리밭 앞에서 영원의 미소를 짓는다.

 

 

 

「영원의 미소」에는 가난한 인텔리의 계급적 저항의식, 식민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정신, 그리고 귀농 의지가 잘 그려져 있으며 대표작 <상록수>에서는 젊은이들의 희생적인 농촌사업을 통하여 강한 휴머니즘과 저항의식을 고취시킨다. 행동적이고 저항적인 지성인이었던 그의 작품들에는 민족주의와 계급적 저항의식 및 휴머니즘이 기본정신으로 관류하고 있다. 특히, 농민계몽문학에서 이후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본격적인 농민문학의 장을 여는 데 크게 공헌한 작가로서 의의를 지닌다.

 이 작품의 주제는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피압박민의 저항의식과 귀농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병식·수영·계숙은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최하층의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병식은 신문사 문선공, 수영은 신문배달부, 계숙은 백화점 점원이다. 이들은 학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데서 작가의 냉소적이고 야유적인 저항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일제치하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야유이고 반항인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식은 조경호라는 인물에 의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지주의 아들이요, 미국 유학을 하고 온 대학교수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런데도 파렴치한 방법으로 계숙을 응큼한 마음으로 노린다. 백화점 점원을 하는 계숙에게 동경 유학이라는 미끼를 던지고 가까이 유혹해서 겁탈까지 하려고 한다. 육체적인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연적인 수영이 자기 집 마름의 아들이라고 해서 모욕적인 핍박까지 가한다. 급기야 나중에는 수영에게 준 소작논까지 빼앗아 간다. 여기에서 작가는 지주계급의 추악상을 폭로하고 비인간적인 횡포를 비판하고 있다. 계숙과 수영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항거하는 기백을 보인다. 결국, 수영과 계숙이 지향한 곳은 농촌으로, 젊음을 바쳐 일할 곳은 농촌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들의 지도자적인 사명의식 때문이다. 도회적인 사치와 허영에 대한 동경을 버리고 농촌에 내려온 이들은 호미를 들고 희망의 노래를 합창하며 미소 짓는다. 귀농 의지의 승리가 이 작품의 결말이다. 

 

 

 

 


☞소설 <탈춤> :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소설로서, 혜경이란 한 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삼각관계 이야기다. 혜경과 서로 사랑하는 일영과 처자가 있으면서 여러 여성을 섭렵하고 혜경이를 탐내는 지주의 아들 준상, 혜경이와 일영의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흥열이 주인공이다. 세 사람의 진실한 사랑과 탐욕적인 사랑의 상극이 비교된다. 혜경의 아버지는 준상이네 집의 소작인이다. 지주의 아들인 준상이 소작인인 혜경의 아버지를 협박하여 혜경이를 준상의 집에 머물게 하여 야욕을 채운다. 결국, 혜경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종말을 보여주는 애정 삼각의 멜로드라마다. 준상의 위선적인 결혼식에서 희극적인 결말을 보인다. 

 또한 준상의 처남 아이를 낳는 난심이, 준상의 아들을 데리고 온 일영, 그리고 이런 사실을 매도하는 흥열, 이 혼인식장에서 고하는 희극적이기도 한 종말은 이 영화소설의 절정을 이룬다. 이 소설의 당시 비도덕적인 현실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해부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삽화로 당시의 배우 나운규, 김정숙, 주삼손 등이 매장면에서 실연(實演)하는 사진을 넣은 것도 특이하다. 이 <탈춤>은 심훈이 영화인으로서 면모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