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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이기영 장편소설 『고향』

by 언덕에서 2010. 1. 20.

 

 

이기영 장편소설 고향

 

 

 

이기영(李箕永.1895∼1984)의 장편소설로 [조선일보]에 1933년 11월 15일부터 이듬해 9월 21일까지 연재되었다.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와 함께 한국 농촌소설의 대표작으로, 신경향 소설 작가인 이기영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강하게 나타난 작품이다.

 한국의 전형적 마을 원터마을에서 악의 상징이자 지주인 안승학을 상대로 농촌 운동가인 김희준, 안승학의 딸이자 역시 농촌 운동가인 안갑숙이 소작쟁의ㆍ노동쟁의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농민공동체를 형성한다는 내용으로, 33년에 발표된 중편 <서화(鼠火)>에 이어 식민지 봉건사회의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계급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경향소설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되며, 농촌현실의 구체적 형상화를 통한 삶의 총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제 시대 농민소설이라고 하면 우리는 심훈의 <상록수>나 이광수의 <흙>을 꼽는다. 그러나 1936년 단행본으로 묶여 나온 『고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출간을 맡은 「한성도서」에서 창립 이래 최대의 판매 부수를 올렸고 <흙>보다 두 배나 많이 팔렸으며, 발표될 때부터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만 봐도 이 작품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 문제작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이기영은 815광복 이후에는 카프의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일찍이 월북하여 북조선 문학예술총동맹을 이끌면서 북한 문예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5년 노력훈장, 1958년국기훈장 제1급, 1970년 소련 노력적기훈장을 수여받았으며, 묘는 애국열사릉에 안치되었다.

 

소설가 이기영 (李箕永.1895-198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20년대 말 원터 마을, 동경 유학생이던 김희준이 학자금난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소작인으로 농사를 짓는 한편으로 농민 봉사, 계몽 활동을 통하여 농민 지도자로서 위치를 굳힌다. 그를 중심으로 한 소작인들은 동네 마름인 안승학과 대결해 나간다.

 마름 안승학은 그의 본부인을 서울로 보내 자식들을 교육시키도록 하고 자신은 첩 '숙자'와 함께 산다. 안승학과 '숙자'는 땅 '갑숙'이를 이씨 문중으로 시집보내려 하다가 '갑숙'과 '경호'와의 관계를 알고 앓아눕는다. 왜냐 하면, '경호'는 읍내의 상인인 권상필의 아들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구장집 머슴 곽 첨지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갑숙'이는 가출하여 공장의 직공으로 취직한다. 그녀는 '옥희'라는 가명을 쓴다.

 풍년이 들었으나 소작료와 빚진 것을 제하면 농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다. '갑숙'이와 친했던 '경호'는 집을 나와 생부를 찾고 역시 공장에 취직한다.

 수재(水災)가 나서 집이 무너지고 농사를 망친다. 김희준을 중심으로 소작인들은 마름 안승학에게 소작료를 감면해 줄 것을 요구하나, 안승학은 이를 거절한다. 이때 공장에서도 '갑숙'(옥희)을 지도자로 한 노동 쟁의가 벌어지며, 김희준은 이를 돕는다. '갑숙'이는 소작인을 괴롭히는 아버지에 반대하여 김희준과 힘을 합친다. 김희준을 비롯한 농민들은 끝내 안승학의 양보를 얻어낸다. 그리고 김희준과 갑숙이는 이성간의 애정을 초월하여 동지로서의 사랑을 확인한다.

 

 

 이 소설은 이기영의 대표작이자 식민지시대 한국농촌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그것은 이광수의 <흙>이나 심훈의 <상록수>와 같은 우익 농촌계몽소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작품은 그의 <민촌>(1925)과 <서화>(1933)를 결합시켜 심화하고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배경을 원터마을이라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잡고 있다. 이러한 마을의 인적 구성은 안승학이라는 마름이자 부자가 주재소와 면 사무소를 배경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소작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악의 상징으로 표상된다. 그외의 농민들은 공통기반으로서의 소작인으로 묶여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민촌>과는 달리 마름 안승학이 악의 상징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 이 작품이 지주와 소작인의 타협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려낼 수 있고, 장편으로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이 집단성을 끝까지 대립으로만 끌고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름 혹은 지주와 많은 소작인의 대립에서 그 타협점을 발견하여 결국 소작인들의 요구 관철이 가능해지는 과정이 희극적ㆍ인정적 결과로 드러나는 것은 이 작품의 생명력이다. 그 타협 및 요구 관철을 가능케 하는 인물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며 동경 유학에서 귀농한 김희준이다. 이 주인공이 의식을 지니면서도 서서히 농민화해 가는 과정은 리얼리즘의 가능성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