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마음(こゝろ)』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의 장편소설로 1914년 4월 20일부터 8월 11일까지 [도쿄아사히신문(東京朝日新聞)]과 [오사카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에 연재되었다. 같은 해 9월 이와나미(巖波)서점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자비출판이어서 장정부터 표제의 글자까지 저자의 고안으로 만들어졌다. 『마음』은 1914년, 도쿄와 오사카의《아사히 신문》에 동시에 연재되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 중에 하나이며, 판매 부수가 1,70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근대소설의 규범이 되었다는 점에서 일본 근대문학 최고의 정전(正典)으로 꼽힌다.이 작품은 20세기 일본 근대문학 최대의 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보여주며,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작가로 그 문학적 위치를 확고히 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닌 고독의 괴로움, 변화를 감내하는 불안감. 이는 근대의 막이 열리던 시기에 급속하게 사람들에게 찾아온 인식 변화이며,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기조이기도 하다. 소세키는 『마음』에서 스스로를 포함하여 인간 존재 일반을 증오하는 선생님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의 우리 모습을 투영했고, 나아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인생의 의미, 그리고 ‘개인’이라는 큰 문제의 해답을 위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나쓰메 소세키는 변화무쌍하고 상처받기 쉬운 인간의 마음을 특유의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그리고 있다. 남과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선생님'에게만 일방적으로 다가가는 '나'와 자신을 믿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선생님'의 관계를 통해 존재에 대한 죄의식으로 고통 받는 지식인의 모습을 내밀하게 묘사하였다.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와 근대적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일본인들의 사고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체 3부작으로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의 세 편의 중단편이 전체의 큰 줄거리를 구성한다) 대학생인 나는 가마쿠라의 바다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끌려 그에게 빠져든다. 선생님은 세상과 두절되어 숨은 듯이 살아가면서 좀처럼 자신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선생님의 언행은 자살한 선생의 유서에 의해 밝혀진다.
선생님은 숙부 때문에 재산을 사취당하고 숙부에 대한 불신으로 세상사람들까지 불신하였다. 선생님은 유서 형식으로 과거의 특별한 체험을 고백하는데 삼각관계에 있던 선생님은 사랑 때문에 친구를 배신해 자살하게 만든 과거가 있었다.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던 선생님은 스스로 자신을 벌하기로 결심하고 그 무렵 순국한 노기대장의 소식을 접하고 감동되어 자살한다.
1부 <선생님과 나〉에서는 주인공인 ‘나’의 시점에서 ‘선생님’을 만나 점점 끌리는 과정을 그린다. 대학까지 나온 고학력자이지만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한량 같은 모습과, 일상적인 겉치레 인사도 하지 않는 비사교적인 선생님. 때로는 마음 깊이 어두운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선생님이지만 나는 뭔가 사연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 그런 나의 태도에 선생님은 자신은 외로운 존재라거나 사람을 믿지 말라거나 사랑은 죄악이라는 둥 수수께끼 같은 말을 건넨다.
2부 <부모님과 나〉에서는 졸업 후의 내가 병환 중인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으로 내려가 생활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급변하는 도시의 삶에 물든 나는 시골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고루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지식인인 선생님을 떠올리거나, 주위의 강요에 못 이겨 취직을 준비하는 척하는 모습 등에서 근대화를 겪는 나의 이중적이고 대립적인 마음을 잘 보여 준다.
3부〈선생님과 유서〉는 선생님이 나에게 남긴 편지글의 형식이며,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 이야기다. 두꺼운 분량의 편지에는 매달 찾아갔던 이름을 알 수 없는 묘소와 선생님의 마음 깊이에 자리한 사연, 왜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나름의 변명이 담겼다. 그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선생님이 했던 수수께끼 같은 이상한 말과 행동의 실체를 모두 고백한다. 또한 1, 2부에서 나왔던 사소한 내용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추리소설과 같은 흥미를 자아낸다.
『마음』은 모두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나’와 선생님이 처음 만나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을, 두 번째 장에서는 아버지가 위독하여 고향에 내려가게 된 ‘나’와 가족 간의 관계를 그렸다. 그리고 세 번째 장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찍힌 과거의 낙인과 그것이 스스로에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 고백하는 ‘유서’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을 해치고야 마는 에고이즘의 가공성과 그로 인해 범한 죄를 청산한다는 것이 작품의 주제인데, 선생의 죽음에는 근대 일본의 지식인으로서의 생활 태도에 대한 유쾌한 이별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즉, 그것은 처음의 2부 속에서 일반민중이나 가정의 도의와 동떨어진 지식인의 생활 태도가 문제시되어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피동적인 문화에 발목을 잡히어 전통적인 도의심과 일반 민중과의 유대를 잃어버린 곳에 에고이즘의 도량이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 작자의 견해이다.
이기주의의 한계를 암시하고 있는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근본 주제인 사랑과 에고이즘의 문제를 왜곡된 자기부정에 빠진 지식인의 고뇌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 <행인>(1913)의 세계를 뒤집어 놓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
소세키는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을 썼고, 그의 생애가 작품처럼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이었다. 그는 후처의 아들로 태어나 두 번이나 양자로 보내졌다가 양부모의 이혼으로 파양되었다. 중학생 때 어머니를 잃고, 큰형과 둘째형을 폐결핵으로 잃었으며 결혼한 뒤에는 아내가 유산의 충격으로 투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 자신은 평생 위통을 앓았고 신경쇠약, 두통에 시달렸다.
그는 이러한 무수한 상실과 고통에 대한 기억을 작품 속에서 소름끼치도록 차분하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의 삶이 고통과 불행, 궁핍의 연속이고 반복임을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삶을 믿을 수 있기를, 불안하지 않기를 갈구했다. 성장 제일주의 사회, 군국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시대를 꿰뚫어 보고 타인의 욕망에 휩쓸리지 않는, 자유롭고도 윤리적인 ‘개인’이 되고자 한 나쓰메 소세키였다. 그는 “개인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시대에 고독한 영혼끼리 공명하는”길을 모색했고, 불안하고 나약한 우리 자신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끈질긴 희망을 놓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인간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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