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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카프카 중편소설 『변신(變身, Die Verwandlung)』

by 언덕에서 2010. 1. 29.

 

카프카 중편소설 『변신(變身, Die Verwandlung)』

 

 

체코 출신 독일 작가 F.카프카(1883∼1924)의 중편소설으로 1912년에 집필하여 1916년에 출판하였다. 카프카의 「변신」은 단지 기괴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간 실존의 허무와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하는 「변신」은 바로 이렇게, 사람에서 벌레로의 ‘변신’을 말한다. 「변신」은 벌레라는 실체를 통해 현대 문명 속에서 ‘기능’으로만 평가되는 인간이 자기 존재의 의의를 잃고 서로 유리된 채 살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그레고르가 생활비를 버는 동안은 그의 기능과 존재가 인정되지만 그의 빈자리는 곧 채워지고 그의 존재 의미는 사라져 버린다. 인간 상호간은 물론, 가족간의 소통과 이해가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벌레로 변한 인간이라는 독특한 상황 설정에 작가 특유의 유머가 잘 표현되어 있다. 그는 이상한 사건을 예사로운 일처럼 묘사하고 있으며, 그것을 의도적으로 냉정하고 사실적인 문체로 써서 독자를 실존의 차원과 부조리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카프카는 그가 지도했던 한 청년에게, "난 까마귀야. 나의 날개는 위축되어 버렸지. 내겐 빛나는 것에 대한 감각이 결핍되어 있어. 난 바위산 속에 내 모습을 감추고 싶은 까마귀라구 !”라고 말하곤 했다. 이런 일상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도망치고 싶어 했다.

 이 작품 역시 어느 날 벌레로 변신한 주인공을 내세워 카프카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족을 위해 상점의 외판원으로 일하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잠자는 경영대학을 졸업한 뒤 군대 생활도 끝내고 아버지가 5년 전에 파산한 이후로 보험회사 세일즈맨이 되어 부모와 17세가 되는 여동생 그레테를 부양하고 있는 일가의 기둥이다. 그런 그가 큰 독충으로 변신하게 된 불가사의한 재난 때문에 출근도 하지 못한 채 자기의 몸 하나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다리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판이다.
 7시가 지나자 가게에서 지배인이 찾아와 어째서 무단으로 결근을 하느냐며 가족들과 실랑이를 시작한다. 잠자는 방문 너머로 변명을 시작하는데, 지배인은 “짐승의 소리”라며 겁을 먹고는 그냥 도망친다.
 거실에 얼굴을 내민 잠자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아버지는 증오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쥐더니 잠자를 원래의 방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 이 와중에 잠자는 다리 하나에 상처를 입었고, 흰색으로 칠을 해 놓은 방문에 지저분한 반점을 남겼다.
 이런 이변이 일어난 이후로 가족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하녀가 그날 중으로 그만두고 나간 것 외에도 아버지가 어딘가의 은행으로 허드렛일을 하러 나가게 되었고, 어머니는 부업으로 하던 바느질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으며, 여동생도 점원이 되었는데 좀더 좋은 직장을 얻으려고 밤에는 속기술과 프랑스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잠자는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이 여동생을 특히 귀여워하고 있어서 음악 학교에 다니게 해 주겠다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말해 주려 했었는데, 이제 와서는 그것도 허망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 셈이다. 게다가 살림에 보태려고 한 방에 하숙생을 3명이나 두는 바람에 잠자의 방은 어느새 창고처럼 변해 버린다. 그보다 먼저 잠자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로 중상을 입고, 그 뒤로는 왠지 식욕도 없어져 점점 쇠약해지다가 3월 말이 가까워진 무렵에 드디어 ‘죽어 나자빠진’ 모습으로 가정부에 의해 발견된다.
“자, 이제는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겠군”이라고 아버지가 말했고, 가족 3명은 전철을 타고 교외로 산책하러 간다.

 

 

 이 작품은 카프카 생전에 간행된 소수의 작품 중의 하나이며, 변형기담에 특유한 유머와 이상한 사건을 예사로운 일처럼 묘사하는 작자의 냉정하고 사실적인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실존의 차원과 부조리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박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현대인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처하게 될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세계 속에 유폐된 소시민의 생활을 상징하는데 카프카 문학 중에서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일상적인 사회 속에서 생에 대한 강한 애착을 그려놓았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소시민 가정 속에서 한 마리의 벌레로 기피당하면서 빈사에 이르기까지 고독한 인간의 삶을 대신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요 테마 속에서 카프카의 초현실적 특성이 짙게 배어있는데, 주인공 그레고르는 카프카가 도달한 ‘벼랑의 끝에의 인식’을 강렬하게 펼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소심한 성격이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세일즈맨인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흉물스런 벌레로 변신한 것을 알게 된다. 이는 어떤 예고나 조짐도 없이 느닷없이 변한 매우 즉흥적이고 유머러스한 묘사로 해석된다. 하지만, 변신하게 된 당위성은 곧이어 주인공의 의식의 독백으로 인해 암암리에 시사된다. 변신 자체에서 현대사회에 대한 공포감, 현대사회에서의 소외, 지기 부재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온 소속과 관계의 그 같은 비정함과 허망됨을 보고 상심과 절망 속에서 죽는다. 그는 벌레가 됨으로써 소속의 억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나 그 자유의 값은 죽음이었다. 어쩌면 작가가 광기와 일탈을 빌어 오히려 더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것은 소속과 관계를 무턱대고 수용할 수도, 함부로 거부할 수도 없는 실존의 아이러니인지도 모른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9권 90~91쪽에서 인용). 

 

 

 사람이 딱정벌레로 변신한다는 과정에서는 동기가 빠져 있지만, 꿈이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 되돌아온 혼은 있으되 육신은 없어진 인간을 통해 삶의 강렬함을 느끼게 한다. 딱정벌레가 된 주인공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가운데 스스로 파멸되어 가는 중에 본심을 지키고, 인간이 최고의 구원에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없는 희망과 절망의 교차 속에서도 삶을 위해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다가 마침내 파멸의 운명을 맞아하는 모습에서 이 작품이 갖는 문학성이 돋보인다. 

 카프카의 작품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분석적인 많은 문제를 남겨놓고 있다. 그의 작품은 심층심리적인 수법과 실존주의적인 해석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는 카프카가 제1차 세계대전을 중심으로 전쟁과 인간의 존재론적 자아가 어떻게 연관되어 왔으며, 함몰하는가에 대해 난해한 묘사로 처리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그는 이로써 현대인의 심리를 적절하게 표현한 작가로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