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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안수길 장편소설 『북간도(北間島)』

by 언덕에서 2009. 11. 9.

 

 

안수길 장편소설 북간도(北間島)

  

 

 

안수길(安壽吉. 1911~1977)의 5부작의 대하소설로 1959년부터 1967년까지 [사상계]에 연재되었다. 1870년 조선 말기부터 1945년 광복까지, 만주 북간도로 이주했던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그린 작품으로, 4대에 걸친 북간도 이주민의 가족사를 통해 조선 농민의 수난과 끈질긴 생명력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1870∼1945년까지의 북간도를 무대로 황무지 개척의 선구자 ‘이한복’ 일가 4대의 가족사를 통해 민족의 수난과 항일 투쟁사를 그린 대작이다. 1959년 4월 제1부가 [사상계]에 처음 발표된 이래 1961년 제2부, 1963년에 제3부, 1967년에 제4ㆍ5부까지 완결, [삼중당]에서 간행되었다.

 작품 내용은 1870년 조선 후기의 어수선한 과도기에서 시작하여 8ㆍ15광복까지 한국 민족의 수난사를 북간도(현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이주한 이창윤 일가의 4대에 걸친 수난과 투쟁을 통하여 그린 대하소설이다. 북간도 이주의 선구자로 황무지를 개척하는 이한복 일가의 고투가 작품의 큰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데, 서장(序章)은 월강금지령(越江禁止令)을 무릅쓰고 두만강을 건너는 데서 시작된다.

 백두산 정계비 답사 등으로 이야기는 펼쳐지며, 이한복 일가의 3대째 인물인 창윤에 이르러서는 청국의 강압책에 저항하여 청국인 지주의 송덕비에 방화하는 대목도 나온다. 이어 국권피탈의 비운 속에 이창윤 일가는 비봉촌(飛鳳村)에서 용정(龍井)으로 이주하는 데서 제3부가 끝난다. 제4ㆍ5부는 잡지 연재가 아닌 전작(全作)으로 완성되었는데, 마침내 3ㆍ1운동이 북간도로 파급, 항일운동으로 크게 확산되어가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 이한복 일가의 4대째 인물 정수가 독립군에 가담,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모습도 등장한다. 이 작품은 북간도를 무대로 한국 민족이 주체성과 자주성을 살리기 위하여 어떻게 살아 나갔느냐 하는 귀중한 증언의 문학으로서, 민족문학의 한 초석이 될 만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월강이 금지되어 있는 두만강 건너편 비옥한 토지를 개간하여 이한복은 죽음을 무릅쓰고 북간도에서 농사를 짓는다. 어느 날 밤, 몰래 감자를 가져온 그는 아들 장손 때문에 관가에 잡혀가서 신관 사또에게 당당히 북간도의 현실을 말하고는 곤장 10대를 맞고 풀려난다. 

 한편, 사또는 이한복을 다시 불러 함께 백두산 정계비를 확인하기에 이르고, 이후로 정부의 협조로 북간도의 이주가 시작된다. 이런 사실을 안 청국에서는 조선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그러나 이한복을 중심으로 한 비봉촌 사람들은 끝까지 항거한다. 어느 날, 창윤(3대)이 청국인 지주 밭에서 감자를 캐다가 잡혀 청국인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한복은 손자의 억지 변발을 가위로 자르다가 분함에 쓰러져 죽고 만다. 비봉촌에는 차츰 청국인 지주 동복산의 주구로 변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결국에는 그의 송덕비를 세우게 된다. 그날 밤 송덕비 비각이 불타고, 창윤은 용정으로 도망가서 사포대에 지원한다.

 얼마 후,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 살았으나, 자식 정수(4대)의 교육과 지주의 잦은 압력으로 용정으로 옮긴다. 정수는 신명 학교에 다니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창윤은 기와 굽는 일이 잘 되어 가는데 1차 세계 대전이 터진다. 정수는 자신에게 항일 의식을 길러주던 교사 주인태와 같이 독립 선언서를 인쇄하고 만세를 부르짖는다. 김좌진 장군 휘하에 있는 정수는 일본군과 교전도 하였으나 주위의 설득과 때인 영애의 권유로 자수, 형을 살고 나온다. 옥에서 나온 정수는 우여곡절 끝에 직장을 가지나 다시 잡혀 옥에 갇힌다. 1945년 8월 15일, 정수는 영애의 마중을 받으면서 감옥에서 나온다.

 

 

 어느 개인보다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다룬 서사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1870년경부터 1945년 8ㆍ15 광복까지의 사이에 이한복 일가 4대가 겪는 수난과 민족 자주권을 쟁취하기 위한 그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19세기 후반부터 광복될 때까지 우리의 역사를 배경으로, 간도를 개척하고 삶의 근거지를 마련했던 이주민들이 보호해 줄 정부를 가지지 못하여 망국인으로서의 통한을 처절하게 겪는 과정이 서술된다. 농토를 두고 청나라 사람들과 계속 갈등을 겪어야 했고, 일본의 세력이 간도까지 미치면서 다시 새롭게 일본과의 갈등과 충돌을 겪어야 했다. 그런 가운데서 '민족의 얼'을 지켜 나가기 위하여 고심 참담하는 모습이 리얼하게 전개된다. 시대적인 특수성과 백두산 정계비가 있는 간도라는 지역적 특수성, 그리고 민족사의 문제가 망국인의 문제와 결부되어 제기되고 있다.

 

 

 이 소설에는 역사의 격변기에 대응하는 우리 민족의 세 가지 인물 유형이 제시되어 있다. 이한복, 장치덕, 최칠성 세 사람은 변경 지방에서 살다가 간도에 건너가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든다. 그들은 간도가 우리 땅이라는 전래의 이야기를 믿고 일을 착수했던 것이다. 그러나 청나라 정부는 그 땅이 자기네 땅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귀화할 것을 종용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지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고 청나라의 법률에 따르지 않는 한 추방하겠다고 압력을 가한다. 이때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 직결된다. 청나라에서 변발 흑복을 강요했을 때 최칠성은 이에 응했고, 장치덕은 머리만 깎아 버렸으나 이한복은 이에 철저히 항거한다. 최칠성은 배신형, 장치덕은 적응형, 이한복은 저항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인물의 가세나 태도는 그 의 후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의 행동 양식에서 우리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살아온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