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앨런 포 단편소설 『어셔 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미국 시인ㆍ소설가 E.A. 포우((Edgar Allan Poe. 1809∼1949)의 단편소설로 1839년 발표되었고, 이듬해 발간된 <괴기 단편집>에 수록되었다. 근대 단편소설의 비조로, 단편소설의 첫 비평가이기도 하다. 모파상, 체호프와 더불어 19세기 세계 3대 단편작가로 손꼽힌다. 시대와 환경에서 동떨어진 신비경만을 찾아다녀 사상성이 빈곤한 작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으나, 고도의 예술성을 추구한 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포우는 궁핍, 음주, 광기, 마약, 우울, 신경쇠약 등으로 불운한 삶을 보냈다. 저서로는 <병 속의 수기><리지아>「어셔가의 몰락」<모르그가의 살인사건><검은 고양이><잃어버린 편지><갈까마귀>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보들레르, 말라르메, 도스토예프스키 등에 의해 인정받았고 추리, 판타지, 공포문학의 원조 위치에 자리매김했다.
정신이상을 겁내는 작가의 불안한 심리가 엿보이는 산문시풍의 괴기소설(mystery novel)의 하나이다. 괴기소설은 현실 세계와 미지의 세계가 접촉하기 위해 야기되는 공포를 다룬다. 인간의 역사 중에서 불합리한 것으로 배척되어 온, 예를 들면 흡혈귀, 악마, 유령 등 이상한 현상에 대한 공포와 호기심을 제재로 한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괴기소설의 백미이다.
우리나라 1940년대 대중소설의 장을 연 김래성이나 1950년대 전후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소설가 손창섭이 포우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았다는 견해가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통 있는 집안의 후예인 로드릭 어셔의 긴급한 편지로 초대된 ‘나’는 잔뜩 흐린 가을날에 그 집을 찾았다. ‘나’는 어셔 가(家)의 건물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그 기분은 심한 우울증에 빠져있던 로드릭과 병에 걸린 그의 쌍둥이 여동생 마드린을 보고 한층 더 깊어졌다.
독서와 음악으로 우울함을 달래며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마드린이 죽어 나와 로드릭은 지하실에 그녀의 시신을 묻었다. 그 후 일주일쯤 지나 폭풍우가 치던 날 밤에 책을 읽고 있던 우리에게 마드린은 하얀 옷을 걸친 채 피를 흘리며 나타나서는 로드릭에게로 가 쓰러지더니 남매가 함께 죽어버렸다.
이 무서운 사건을 목격한 ‘나’는 겁에 질려 밖으로 달아나다가 뒤를 돌아보았더니 그 저택은 새빨간 달빛을 받으며 순식간에 무너져 음울한 늪 속으로 사라졌다.
오래된 집, 지붕에서부터 번개 모양으로 벽을 타고 내려와 음침한 늪 속으로 사라지는 미세한 균열, 도플갱어,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적 자아 구조, 삶과 죽음, 자아와 타인, 현실과 환상, 자연과 초자연, 남성과 여성, 기이한 두려움, 치명적 공포! 탁월한 심미안과 깊이 있는 정신분석적 시각으로 탐정소설과 공포소설을 수준 높은 순수문학으로 변용시킨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단편 『어셔가의 몰락』은 미국문학사상 가장 완벽한 고딕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인간 심리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두려움과 증오의 그림자를 드러내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또 다른 자아와의 대면과 갈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포우가 이룩한 가장 뛰어난 업적은 그동안 문학 장르로서 어정쩡한 위치에 있던 단편 소설을 엄연한 문학 장르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어셔가의 몰락』은 현대 공포 소설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포는 이 작품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우울증, 죄의식, 공포감, 파멸에 대한 두려움 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더구나 아직 숨을 거두지 않은 여동생 매들린을 산 채로 매장하는 행위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감과 전율을 느끼게 한다.
♣
포우는 술값과 노름빚을 갚기 위해 작품을 썼으며, ‘미’를 숭상한 독특한 예술세계를 펴서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인 보들레르, 말라르메 등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작품 속의 ‘나’는 어셔 가의 주인 로드릭의 오랜 친구로, 그 집의 분위기와 쌍둥이 남매의 병색 때문에 위축되어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현실 도피적인 작가의 성향이 반영되어 전체적으로 우수에 찬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죽은 마드린이 나타나고, 저택이 붕괴되는 등 비합리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나’의 내면세계와 공포감이라는 현실을 대비시켜 작가 자신의 양면성을 나타내고 있는데, 주인공 ‘나’는 현실에 등을 돌린 채 내면의 심연에 끌리고 있는 인물로 작가의 정신세계를 대변하고 있다.
(전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환상적으로만 느껴지는 까닭은 아마도 포우가 사용한 여러 고풍스럽고 괴기스러운 장치들과 화려한 문체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세의 마법서나 저승과 망령들에 관한 문서들, 그리고 전설에 바탕한 고풍의 시가는 자칫하면 유치하다는 느낌을 줄 소도구들이다. 또한 사용하고 있는 문체도 다른 곳에서라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과장스럽게 느껴질 위험이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것들이 묘하게 어울려 현실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사건을 환상적이고 신비하게 그려대고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4권 259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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