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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F. 카프카 장편소설 『성(城, Das Schloss)』

by 언덕에서 2009. 10. 31.

 

F. 카프카 장편소설 『성(城, Das Schloss)』 

      

체코 출신 독일 작가 F. 카프카(Franz Kafka.1883∼1924)의 대표 장편소설로 1921∼1922년경에 쓴 것이나, 그의 소설 <심판>과 마찬가지로 그의 사후인 1926년에 유고로서 발표되었다. 미완성의 작품이지만 작품의 구성이나 문체 등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한 결과 완성의 이상의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사회의 소외와 부조리를 통하여 인간존재의 참모습을 그리고 있는 그의 대표적 현대소설이며 현대소설의 걸작 중의 걸작이다.

  1921년 집필된 작품 『성(城)』은 카프카 만년의 미완성 대작이다. 1920년에 사귀게 된 밀레나 예센스카의 연애관계가 작품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53년 막스 브로트에 의해 극화되기도 하였다. 주인공 K는 측량기사로서 고향과 멀리 떨어진 어느 성(城)의 일을 하기 위해 성 기슭의 마을에 도착했으나 성(城)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복잡하고 기괴한 관료기구에 둘러싸인 성(城)은 그가 들어가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그를 마을에 머물러 있게도 하지 않는다. 성(城)과 마을과의 정당한 유대를 원하는 그의 노력도 헛되이 끝나고 그는 영원한 타향사람으로 남는다.

 K는 이방인이자 아웃사이더로서 성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에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대응한다. K는 특히 성의 고위 관리인 클람과의 대면을 요구하면서 계속 금기와 맞서며, 이해할 수 없는 관습에 사로잡힌 마을 공동체에 상식과 계몽의 힘을 보여주려 애쓴다. 하지만 K의 연인인 프리다의 비난처럼 “분명히 모든 것을 반박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어떤 것도 반박된 것이 없”는 상황만이 되풀이될 뿐이다. K는 누구이며, 왜 그토록 성에 닿으려 하는가? 성은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혹자는 ‘성’을 가부장적 권위로, K의 투쟁을 가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 정치적이고도 사회적인 투쟁으로 이해하며 20세기에 나타난 전체주의 체제의 권력구조를 그린 작품이자 현대 관료제에 대한 풍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성이 무의식의 영역 혹은 친밀한 가정의 영역과 대립하는 서류, 기록 등의 기호체계로 점철된 남성적 세계의 상징이라는 해석도 있다. 카프카라는 개인을 유대민족으로 확장해 서구사회에서 인정을 얻기 위해 헛되이 노력하는 유대민족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으로도 읽힌다. 심지어 혼인에 거듭 실패한 독신자 신세로 결핵을 앓으며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작가 자신의 실패한 삶에 대한 기술이자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삶을 고립시킨 예외적 존재에 대한 성찰의 기록으로 읽히기도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눈이 내린 늦은 밤, 한 남자가 성에 딸린 마을에 도착한다. 토지 측량사라 자처하는 K는 묵을 곳을 찾아 여관에 들어 마을 사람들을 대면하게 되면서 줄곧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는다. 
 K는 자신이 백작의 초빙을 받은 토지 측량사이고, 성에 대해 자신이 잠정적으로 아는 바란 “그곳 사람들이 훌륭한 토지 측량사를 찾아낼 줄 안다는 것뿐이라고 자신만만해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전혀 토지 측량사 같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는 천박한 부랑자, 아니 더 악질로 보이는 행색이 몹시도 남루한 삼십 대 남자, 마을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 모르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K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장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먼 길을 여행해 왔다. 그러나 정작 성은 규모나 외관 면에서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다가서려 할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듯 혼미한 인상을 준다. 또 학대를 당한 듯한 외모의 마을 사람들 역시 성의 관료들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성에 진입하려는 K의 시도를 방해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불가해한 사건에 그를 연루시키거나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암시만을 늘어놓는다.
 K는 이방인이자 아웃사이더로서 성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에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대응한다. K는 특히 성의 고위 관리인 클람과의 대면을 요구하면서 계속 금기와 맞선다. K는 이해할 수 없는 관습에 사로잡힌 마을 공동체에 상식과 계몽의 힘을 보여주려 애쓴다. 하지만 K의 연인인 프리다의 비난처럼 분명히 모든 것을 반박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어떤 것도 반박된 것이 없는 상황만이 되풀이될 뿐이다.

 정체불명의 사람들, 이상한 분위기, 묘한 엇갈림 속에서 K는 어떻게 하여서든지 성에 도달하려고 지극히 노력하지만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유대계 독일 작가 F.카프카( Franz Kafka.1883-1924)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城)'이 의미하는 철학적, 비유적 개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은 인간 운명의 신적인 지배이며, 신이 부여한 은총의 집중 장소이다. 그 성 밑에 마을이 있으며, 이 ‘마을’은 성의 법칙에 복종하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 단체이다. 여기서 K는 영원한 휴식을 얻고자 하지만, 이 소원은 신의 은총이 있기 전에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러면 K는 어떻게 이 은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사회는 종교문제를 도외시하더라도 불모지인 현대 운명이 처해 있는 세계에서 개체와 전체 사이의 긴장 관계로 영위되어 나간다. 개인을 조종하는 포착할 수 없는 정체불명이고, 전체 의지의 힘을 탐구해 내려고 하는 K의 행동에서 불안한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역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적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카프카 문학의 기본적인 주제의 하나로, 개체의 전체에 대한 관계를 문제삼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불가해한 전체의 힘이 개체를 압도하고는 있으나, 개체가 전체에 육박하려는 노력에 그 역점을 두고 있으며, 또 거기에 특징이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랑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성이란 신의 "은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현대사회의 법을 알지 못하는 개인은 영원한 이방인으로서 이 세계에 소속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다. 현대사회의 법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본래성을 지니는 것을 용서하지 않으며 그의 경제적인 방대한 기구는 인간을 철저하게 기능화하고 추상화하고 비인간화하였다. 카프카의 작품에서 인물들이 모두 철저하게 직업적인 기능으로만 묘사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카프카의 표현세계에 있어서 문제 되고 있는 것은 인간존재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