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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이인화 장편소설 『인간의 길』

by 언덕에서 2009. 10. 26.

 

 

 

 

이인화 장편소설 인간의 길

 

 

 

 

대학교수·소설가 이인화(류철균, 1966~ )가 쓴 3권짜리 대하소설이다. 허동식, 허선영, 허정훈으로 이어지는 한 가족 3대를 중심으로 1871년부터 1951년에 이르는 80년 동안의 한국근대사를 그렸다. `인간의 길/ 혁명의 길 / 나의 조국`으로 이루어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대하소설로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기 전 박정희의 삶을 재조명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길』소설 속의 허정훈의 실존 모델은 박정희라고 작가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허정훈의 할아버지인 허동식의 출생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허정훈이 여순반란사건에 연루된 후 6.25전쟁이 터지고 국군에 복귀하여 전투에 임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대학교수 ·소설가 이인화(류철균, 1966~ )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허동식은 아들 선영이 태어나자 운헌 선생을 찾아가 작명을 부탁하나 거절한다. 운헌 선생은 죽기 전에 선영이 절대 벼슬살이를 못하게 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하지만 선영은 16살이 되자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기어코 대과를 보러 서울로 떠난다. 그곳에서 민씨 세도가에 의한 부패와 타락에 염증을 느끼고 동학에 참가하게 된다.

 동학운동의 실패로 선영은 목숨은 건졌으나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재산은 모두 압수당했다. 그 때부터 가난은 평생 그를 따라다닌다. 1917년 막내아들 정훈이 태어난다. 그가 바로 소설의 모델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정훈은 소년 시절 친구들과 일본군의 탄약상자를 훔치는 일에 연루되어 죽도록 맞고 경찰서에 갇힌다. 그 와중에 친구 일출이 죽는다. 그때부터 정훈의 마음 속에는 힘, 즉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자라기 시작한다. 1932년 아버지의 반대를 물리치고 정훈은 대구사범학교에 입학한다. 그 후 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지만 조선인 여교사를 강간하는 일본인 교사들의 만행에 맞서 싸우다 결국 만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만주군관학교를 거쳐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다.

 광복 이전까지 관동군에 배속되어 중위로 복무하다가 광복 이후 귀국하여 국군 창설에 참여한다. 1946년 조선경비사관학교(후에 육군사관학교로 이름을 바꾼다)를 제2기로 졸업하고 대위로 임관한다. 그러나 10월 여수·순천반란사건이 발생하고 남로당 사건에 연루 된 정훈 역시 특무대에 체포된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나 만주군관학교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면하는 대신 파직된다.

 이후 전쟁이 발발하자 정훈은 다시 복권되고 한강 다리가 폭파돼 바로 눈앞에서 사촌 누나인 명진이 죽는 걸 목격한다. 정훈은 육본 조사반으로 미군의 폭격지점인 선산군 구미면으로 파견된다. 그곳은 정훈의 고향이기도 하고 친구인 채문학의 고향이기도 하다. 인민군과 함께 내려온 채문학은 고향에서 폭격 당해 죽음을 맞이한다. 무자비한 살육이 자행되는 전쟁터에서 정훈은 갈등하며 인간의 길에 대해 고민한다. 작가는 정훈의 입을 빌어 ‘삶이 부조리하다고 말하기 위해 나는 살아야 한다. 나의 질문에 대해 영원히 침묵하는 저 하늘 앞에서 나는 죽기를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음으로써 저 하늘에 대한 모만을 수행한다. 인전승천, 인간의 의지가 하늘을 이기리라. 이 무참한 하늘을 이겨 내기 위해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소설은 여기서 끝난다.

 

 

 

 

 

 

 이인화는 ‘박정희 대통령은 개인적 한계와 시대적 운명을 거부한 인물이다. 그는 결국 권력욕 때문에 자신의 이상과 의지마저 뒤집어 엎은 모반자다. 이 소설로 내가 박대통령과 박정희 시대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다거나 추종자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독자들이 읽고 판단할 일이다'고 밝힌 적 있다.

 소설 『인간의 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애를 소설화한 것으로 연재 당시부터 파문을 몰고 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시대적 상황에 맞춰 정당화시키려는 의도로 비난받기도 했다. 전북대 교수 강준만은 이 소설에 대하여 ‘파시스트의 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작가가 '영웅 콤플렉스에 바탕을 둔 파시스트'라고 주장했다.

 대학교수 강준만은 ‘일부 인간들이 부당하게 죽음을 당하고 고통 받았다 해도 전체의 국부가 증대되었으면 그건 좋은 일이다, 라고 말하는 건 극단적인 파시스트도 감히 공개적으론 하기를 꺼리는 말이라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한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정희 예찬론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부풀린 정치 경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유난히 역사와 영웅소설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인화는 박정희를 문학적으로 재발견하려는 의도로 씌어진 『인간의 길』을 출간 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독재자를 미화한 것이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개인적 취향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몰지각한 지식인이라는 가혹한 비판도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작가 이인화는 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냈지만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생각하고, 제3 공화국 시절이 대한민국의 태동기라고 생각하는 보수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박정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것으로 문학에 뜻을 둔 이후부터 박정희에 이끌렸다고 한다. 그는 "훗날 신이 이승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면 아마 『인간의 길』을 썼다고 대답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