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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클라인바움 장편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by 언덕에서 2009. 9. 14.

 

클라인바움 장편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미국 소설가 낸시 클라인바움(Nancy H. Kleinbaum, 1948~  )의 소설로 2004년 출간되었다.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 부임해 온 국어 교사 존 키팅과 6명의 그의 제자들이 이뤄 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졸업생 70% 이상이 미국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는 웰튼 아카데미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철저하고 엄격한 교육을 받는 영재 고등학교다. 목표는 오직 명문대. 그런 웰튼 아카데미에 존 키팅이 국어 교사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키팅 역시 웰튼 아카데미 출신이지만 색다른 교육 방법으로 학생들을 사로잡는다. 앞날을 스스로 설계하고 그 방향대로 나아가는 일이야말로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학생들 스스로 깨우치게 한다. 획일화되고 출세만을 고집하는 교육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 소설은 분명히 보여준다.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 곧 ‘오늘을 즐겨라’라고 말한다. 이것은 학교와 학부모들이 강요하는 미래에 도전하는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 소설은 1959년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부닥친 현실과 너무 똑같은 학교이기에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소설보다 영화로 먼저 소개되어 숱한 학생들과 교사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웰튼 아카데미는 동부의 명문 사립대학 진학 예비교로, 하버드나 예일 대학 등 이른바 아이비 리그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려는 좋은 집안 아이들이 모인 곳이다. 자연히 이들에게는 규율과 규범, 전통이 강조되고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가 강조된다. 청소년 시절의 낭만이라든가 호기심, 열정 등은 위험한 요소로 취급되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인생의 의미를 묻고, 희망과 꿈을 가지려 했던 반항의 시간이 있었고, 좌절을 겪으며 성숙하는 소년들의 삶이 있었다.

 부모님의 차별 대우로 자기의 벽을 쌓고 있는 토드, 끓어오르는 사춘기의 활력과 모험심에 불타는 찰리, 사랑에 눈뜨게 되는 녹스, 부모님의 반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극을 몰래 해야 하는 닐, 규범과 전통이라는 틀에 스스로 맞춰 가는 모범생 카멜론, 이들은 웰튼 아카데미에서 같은 방을 쓰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모두 10대 후반의 나이에 걸맞게 꿈틀거리는 희망과 젊음을 가지고 있다. 다만, 폐쇄된 학교 분위기는 이들의 열정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 소년들에게는 성공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미래만 있을 뿐 오늘이 없다. 내일을 위해 삶을 저당잡히고 사는 것과도 같다.

 그때 그들 앞에 한 교사가 나타난다. 이 다섯 사람에게뿐 아니라 웰튼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들에게 새바람을 불어넣어 준 사람, 존 키팅 선생이다. 그는 새로운 수업 방식과 사상으로 학생들에게 충격을 준다. 시를 공부하는 것조차 지식을 암기하듯 딱딱하게 공부해 왔던 아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너희들에게 언어와 말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을 가르치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누가 뭐라 말하든 언어에는 이 세계를 변혁시키는 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시를 읽는 것은 그 사람이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이고, 인류라고 하는 것은 정열이 넘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의학이나 법률이나 은행업은 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나 로맨스, 사랑이나 아름다움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있는 건가? 시는 우리들 인간의 삶의 양식이다 !”

 소년들은 키팅 선생과 만남으로써 성장해 간다. 우수한 형의 그늘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이해와 사랑을 받지 못했던 토드는 자기 속에 웅크리고 있던 삶의 자세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오히려 자기 안에 있는 감수성을 눈뜨게 하고 시를 써서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을 기른다. 차분한 모범생 녹스도 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게 키워 내며, 챨리는 사춘기의 호기심을 억누르지 않고 세계를 넓혀 간다. 물론 이들은 성장하는 소년들이기에 시행착오를 저지르기도 하며, 시련에 부닥치기도 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극에 출연했다가 들킨 뒤, 작시 인생을 쥐고 흔드는 냉엄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죽음을 택한 닐의 모습이야말로 꿈과 희망을 빼앗긴 청소년들의 시련을 그대로 보여 준다. 

 

 

 

 

 

 웰튼 아카데미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사립 고등학교 중 하나다. 이 명문 사립 학교는 미국 북동부에 있는 버몬트 주의 한적한 구릉 지대에 우뚝 서 있다. 100년 전통 유명세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고색창연한 석조 건물들과 캠퍼스를 온통 삼켜 버릴 듯 빽빽이 들어서 있는 숲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경외감마저 느끼게 했다. 더구나 캠퍼스 앞을 휘돌아 나가는 강물의 힘찬 흐름이나, 그 강을 터삼아 떼지어 날고 있는 물새들의 세찬 날개짓은 이 학교가 단지 전총 속에 사라져 간 유물이 아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유명세에 걸맞은 위치를 유지하고 있음을 은근히 말해 주고 있었다. 웰튼 아카데미의 여러 석조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눈에 잘 띄는 교회 안에서는 지금 막 입학식이 시작되고 있다. (본문 11쪽에서)

 이 소설은 비극으로 끝난다. 아이들은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인생을 찾아주고자 했던 키팅 선생의 노력도, 자기 꿈을 펼쳐 보고자 했던 아이들의 솟아오르던 희망도 모두 좌절되었다고 생각한다. 키팅은 실패자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닐의 죽음에 키팅 선생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카멜론 같은 학생을 보면서 아이들은 인간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그러나 소년들은 그를 믿고 따르고 있었다.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벽 안에서 힘없이 고개를 숙였지만, 옳고 그른 것마저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떠나는 키팅 선생을 향해,

 “선생님, 나의 선장님(Captain, Oh, my Captain!)" 이라 외치며 책상 위에 올라서는 소년들의 모습은 무엇이 이들에게 남겨졌는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새롭게 세상을 보는 방법, 책상 위에 올라 나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보는 방법, 인생의 새로운 의미가 이들에게 남아있다.

 오늘날 대학 입학 설명회 장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아니라 학부모들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좌우할 대학의 학과 선택도 주도적으로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의타적이 되어 버렸다. 청소년들이 아직 미숙하고, 그래서 기성세대들의 적절한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소년 역시 독립된 완전한 인격체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에게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교육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 저자 N. H. 클라인바움은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메딜 스쿨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신문사 기자와 논설위원을 거쳐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커져가는 고통들><다일><닥터 돌리틀 이야기><고스트 이야기><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밴텀 스파이어>등 많은 책을 썼다. 지금은 뉴욕 주의 마운트 키스코에서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