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장편소설 『자유의 길(L'age de raison)』
프랑스 철학자ㆍ작가 J.P. 사르트르(Sartre Jean Paul.1905∼1980)의 장편소설로 1945~1949년에 발표되었다. <구토(嘔吐)>와 맞먹는 그의 대표적 소설로, 이른바 대하소설로 부를 만한 규모의 작품이다. 사르트르가 일생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구한 ‘실존적 자유’의 문제를 내적 독백, 영화적 수법 등 다양한 기법으로 그리고 있다.
제1부 <철들 무렵>(1945), 제2부 <유예(猶豫)>(1945), 제3부 <영혼 속의 죽음>(1949), 제4부 <마지막 기회> 중 1절 ‘기묘한 우정’(1949)으로 구성된 미완의 소설이다. 사르트르는 1945년 앙가주망문학의 실천이라는 입장에서 야심을 가지고 집필을 시작하였으나 49년 미완으로 끝났다.
1938년에서 1940년에 이르는 동안, 즉 스페인내란에 의한 불안한 예감의 시기로부터, 뮌헨 회담,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프랑스군의 패주로 급진전하는 동란기에 역사의 물결에 희롱되면서 가지각색의 인생행로를 더듬는 인간의 ‘실존적 자유’의 궤적을 그려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부 ‘철들 무렵’ : 1938년 6월 에스파냐내란에 의한 불안한 예감의 시기에 철학교사인 주인공 마튀가 애인 마르셀의 낙태를 위한 병원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실존의식을 체험하는 것을 그렸다.
▶제2부 ‘유예’ : 38년 9월 뮌헨회담 당시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유럽 각지 사람들의 동향을 묘사했다. 여기에서 마튀는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제3부 ‘영혼 속의 죽음’ : 40년 6월 프랑스가 패배하고 마튀는 독일의 포로가 되는데 여기서 그는 앙가주망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
▶제4부 중 1절 ‘기묘한 우정’ : 마튀의 친구이며 공산주의자인 브뤼네를 등장시켜 수용소 안에서 탄생한 레지스탕스조직과 프랑스공산당의 비극적인 갈등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 중간계층 지식인들의 삶의 모습과 역사의 격류 속에서 전개되는 가지각색의 인생행로를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실존적 자유’를 탐구한 전후문학의 걸작이다.
철학교사 마튀를 비교적 작가에 가까운 인물로서 주인공같이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오히려 이 소설은 역사적 상황과 인간의 자유와의 관련을 장대하게 그려낸, 극히 현대적인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소설 기법도 극히 복잡하며, 내적 독백과 미국 소설의 영향이라 볼 수 있는 영화적 수법 등, 온갖 시도가 구사되었다. 반소설적인 취향의 <구토>에 비해 독창성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세계문학적으로도 전후의 뛰어난 작품이다.
♣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옹호한 사르트르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에 눈을 돌렸다. 수년 동안 그는 가난한 사람과 온갖 종류의 불이익을 받는 사람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교사였지만 넥타이 매기를 거부했다. 넥타이와 더불어 자신의 사회 계급과도 결별하고 노동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가치있는 특정 목적이나 목표가 필요하지 않은 무상의 활동으로 여겨졌던 자유 자체가 소책자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1946)에서는 인간의 투쟁 수단이 되었다. 이제 자유는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게 되었다. 사르트르는 소설과 희곡으로 세계 만방에 윤리적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1945년 『자유에의 길』이라는 4권짜리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그 가운데 3권, 즉 <이성의 시대>(1945) <집행유예>(1945) <영혼의 죽음>(1949)을 완성했다. 그는 제3권을 출판한 후 의사소통 매체로서 소설의 유용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희곡으로 돌아갔다.
장편소설 『자유의 길 Les Chemins de la libert』(1945∼1949)의 대부분과 <시튀아시옹 Situations>(1947∼1965)에 들어 있는 수많은 독창적인 문예평론도 전시하의 산물이었으나, 특히 1943년에 발표한 대작 철학논문 <존재와 무 L’tre et le Nant>(1943)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의 입장에서 전개한 존재론으로서 결정적인 작업이었고, 세계적으로 보아도 제2차 세계대전의 전중부터 전후에 걸친 그 시대의 사조를 대표하는 웅대한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는 노작이다. 사르트르는 196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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