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푸슈킨 중편소설 『대위의 딸(Капитанская дочка)』
러시아의 작가 A.푸슈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1799∼1837)의 중편 역사소설로 1836년 잡지 [동시대인]에 발표한 푸슈킨 산문의 대표작이다. 푸가초프의 반란에 관심을 가졌던 작가는 역사 연구서인 <푸가초프의 반란사>(1833)를 저술했는데 바로 이 연구의 문화적 성과가 이 작품이다. 내용은 예카테리나 2세 시대의 푸가초프의 반란을 배경으로, 국경 근처 요새 사령부의 미로노프 대위의 딸 마리아를 중심으로, 사관 그리뇨프와 시바블린과의 결투사건을 비롯한 갖가지 사건이 전개된다. 마침내 주인공 그리뇨프와 마리아가 결합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역사와 사랑을 교묘하게 융합시켜,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선구적 작품이 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국경 요새로 파견된 신임 청년 장교 그리뇨프는 임지로 가는 길에 한 부랑자를 만나 선의로 ‘토끼가죽 외투’를 선물한다. 임지에 도착한 그리뇨프는 허름한 요새에 낙심하지만, 곧 사령관 미로노프 대위의 딸 마리야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동료이자 연적인 시바브린과 결투를 벌이다 상처를 입는다.
얼마 뒤 카자크 하층민들의 봉기인 ‘푸가초프의 반란’이 일어나 요새는 점령당하고 대부분의 장교들은 사형을 당한다. 그런데 반란군의 수장 푸가초프는 그리뇨프가 부임길에 만났던 바로 그 부랑자였고, 그 인연 덕분에 그리뇨프는 사형을 면하게 된다.
살아남은 그리뇨프는 귀족의 서약에 따라 푸가초프에게 충성하기를 거부하고, 이를 용인한 푸가초프의 호의로 요새를 벗어나 정부군에 합류한다. 그리뇨프와는 반대로 반란군에 투항하여 새로이 요새의 사령관이 된 시바브린은 마리야를 감금한 뒤 자신과 결혼할 것을 종용한다. 그 소식을 들은 그리뇨프는 마리야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요새로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그리뇨프는 마리야를 자기 부모한테 보내고 푸가초프와 헤어져 다시금 반란군 진압을 위하여 각지를 전전하게 되었다. 드디어 전쟁은 끝나고, 그리니뇨프와 마리야도 결혼 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나, 반란죄로 체포된 시바브린은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여 그리뇨프는 애매한 죄를 뒤집어쓰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게 되었다. 마리야는 모스크바로 올라가 에카테리나 여왕에게 직소하여 그리뇨프를 구출해 냈다. 푸가초프는 모스크바에서 처형당할 때 군중 속에서 그리뇨프의 모습을 발견하고 머리를 끄덕여 인사한다.
『대위의 딸』은 러시아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문호 푸슈킨이 쓴 역사소설이다. ‘대문호’, ‘위대한’, ‘고전 중의 고전’ 등 푸시킨과 『대위의 딸』에 붙는 수식들은 이 작품을 얼핏 무겁게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푸시킨의 역사적 통찰에 지극한 소설적 재미를 녹인 이 작품은, 고전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유쾌하고 통쾌한 드라마의 극치를 보여준다. 어리숙했던 주인공의 성장, 비범한 인물과의 기이한 인연, 아름답고도 애틋한 사랑, 정의와 불의의 싸움, 엎치락뒤치락하는 사건 전개, 웃음을 자아내는 희극적 인물과 대사 등 독자들을 매료하는 요소들이 즐비하다.
이 작품은 복잡한 인간 생활을 보다 상세하고, 완전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사상적인 깊이를 파헤치기 위한 새로운 문학 형식인 산문이 푸슈킨에 의하여 가장 성공한 예라 할 것이다. 또한 18세기 후반의 러시아 귀족과 민중의 생활, 그 양자의 관계 등을 생생하게 재현 시켰으며, 진보적 귀족과 민중과의 정신적 유대와 이해를 깊게 하는, 참다운 귀족 정신의 방향 등을 제시하여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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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시인 푸시킨은 오히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에 운문 형식의 한계를 느끼고 당시까지 러시아에서 일반화되지 않았던 장르인 산문을 써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완결지은 단 하나의 장편소설인 『대위의 딸』은 이후 일어난 위대한 러시아 리얼리즘 산문 전통의 효시가 되었다.
『대위의 딸』은 19세기 초에 나온 소설이지만, 요즘 러시아의 젊은이들도 시대의 격차를 느끼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인 언어감각으로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푸시킨이 러시아인들이 실제로 쓰고 말하는 언어를 작품 속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푸시킨은 고전주의 규범에 따라 미사여구의 문어로 창작되곤 하던 작풍을 탈피해 실제 사람들이 말하고 듣는 구어를 작품 속에 구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이전의 낭만주의 문학을 벗어나 당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옮겨내는 리얼리즘 문학을 러시아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를 두고 투르게네프는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고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모두 푸시킨을 위대한 작가이자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하여 약탈자로 알려진 푸가초프의 인간미가 반란의 잔인성과 대비되어 조명되고, 작자의 역사적 관심의 소재가 드러난다. 데카브리스트의 붕괴(1825) 이후 강화되어 가는 반동정치 속에서 푸슈킨은 진보적 사상과 인민과의 관계에 깊은 통찰의 눈을 보내고 있었다.
이 작품에서도 18세기 후반의 귀족과 민중의 생활이나 기풍, 그 양자의 관계 등을 생생하게 재현시키면서, 진보적 귀족과 인민과의 정신적 유대와 이해를 깊게 하는 과제, 참다운 귀족정신의 방향 등을 제기하였다.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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