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 장편소설 『양철북(Die Blechtrommel)』
독일 소설가 귄터 그라스(Gunter Wilhelm Grass, Gunter Grass, 1927 ~ )의 장편소설로 1959년 발표되었다. 『양철북』에서는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가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에 의해서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는 세 살된 그의 생일날 의도적으로 계단에서 떨어져 성장을 중단하기로 결심하고 양철북을 잡게된다. 외견상으로 보아 그는 94cm의 난쟁이에 불과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태어날 때부터 성인의 지성을 갖추고 있다.
이 소설은 1952년에 오스카가 정신병 요양소에 들어가 그의 가족의 역사, 자신의 고독한 학교시절, 단치히의 소시민적 세계, 전쟁과 전후시대를 이른바 '개구리시점(視點)'(Forschperspektive)으로 회상한 자서전적인 장편 소설이다. '조감(鳥瞰)적 시점'(Vogelperspektive)의 반대 개념인 '개구리 시점'은 우물안 개구리처럼 위를 보는 좁은 시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한다면, 난쟁이인 오스카가 정상적인 사람들의 세계를 좁은 시야로 위를 쳐다보는 것을 의미한다. 비정상적인 난쟁이의 눈에 비친 정상적인 사람들의 세계가 더욱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이 그로테스크하다. 그라스는 어린애와 같은 작은 키 때문에 성인의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고, 성인의 지성을 가졌기 때문에 어린이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인공 오스카의 비인습적인 역할을 통해 도덕적, 종교적, 성적 터부를 무너뜨리고, 비뚫어진 그의 시각을 통해 전쟁과 전후시대의 독일의 현실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1933년 히틀러 정권이 수립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준비가 진척됨에 따라 언론과 자유주의 문학은 탄압받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문학의 암흑기였으며, 전후 ‘전쟁으로 추방되었던 문학’이 활기를 찾아가면서 특히 1947년에 [그룹 47]이라는 문학 집단이 결성되었다. 그라스는 이 그룹의 일원이었으며, <양철북>은 그룹 47] 상, 1999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24년 단치히에서 태어난 오스칼 마첼라트는 세 살 이후로 성장이 멈춰 94cm 난쟁이의 시각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까지 세계의 격동기를 지켜 보아왔다. 세 살 때 받은 양철북으로 그는 과거의 시간을 더듬어낼 수 있었다. 지금은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는 그가 50년대까지의 과거 시간을 회상하고 있다. 쫓기던 할아버지를 폭 넓은 치마 밑에 숨겨주다 어머니를 낳은 할머니의 과거사(史)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스칼의 어머니는 잡화상과 결혼했지만, 폴란드인 얀 브론스커와 관계를 맺었다. 오스칼은 그들이 같이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얀이 자신의 친아버지가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그는 학교를 싫어해 빵집 아주머니에게서 <빌헬름 마이스터>와 <라스푸틴전>으로 읽기와 쓰기를 배웠다.
그가 비록 신체적으로는 발육 부진 상태였지만 유리를 깰 만큼 큰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성적(性的)으로도 조숙해 이미 다양한 성 체험을 했다. 외견상 성인으로 보지 않았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하지 못한 그의 신체적․정신적 결함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도 책임이 있고, 나치스가 폴란드를 침공하는 날 얀을 전쟁터로 떠나게 한 것도 그였다.
제2차 세계대전은 평범한 사람들의 운명을 가지각색으로 바꿔버렸다. 오스칼은 양철북을 쳐서 나치스 군악대의 합주를 엉망으로 만드는 위험한 장난도 했지만, 난쟁이로 구성된 전선 위문극단에 들어가 대서양 연안의 방위전(防衛戰)을 체험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온 오스칼은 나치스 당원이었던 호적상의 아버지가 소련 병사에게 사살된 뒤 계모와 함께 뒤셀도르프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오스칼은 조각가와 미술학교의 모델 일을 하며 생활하다 우연히 연극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재즈 연주자로 성공했다.
그는 옆방에 사는 간호원 도로테아의 옷 향기에 취해 그녀를 겁탈하려다 실패했는데, 며칠 후 그녀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오스칼이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나 책임 무능력자로 분리돼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2년 후 진범이 잡혀 오스칼은 30세 생일에 가석방되었다.
『양철북』에서는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가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에 의해서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는 세 살된 그의 생일날 의도적으로 계단에서 떨어져 성장을 중단하기로 결심하고 양철북을 잡게된다. 외견상으로 보아 그는 94cm의 난쟁이에 불과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태어날 때부터 성인의 지성을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은 교양소설과 악당소설을 바탕에 깔고 성장이 멈춘 주인공의 눈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격동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오스칼은 세 살 이후로 전혀 발육하지 않는다. 그의 이런 신체적 결함과 기괴한 정신세계는 사회로부터 정신이상자로 분리되어 사회의 모든 금기 사항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가능하게 한다. 그의 시야를 통해 본 죽음, 대담한 섹스의 그로테스크한 묘사, 또 신을 모독하는 사건들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적나라하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것인데, 예를 들어 전시나 전후 독일인의 정치적인 무관심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
이 소설은 폴란드의 '단치히'가 주무대이다. 역사 속에서 숱하게 짓밟혔던 그 곳에서 주인공 '오스카 마체라트'는 태어났다. 그는 그의 출생을 생생히 기억한다. 태어나면서 정신연령도 성인의 그것과 똑같이 지니고 있었다. 그가 회술 하는 그의 지난날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어머니의 정부(情夫)인 '얀 브론스키'의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것도, 계모의 아들인 이복동생 '쿠르트'를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도대체 그의 말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끝까지 알아차릴 수가 없다. 쫓기는 할아버지를 숨기기 위해 할머니가 그녀의 네 겹의 치마 속으로 숨겼다가 그곳에서 '오스카'의 어머니가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 그 자신이 노래로써 유리를 깨뜨리는 것. 스스로가 세 살 때 성장을 멈추게 했다는 것. 어쨌든 기발한 작가의 상상력들이 기발하다.
세 살 생일에 오스카는 '어른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성장을 멈추기로 결심한다. 고작 97센티미터에 불과한 키 때문에 누구도 그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없다. 20세기 초 가장 비극적이며 추잡한 사건의 현장범이지만 그는 어떤 혐의도 받지 않으며, 그래서 가장 냉정한 관찰자다. 양철북을 든 것은 오스카이지만, 소설 속 ‘나’이기도 하고, 오스카가 성장을 멈춘 1927년에 바로 그 단치히에서 태어난 귄터 그라스 자신이기도 하다. 작가가 묻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 세기를 함께 살아온 우리는 1900년대의 광기로부터 자유로운가? 앞으로 살아낼 또 한 세기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양철북』은 1899년, 오스카의 할머니 안나 브론스키가 감자밭에서 떠돌이 남자를 자신의 네 겹 치마 밑에 숨기는 데에서 시작된다. 20세기는 19세기와 연결되고, 20세기는 다시 귄터 그라스를 통해 21세기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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