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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조세희 중편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by 언덕에서 2009. 9. 9.

조세희 중편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趙世熙.1942∼ )중편소설로 1976년 [문학과 지성]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같은 제목의 연작 12편 중, 네 번째에 해당한다. 도시 빈민의 궁핍한 생활, 그리고 자본주의의 모순에 찬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현실적 패배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같은 제목의 연작 12편 중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드러난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엄연한 현실적 문제이자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작자는 난쟁이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의 삶의 모습, 그리고 70년대의 노동 환경을 폭로, 고발하고 있다. 작품 결말부의 영희의 절규는 더 이상 난쟁이로 남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 주고 있다. 1970년대 한국 소설이 거둔 중요한 결실로 평가되는 작품으로서 전혀 낙원이 아니고 행복도 없는 '낙원구 행복동'의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난장이' 일가(一家)의 삶을 통해 화려한 도시 재개발 뒤에 숨은 소시민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81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난장이인 아버지와 어머니, 영호, 영수, 영희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살날같은 현실 속에서 천국을 꿈꾸지만, 철거 계고장을 든 순간부터 이 실날 같은 꿈도 잃어버린다. 영수네 동네 낙원구 행복동 주민들 역시 야단법석이지만, 어느 날 철거는 순조롭고 간단하게 끝나버리고, 그들의 손에는 입주비를 상상할 수도 없는 아파트 딱지만 주어진다. 입주권이 있어도 입주비가 없는 이들 가족은 거간꾼들에게 입주권을 판다. 그러나 전세값을 주고 나니 남는 것이 없다. 난쟁이인 아버지는 결국 죽음의 길을 택하고, 영수의 가족들은 공업 도시 은강시로 아사를 간다.

 영수는 자동차 공장에서 일을 하고, 영호는 은강 전기에서 연마 노동자로 일을 한다. 그러나 허그렛일 하는 삼남매는 도시 근로자 기준치 최저 생계비도 되지 않는 총수입으로 살아간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영수는 불합리한 사회의 음모를 알아차리고, 그들이 놓인 최악의 노동 조건이 가진 자를 위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영수는 사내에 서클을 조직하게 되는데, 이를 알아차린 고용주가 폭력배를 불러들여 폭행을 한다. 영수는 회장을 죽이는 것이 다른 노동자들과 자신의 삶을 찾는 것으로 생각하고 킬을 지니고 사내로 들어가지만, 회장의 동생을 오인하여 찌르게 되고, 재판정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소설가 조세희( 趙世熙.1942&sim; )

 

 이 작품은 한마디로 1970년대를 처절하게 밑바닥 인생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한 난쟁이 가족의 수난사 이야기다. 난쟁이 김불이 가족들은 지옥과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난쟁이 자신은 채권 매입, 칼 갈기, 고층건물 유리닦기, 펌프 설치, 수도 고치는 일 등을 했고, 자식들도 모두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나간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결국 산업화라는 거대한 힘과 가진 자들의 무관심 속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그들은 결국 ‘낙원구 행복동’에서 내몰린다. 고난과 멸시를 견디지 못한 난쟁이는 근대화에 밀려 집이 철거되자 높다란 굴뚝에 올라가 차별없는 별세계를 꿈꾸며 자살하고 만다. 죽어서야 낙원구 행복동에 간 셈이다.

 

 

 

 1970년대의 ‘난장이’는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남들처럼 존엄한 인간이 아니요, 고귀한 사람들을 위해 밑바닥에서 사회를 떠받쳐야 한다. 가진 자가 하라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먹으면 된다. 이처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선이 확실한 대립, 갈등이 설정되어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용자와 근로자,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가 뚜렷이 나뉘어 있다. 대학생 지섭, 가정주부 신애조차도 난쟁이편에 가담하여 중간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갈등의 양측이 화해하려고 하는 것은 적어도 1970년대에는 하나의 상상이거나 환각이었던 셈이다. 

 낙원구 행복동’을 꿈꾸며 죽은 난쟁이가 이 땅이 살 만하다고 지금쯤은 과연 되돌아오고 싶어할까? 상황이 그때와는 다르겠지만, ‘난장이 세계’는 우리 주위에 여전히 남아있다. 부정, 비리, 폭력 기사투성이의 신문, 하루 술값으로 서민들의 한 달 월급을 뿌리는 사람들, 생산 원가를 건지지 못해 논밭을 갈어엎는 농민, 야근을 하더라도 빠듯한 노동자의 살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바로 그런 곳을 잊지 말라고 우리에게 충고한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난장이 세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