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장편소설 『마(魔)의 산(山), Der Zauberberg)』
독일 소설가·평론가 토마스 만(Thomas Mann.1875∼1955)의 장편소설로 상하 2권으로 구성되었으며 1924년 발표되었다. 초기의 단편소설 <트리스탄>을 원형으로 하여 그것보다도 외면적으로 넓히고 내용도 깊이를 더하고 있다.
장편소설 『마의 산』은 토마스 만의 아내가 폐렴으로 다보스의 요양소에서 요양 중 만이 병 간호했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처음에는 단편으로 정리할 계획이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독일 정신을 서구의 민주주의 문화와 대비, 옹호한 <비정치적 인간의 성찰>이라는 논문을 둘러싸고 커다란 사상적 시련을 겪자 작품의 구상이 차츰 커져 장편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스위스의 한 폐결핵 요양소를 무대로 하여 제1차 세계대전 전에 내적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서구의 정신상황과 시대의 문제를 풍부한 성찰과 반어로써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연금술적ㆍ신화적 요소 등을 도입한 상징적이고 정교한 구성으로 20세기 소설 양식의 발전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발표되자마자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의학계의 비난과 소설 이론상의 이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토마스 만은 이 작품으로 192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 양친을 여의고 19세기의 시민적 윤리관을 굳건히 지키며 살아온 조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대학에서 조선 기술을 공부한 한스는 이제 실습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한스는 사촌 찜센을 문병하러 스위스의 다보스에 있는 결핵 요양소를 방문하나, 그곳 병원 원장인 베렌스가 그도 요양이 필요하다고 해 7년간이나 그곳에 머물게 된다. 요양소가 풍기는 분위기는 자포자기의 느낌이 강했으며, 산 아래의 비현실적인 생활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한스는 이곳의 생활을 마음에 들어 했으며, 요양소의 세계에 끼어들어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사상적ㆍ정신적 교육을 받는다.
한스는 여기에서 특이한 인물들과 만나게 되는데, 특히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일체의 관습을 떠나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러시아인 쇼샤였다. 한스는 그녀에게서 사랑의 안내를 받으며, 축제날 밤 그녀와 육체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쇼샤는 그 다음 날 그곳을 떠난다.
또 한스에게 영향을 미친 유머스럽고 말이 많은 휴머니스트 제템브리니는 19세기 유럽의 전형적인 지식인으로 젊은 주인공 한스에게 진보적인 사고와 계몽적인 교육관을 역설한다. 이에 비해 한스에게 적대하는 금욕적인 예수회 수도자 나프타는 죽음의 독재와 공산주의적 신의 도래를 역설한다. 이에 대해 한스는 당혹해 했으나 점차 제템브리니와 나프타의 논쟁에 끼어든다. 사촌인 찜센은 자신이 복무하던 군으로 돌아가고 싶어 원장의 경고를 무시한 채 하산했다가 다시 요양소로 돌아왔으나 얼마 되지 않아 죽고 만다.
어느 날 한스는 스키를 타다가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생사를 경험한 뒤 제템브리니와 나프타의 논쟁에 회의를 느낀다. 요양소에 퇴폐적인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하고, 제템브리니와 나프타가 결투를 벌이는 데 하늘을 향해 총을 쏜 제켐브리니를 비겁자라고 하며 나프타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만다.
'마의 산’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지상의 기준과는 전혀 달랐다. 7일 동안만 머무를 예정이던 것이 어느새 7년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때마침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한스는 산을 내려가 전쟁에 참가한다. 그는 포탄이 작열하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서 숨을 헐떡이며 낮은 소리로 요양소에서 불렀던 죽음을 초월한 삶의 노래인 <보리수>를 읊었다.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12년이 걸린 작품으로 독일의 전통적인 교양소설의 형식을 취하였다. 『마의 산』은 낭만주의적ㆍ보수주의적 휴머니즘에서 사회적 휴머니즘으로 발전해 가는 토마스 만의 세계관을 나타내고 아울러 유럽문명을 예리하게 비평한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한스는 합리적인 사회를 추구하려는 진보주의자인 제템브리나와 독재에 의해 신의 나라를 건설하려는 전체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자인 나프타의 대립 사이에서 서로 상이한 사상에 영향을 받으나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눈 쌓인 산에서 생사의 체험을 겪으면서 사랑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인 생의 의미로 전환된다. 극단적인 사상이나 대립을 벗어나서 선의와 사랑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
제템브리나와 나프타의 대립 속에서 제1차세계대전 중 토마스 만 자신의 내부에 있어서 민주주의와 보수주의의 대립과 갈등을 읽을 수 있는데, 그는 이 작품에서 인생의 모든 대립적인 요소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자세는 ‘생과 시민의 편에, 규율과 의무와 명예의 편’에 기울어져 있다.
초기에는 예술가의 심리를 문제로 삼은 토마스 만이 이 소설에 있어서는 사회적 인간성을 문제로 삼고 있다. 20세기에 있어서 정신적 인간은 어떻게 자기의 인간적 견지를 정해야만 하는가를 정확히 추구하고 있다. 심미적 예술가로서 출발한 토마스 만의 반(反)예술가적 전향의 발단을 이룬 발전소설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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