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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압살롬 압살롬(Absalom Absalom)』

by 언덕에서 2009. 8. 22.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압살롬 압살롬(Absalom Absalom)』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의 장편소설로 1936년 발표되었다. 작가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의 거의 모든 무대가 된 미국 남부의 과거의 영광과 붕괴를 그린 작품이다. <구약성서> ‘사무엘 하’에 나오는 압살롬에 대한 이야기를 근거로 하였다. 압살롬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윗왕의 셋째 아들로  아버지에게 가장 총애받았던 아들이지만,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사건으로 아버지 다윗 왕에게 반기를 들다가 파멸한 인물이다. 구약성경에서 다윗왕의 장자 암논은 이복 여동생 다말을 강간하고, 다말의 친오빠 압살롬은 이를 응징하여 암논을 죽인다. 아버지 다윗왕이 사건에 관해 처벌하지 않자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왕을 제거하기 위하여 쿠데타를 일으키다 자멸한다. 

 장편소설 「압살롬 압살롬」에서 거칠어 보이는 흑인들과 프랑스인 건축가를 데리고 나타난 토머스 서트펜은 남부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몇 년 후 큰 부자가 된다. 주변에서 가장 큰 목화 농장과 화려한 대저택의 소유주가 된 그는 자신의 부와 지위에 알맞는 가문의 엘런이라는 여성과 결혼한다. 과거를 숨긴 채 결혼하여 헨리와 주디스를 낳은 서트펜의 비극은 헨리가 대학에 간 후 시작된다. 주디스와 약혼하려는 찰스 본을 헨리가 살해하면서 소설은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무대는 가공의 지명인 요크너패토퍼 군(郡)으로 퀭틴 콤프슨이 주인공인 토머스 서트펜의 일생과 그 집안의 내력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크너는 이 작품으로 194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33년 미국 남부의 소읍인 요크나파토파에 토머스 서트펜이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가난한 백인의 아들로 출생한 서트펜은 어릴 적에 구걸을 나갔다가 모욕을 당한 후 야심을 품고 서인도로 간다. 그는 그곳에서 크게 성공하고 율랠리어 본과 결혼해 아들 찰스를 낳았으나 그녀에게 흑인의 피가 섞인 것을 알자 아내와 자식을 모두 버린다. 미시시피에 돌아온 그는 야만인과 다름없어 보이는 흑인 스무 명과 납치해 온 듯한 프랑스인 건축가와 함께였다. 인디언 부족에게서 넓은 땅을 구입한 그는 흑인들을 데리고 벽돌을 굽고 나무를 베어 저택을 짓기 시작한다.

 오 년 후,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대저택과 인근에서 가장 큰 목화 농장을 소유하게 되자 그는 그에 걸맞은 신붓감을 구한다. 종교적으로 아주 경건한 콜드필드 가문의 딸 엘런이 그 상대였다. 과거를 알 수 없는 ‘악귀’ 같은 그와 눈물을 흘리며 결혼했던 엘런은 헨리와 주디스라는 남매를 낳는다.

 엘런은 자신의 아이들보다 늦게 태어난 여동생 로자는 물론 친정과는 거의 왕래를 하지 않고 지내고, 로자도 서트펜을 증오하며 자라난다. 엘런에 버려져 성장한 찰스는 대학에서 헨리를 사귀고 친구의 여동생 주디스와 결혼하려 한다. 딸의 결혼 상대가 자신이 버린 아들임을 안 서트펜에 의해 제지된다. 마침내 엘런은 헨리에게 살해된다. 사 년 후 헨리가 배 다른 형인 찰스 본을 살해하면서 새로운 비극이 닥쳐온다. 결국은 서트펜도 워시 존즈에게 죽음을 당하고 서트펜 일가는 몰락한다.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 )

 

 이 작품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모욕을 준 대농원주에 필적하는 일가를 이룩하리라는 야망에 사로잡혀서, 한때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나는 줄거리로 구약성서의 압살롬 이야기와 닮은 꼴의 스토리다. 이는 토머스 서트펜과 그의 일족에 대한 이야기를 몇 사람의 이야기꾼을 통하여 전개시키는 장대한 실험적 소설이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산골에서 태어난 가난한 백인 서트펜의 야망과 파멸의 일생을 3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복잡한 구성으로 묘사하였다. 계급차별에 눈뜬 소년 서트펜은 온갖 비정한 수단을 강구하여 상류계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버둥대다가 남북전쟁에서 북군에게 패배하자 좌절하고 만다는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이 계획의 비인간적 요소 때문에 흑인 백치 소년 하나만을 남기고 서트펜 일가는 다 죽어간다.

 <음향과 분노>(1929)에 나와 누이동생의 근친상간 망상 때문에 투신자살하는 퀘틴 콤프슨이 다시 등장하고 그 병적이라 할 만큼 예민한 감수성과 상상력은 신약성서, 그리스 비극에 대한 언급과 겹쳐서 이 이야기에 커다란 무게를 주며 미적인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남부사회의 한 단면을 그린 이 작품은 포크너의 걸작에 속한다. 미시시피 주 서트펜트 일가의 비극은 남북전쟁에서 패한 미국 남부 사회의 비극적인 역사를 보여주는 매개체이다. 

 포크너가 그 동안 중점적으로 제시했던 성과 인종 문제, 인간의 본성 등 다양한 주제가 이 소설 안에 드러나 있다. 발표 당시에는 난해하다는 평이 있었으나, 지금은 세계 문학사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제목뿐 아니라 이 작품의 주된 사건이 되는 서트펜-찰스 본-헨리-주디스의 관계 역시 관련이 깊다. 서트펜의 장남 찰스 본은 이복동생 주디스와 결혼하려 하고, 서트펜은 이에 대해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상황을 악화시키며, 헨리는 결국 찰스 본을 살해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곪을 대로 곪아 있던 서트펜가의 비극이 폭발하며, 그 후 40여 년 동안 이어질 불행과 서트펜가가 몰락하는 원인이 된다.
 
서트펜가의 일대기는 미국 남부의 성망을 상징한다. 혼자 힘으로 농장을 일구고 저택을 지어 부를 쌓아 가던 서트펜은 결국 자신의 야망과 악행(흑인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아내와 아들을 버린 것)이 원인이 되어 몰락의 길을 걷는다. 새로운 꿈을 안고 남부로 왔던 개척자들은 오직 자신들만의 힘으로 우뚝 서지만, 그 안에서의 도덕의 해이와 흑인 노예 착취로 인해, 결정적으로 새로운 세력으로 성장한 북부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쇠퇴해 간다.

 서트펜의 죽음과 그 후 이어지는 가문의 쇄락은 미국 남부의 이상과 꿈의 몰락을 의미한다. 서트펜가에서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 백인보다는 흑인의 피가 더 많이 섞인 혼혈이자 지체아인 ‘짐 본드’라는 사실은, 서트펜에 대한 조롱이자 모순적인 남부 사람들에 대한 조롱이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이 작품이 “최고의 남부 소설”이라 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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