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장편소설 『빌헬름 마이스터(Wilhelm Meister)』
독일 문호 괴테(Goethe, Johann Wolfgang von. 1749∼1832)의 장편소설로 『빌헬름 마이스터의 도제(徒弟) 시대(수업 시대)』(1796)와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1829)의 2편으로 되어 있다. 마이스터란 시민사회의 실력자였던 수공업의 기능공 조합인 길드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괴테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빌헬름을 인생의 거장으로 설정해 놓고, 그의 도제시대와 그리고 거장이 되기 위한 수업의 연장인 편력시대를 묘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어느 인물의 생애의 발전을 묘사하는 '교양 소설'은 당시 독일 소설의 주류였으며, 『빌헬름 마이스터』는 이런 교양소설의 대표적인 걸작으로서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제1부의 초안 <우르마이스터(Urmeister)>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1776∼1785)이라고 제목이 붙어있고 제2부에는 <체념의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한 후 1777년부터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이라는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집필을 중단했다가 1794년부터 새롭게 고쳐 쓰기 시작했다.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체험과 집필을 거치며 괴테는 대문호가 되었다. 당시 괴테의 완숙한 문제의식에 걸맞게 수정된 이 작품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도제(수업) 시대』라는 제목으로 완성되었다. 원래는 주인공 빌헬름이 예술가로서 성공하여 독일 국민연극의 창시자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완성된 『빌헬름 마이스터의 도제(수업) 시대』에서는 빌헬름에게 연극은 그가 거쳐야 할 하나의 수업에 불과하며 그는 이 수업을 마치고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가게 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 빌헬름의 이야기는 속편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로 이어진다. 제2부가 탄생한 것이다. 한 인간이 사회 속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 가는 과정이 담긴 독일 특유의 문학 양식, 즉 '교양소설'의 본보기가 되어버린 이 소설은 ‘시민’으로서 개인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내용은 한 인간의 생애가 전인류의 역사에 뒤지지 않는 깊이와 넓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엄한 드라마이다. 또한, 당시 독일의 계급, 정치, 교육, 예술, 경제의 구체적인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서술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도제(수업) 시대』
부유한 상인의 아들인 빌헬름은 연극에서 비로소 참다운 생활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순회연극단의 일원이 되어 배우 생활을 하지만, 온갖 인간관계에 말려들어 환멸을 느끼고 극단을 떠나 참다운 생활을 탐구하게 된다.
그는 오히려 서커스단에서 구출해 준 소녀 미뇽, 그리고 이 소녀와 행동을 함께 하는 늙은, 하프 연주자에게서 고통을 이기며 살아가는 진실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특히 신앙심이 두터운 한 여성이 쓴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을 읽고, 빌헬름은 마음속에 잠재해 있던 그리스도의 사랑을 순수한 감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만들려는 노력의 귀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자기를 바쳐 노력함으로써 사회에 봉사할 결심을 하고 ‘탑의 결사’에 가입하여, 이 결사의 핵심을 이루는 ‘아름다운 영혼의 일족(一族)’의 장녀와 약혼한다.
●『편력 시대』
말년의 괴테가 보여준 지적 능력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복지사회를 지향한 유토피아를 그린 것으로, '체념하는 사람들'이 부제로 붙어있다. 이것은 각 개인이 특기를 살려 민주적인 질서 속에서 개체가 전체를 위하여, 다시 말하면 살기 위해, 이 목적 이외의 것을 체념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 편력 시대에는 일관된 줄거리의 전개 없이 여러 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빌헬름은 당시의 풍습에 따라 편력의 길을 떠나 온갖 인생을 경험하고, 어느 장원에서는 그곳의 수익이 노무자에게 분배되는 것을 발견한다. 또한 '교육주(敎育州)'에서는 사회에의 봉사 속에서 개체를 살리는 교육을 보게 된다. 그는 방방곡곡을 편력한 다음 새로운 시대를 예견하고, 전통만을 소중히 여기는 유럽에 머무르기보다는 외과 의사가 되어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갈 것을 결심한다.
● 『수업(도제) 시대』는 연극의 세계와 유랑극단의 세계를 다룬 매우 유쾌한 소설이다. 문장으로 보나 기법과 구성으로 보나 더없이 완성도 높은 작품이며 독일 교양소설의 대표작으로서 오랫동안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실로는 『수업 시대』를 <신곡>이나 <돈키호테>, 셰익스피어 작품에 견줄 대작으로 극찬했으며, 프리드리히 슐레겔(1772~1829)도 이 소설에 감탄하여 엄청난 찬사를 바쳤다.
그 주제는 인격 형성의 문제와 넓은 세상에서의 끝없는 수행이라는 내용으로 변화해 간다. 지적 성장과 교육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써 내려간 이 소설은 교양소설이라는 고전 장르의 모범이 되었으며, 저자인 세속적이고 심술궂은 괴테 또한 훨씬 매력적이다.
『수업 시대』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 빌헬름이 내적, 외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그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탑의 결사’와 관계를 맺는다. 처음의 연극적 경험은 인생 수업의 한 단계일 뿐이며, 탑의 결사에 이끌려 넓은 세계로 나가 구체적으로 세상을 위해 쓸모 있는 실천의 생활을 해야 함을 배우게 된다. 또한, 시민, 귀족, 배우 등 여러 계층 인물들과 만나고 교류하며 성장해 간다. 로타리오에게서는 뛰어난 정치력을, 수도원장에게서는 박애 정신을, 테레제에게서는 집안일에 대한 지혜를, 필리네에게서는 삶을 즐기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괴테는 작품 전체에 걸쳐 ‘탑의 결사’를 중요한 요소로서 등장시킨다. 그들은 빌헬름이 지나온 삶의 여정에 스며들어 우연과 필연, 운명과 책임의 혼란 속에서 그를 구해 준다. 이 작품이 주고자 하는 의미는 바로 인간의 노력과 인간성의 승리에 대한 믿음이다.
● 『편력 시대』에서 빌헬름은 여행을 떠나 알프스 산중의 대공장에서 노동과 기도의 생활에 젖고, 옛날 친구 야르노가 광부로서 노동에 대하여 의의를 느끼고 있는데, 그와 만난다. 또한, 백부의 장원에서 노동자를 단위로 한 사회를 보고, 교육국(敎育國)에 가서는 사회에 봉사하면서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본다.
그의 결사는 이처럼 교육 이상을 체득한 사람들에 의하여 조직되었고, 사람마다 특기를 갖고 있으며, 계급의 차별은 없고, 제자ㆍ직공ㆍ스승의 제도에 의한 질서가 확보되어 있다. 개(個)가 전(全)에서 살고 있다. 결사의 사람들은 미국에 이상사회를 건설하게 되고, 그도 동행한다.
『편력 시대』는 1807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괴테가 죽기 3년 전인 1829년에 완성하였다. 여기서는 빌헬름이 편력하는 여러 나라의 사회구조와 신대륙 미국으로 이주하여 건설하려는 이상적 사회구조가 제시되어 있다. 다수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었으며, 풍부하고 다양한 생활을 표현하고 있다. 부제는, <체념의 사람들>로 전체를 위하여 아집을 버리는 즐거움이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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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도제) 시대』에서연극에 대한 호기심을 느낀 빌헬름은 극단과 함께 상용여행을 하는 도중 연극에 대한 자기의 재능을 알게 된다. 인생에 뿌리박은 연극에 의하여 독일 연극을 개량할 사명을 확신하면서 현실의 그것에 대한 불만에서 이것을 버릴 것인가 어쩔 것인가의 갈림길에 선다. 이처럼 그에게 인생의 의의를 깨닫게 한 것은 소녀 미뇽의 자신을 잊는 듯한 사랑이며, 현악기를 타는 것에 의해 아름다움에의 공감한다. 그는 참된 배우와 국민극장을 창설하는 연극적 사명 수행을 위하여 함부르크로 간다.
이 초안(수업 시대)에 있어서, 빌헬름의 상처를 아물게 한 백마의 여성, 미뇽의 사랑의 심리적 변화, 그녀와 수금 타는 솜씨, 아우 레리에게 양육되고 있는 어린이와 노파 등의 줄거리는 예감으로 가득 찬 채 저술을 그만두고 말았다.
1793년에 이것을 개작하여 『수업(도제(徒弟)) 시대』라 칭했다. 여기에서는 연극은 주인공의 인간 생성의 전제로 그치고, 그의 행동 범위는 예술 이상의 실현에서 행동의 세계에까지 확대되어 간다. 재능이 부족하여 실제 삶으로 돌아온 빌헬름은 옛 연인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아우렐리에의 유서인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으로부터 종교적 외경을 느낀다. 그는 인생의 의의를 고려하여 로타리오의 귀족 사회에서 의의를 인식하고자, 그 조직의 일원이 되어, ‘도제(수업) 시대’를 탈피하고, 백마의 여성과 결혼한다.
● 『편력 시대』는 부제 <체념의 사람들>에서 알 수 있듯이 체념이 이 작품을 일관하고 있는 중요한 근본 사상이다. 괴테가 말하는 체념이란 단지 욕망이나 정열을 억제하며 소극적인 무위의 생활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자기 규제와 근로를 생활의 지침으로 삼고 흩어지는 개인의 힘을 유익한 한 가지 일에 결집해 사회의 이익을 위하여 공헌한다는 의미이다.
『도제(수업) 시대』가 빌헬름 개인의 인간 형성을 다루는 것으로 일관하는 '교양소설'인데 반해 『편력 시대』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19세기에서 이상사회의 창조나 그의 기초가 되는 교육 문제를 다루는 '사회소설'로 발전하고 있다. 그 결과, 주인공 빌헬름은 개인의 일반교양을 목표로 하는 『도제(수업) 시대』의 입장을 극복하게 된다. 빌헬름은 기술을 익혀 사회에 봉사한다는 견지에서 훌륭한 외과의가 되어, 인간성의 완성을 추구하는 유용한 존재가 된다. 소설의 구성상 매끄럽지 않은 점이 여러 군데 있지만 <파우스트>와 함께 괴테의 일생에 걸친 지식과 에너지가 소설 전편에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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