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린저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미국 소설가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1919 ~2010)의 장편소설로 1951년 발표되었다. 전후 미국 문단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작품이다. 성적 불량으로 퇴학당한 어느 고교생의 언행을 통해 현대사회의 속물 근성을 비판하고 있다.
책 제목은 스코틀랜드의 민요인 <호밀밭에서 만나면>에서 따 온 것으로, 호밀밭에서 노는 데 정신이 팔려 벼랑으로 떨어지는 줄도 모르는 아이들을 낭떠러지로부터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샐린저 자신의 꿈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청소년들의 용어를 적절하게 구사한 간결한 문체가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절대적인 인기를 모았다. 20세기 미국 문단의 이단아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사립학교의 문제아 홀든 콜필드가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며칠간의 일들을 담은 작품이다.
십 대들의 언어를 그대로 옮긴 듯한 욕설과 비속어 속에 위트를 간직한 문장으로 청춘만이 공감할 수 있는 페이소스를 녹여 낸 이 소설은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콜필드 신드롬’을 일으켰고, 홀든 콜필드라는 이름은 반항아의 대명사가 되었다. 전통적인 성장 서사가 자아의 발견과 성찰에 집중하고 있다면, 『호밀밭의 파수꾼』은 인간 존재를 특징짓는 공허함과 소외 그리고 위선적인 기성세대에 대한 예민한 성찰을 보여 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6세 된 주인공 홀든 코우필드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어느 날, 세 번째로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제적당하고 뉴욕에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 ‘거짓투성이인 세상’에 절망하면서도 사람이 그리워 2박 3일 동안 헤매고 다닌다. 명문 사립학교에서 홀든이 반발했던 것은 현대사회의 허위, 허식, 무신경, 약육 강식, 비정함 등 때문이었는데, 학교는 그를 부적응자로 몰아내 버렸던 것이다.
홀든은 방랑하면서도 고독해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었지만, 그들은 돈만 아는 매춘부나 떠돌이, 본성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여자 친구들, 신뢰감을 느낄 수 없는 선생님 등이어서 그를 오히려 더 고독하게 하고 염세적으로 만들 뿐이었다. 그에 비해 아이들, 연못의 오리, 수도사 등 순수하고 힘없는 것들에 대한 코우필드의 애정은 각별했다.
코우필드는 때묻지 않은 깨끗한 세계를 동경했다. 그는 거짓과 오욕으로 뒤범벅이 된 현대사회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런 바람은 차츰 그를 몽상적인 소년으로 만들었다. 결국에는 인간들 사이를 불신하게 만드는 것이 ‘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포기하려고 했다. 이렇게 해서 홀든은 계획을 세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말을 하지 않으며 살려고 했다. 그러나 어린 동생 피비의 애정을 통해 구원의 빛을 발견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화, 문학, 음악 등 문화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온 소설이다. 이 책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영화로는 컨스피러시, 에이미, 플레즌트빌 등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또한 사이먼과 가펑클, 빌리 조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을 매혹시켰다. 이 소설의 주인공 콜필드는 의 대명사가 되었고, 콜필드의 어휘는 곧 십대들 사이에서 유행되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를 특징짓는 공허함과 소외를 애써 무시하는 사회의 태도를 고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콜필드가 어른의 사회를 위선으로 규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이다.
이 소설이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콜필드가 이처럼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는 억압된 자아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콜필드는 결국 이 세상이 모두 거짓과 위선으로 뒤덮여 있다고 절규하면서 미쳐가지만, 저자는 인간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야말로 미쳐가는 게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나 십대에 콜필드와 동일한 경험을 했을 것이며 이러한 공감대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한 예민한 독자들에게는 『호밀밭의 파수꾼』읽기가 아픈 경험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샐린저의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에게 진실한 소설이며 그만큼 우리에게도 절실히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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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는 홀든의 머리카락의 절반이 백발이라고 하는 유머러스한 표현이 보인다. 이것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불안정한 사기에 그의 감성이 자기 모순에 빠져 있음을 상징해 주고 있다. 그는 나이를 속여 술을 마시려는 어른 흉내를 내기도 하고, 잡지를 사러 가면서 ‘오페라를 보러 가는 중이에요’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경멸하건 영화 주인공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부유한 변호사를 아버지로 둔 도시 출신이 갖는 엘리트 의식이 이따금씩 내비치기도 하는 등 유치함이 엿보인다. 이러한 행동과 진실되고 순수한 것들에 대한 동경, 또 허위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있는 홀든의 양면성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출간 당시 퇴학당한 문제아라는 소재와 거침없는 속어 때문에 중고등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되었으나 지금은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동시에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그 영향은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계에서 두드러졌는데, 사이먼 앤 가펑클,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빌리 조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워터프런트」, 「에덴의 동쪽」을 연출한 엘리아 카잔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하고자 했으나, 샐린저가 “주인공 홀든이 싫어할까 봐 두렵다.”라는 이유로 거절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래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직접 각색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영화들이 많은데, 「파인딩 포레스터」의 주인공이자 천재 작가 포레스터는 단 한 편의 걸작을 남기고 은둔 생활에 들어간 샐린저를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매력적인 반항아라는 소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 온 『호밀밭의 파수꾼』 속 홀든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 생생함을 잃지 않고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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