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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조지 오웰 중편소설『동물농장(Animal Farm)』

by 언덕에서 2015. 1. 15.

 

 

 

 

조지 오웰 중편소설물농장(Animal Farm)

 

 

 

 

영국 소설가 G.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1945년에 발표한 우화 형식의 정치풍자소설로, 스탈린 독재하의 소련 체재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 대 소련을 중심축으로 한 사회주의 진영과의 대립이 첨예화했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냉전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소설은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정치 풍자소설로는 <걸리버 여행기> 이후의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친다. 한국에서는 미군정의 의뢰로 1948년 김길준(金吉俊) 번역으로 국제문화협회 출판부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미군정이 남조선을 반공의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해 취했던 여러 정책 중 하나였고, 오웰이 『동물농장』에 담은 전체주의에 대한 저항 정신은 반공주의에 의해서 왜곡된 측면이 있다.『동물농장』의 표면적인 내용은 한 농장에 살던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주인을 쫓아내고 직접 농장을 운영하지만, 결국은 부패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조지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혁명이 성공을 거둔 후에는 어떻게 변질되는가, 권력자들과 정치가들이 어떤 식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억압하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동물농장』에는 소비에트 연방의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들어 있다. 그래서 반공주의 소설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재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실제로 스탈린 시대의 소련에서 생긴 사건에 기반한다. 조지 오웰은 한동안 영국 독립 노동당(ILP)의 당원이기도 했던 좌파였지만, 스탈린에 대해서 비판적이었고, 에스파냐 내전에 참가한 이후로는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

 오웰이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에 쓴 '지난 10년 동안 나는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을 위해서는 소비에트 신화를 파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확실하게 되었다.'라는 문장에서 그의 집필의도를 알 수 있다. 그는 소련의 성립부터 소련이 가진 모순을 간파하였고 결국 소련의 붕괴에 의해 그의 시선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동물농장 Animal Farm> , 1954년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존스 씨의 장원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던 동물들이 돼지 메이저 영감의 유언에 따라 ‘두 개의 다리로 걷는 존재’ 즉 인간들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다. 동물농장의 새 주인이 된 동물들은 수퇘지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지도 아래 열심히 일한다. 이론가인 스노볼은 풍차를 건설해서 농장을 기계화하는 계획을 추진하지만, 음모가인 나폴레옹이 그를 추방하고 스노볼의 동조자들을 처형한 후 독재자로 군림한다.

 풍차 건설은 태풍과 농장 탈환을 기도한 존스 일파의 침략으로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지만, 동물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특히 말인 복서는 충성을 다해 묵묵히 일한다. 그러나 과로로 쓰러져 더 이상 부려먹을 수 없게 되자, 그는 감쪽같이 마을의 도살장으로 보내진다.

 수년 후, 풍차도 완성되고 생산성도 향상되었으나, 돼지 이외의 동물들은 여전히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적어도 두 개의 다리로 걷는 것, 그것은 모두가 적, 적어도 네 개의 다리로 걷는 것, 또는 날개를 지닌 것, 그것은 모두 우리 편’이라는 본래의 구호도 무시한 채, 돼지들은 인간들과 거래를 하고 인간 흉내를 내기까지 한다. 

 

영화 <동물 농장 Animal Farm> , 1999 제작

 

 

 이 작품은 좁은 의미로 볼 때, 소련의 정치 체제에 대한 풍자소설이나 넓게는 공산주의건, 나치즘이건, 민족주의건간에 모든 이념, 혁명, 믿음이 밟게 되는 과정을 예리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속편 성격을 띠는 것이 유명한 장편소설 <1984년>이다. 

 인간 존스 농장의 동물들이 돼지의 지도 아래 반란을 일으켜, 인간들의 착취가 없는 '모든 동물이 평등'한 이상 사회를 건설하고자 한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돼지만이 특권을 누리게 되고, 특히 수뇌들 사이의 권력 투쟁으로 나폴레옹이 스노우볼을 추방하고 난 다음부터 나폴레옹의 독재 체재가 더욱 강화되어 반란 전보다 더 심한 착취를 당하게 되며, 동물들의 의식까지도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공포 사회가 형성되어 인간들과의 상거래도 부활되고 만다. 권력은 타락하기 마련이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타락한다는 명언을 입증해 보인다.

 조지 오웰은 이 작품에서 마르크스와 레닌을 메이저 영감에, 스탈린은 독재자 돼지 나폴레옹(Napoleon)에, 그의 반대자 트로츠키를 경쟁자 돼지인 스노우볼(Snowball)에 비유했다. 스탈린의 비밀경찰은 개, 옛 소련공산당의 당원은 돼지로 비꼬았다. 또한, 쫓겨난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농장주 존스(Jones)로, 스탈린을 광신적으로 따르는 우매한 민중은 양, 종교는 까마귀에 비유했다. 그러나 굳이 '동물농장'의 상징을 러시아 혁명과 소련으로만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나폴레옹을 히틀러, 스퀼러를 괴벨스로 비유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나폴레옹을 김일성, 스노우볼을 박헌영, 메이저를 레닌에 비유해도 이상하지 않다. 한 대를 더 내려와서 황장엽을 메이저에, 김정일을 나폴레옹에, 스퀼러는 장성택으로 비유해도 이야기가 된다. 어느 시대 어느 정치에서도 그러한 인물들은 존재할 것이고, 그것은 근원적인 비극이면서 동시에 '동물농장'이 가지는 현재적 의미이다. 

 

 

 

 

 조지 오웰은 2차 대전 직후 영국의 친소적 분위기 때문에 이 소설의 출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서문에 쓴 바 있다(이 서문은 후에 발견된 것으로 원 작품집에는 없다). 동물농장은 오웰의 작품 중 유일하게 유머가 가득한 작품으로 봐도 좋은데 이것은 그의 부인 아일린 오쇼네시의 영향이라고 한다. 오웰은 그녀와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하면서 동물농장을 썼고 그 결과 드물게 대중친화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아일린의 죽음 이후에 쓴 장편소설 <1984>는 동물농장에 비해 훨씬 묵시록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있다.  

 이 소설은 평등을 실현코자 세워진 동물들의 나라가 어떻게 그 이상을 배반하게 되는가를 그려 보인 풍화우화(風化寓話)다. 작품 속의 동물들은 인간 농장주를 내쫓고 동물들이 주인이 되는 새 농장을 건설한다. 이 혁명적 동물들에게 인간이라는 동물은 다른 동물들이 절대로 모방해서는 안 되는 악과 타락의 표본이다. 동물들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구호를 만들어 인간의, 그리고 인간이 만든 모든 불평등 제도의 사악성을 경계한다. 동물농장의 정치 원칙과 목표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원칙은 변질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에 결정적 단서가 하나 추가된다. ",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라는 단서 조항이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 평등 사회의 약속은 배반된다. 이 배반은 권력을 잡은 돼지 계급의 타락에 연유한다. 동물농장을 지배하게 되는 돼지 집단은 처음부터 불평등을 추구하는 특권세력으로 나선 것은 아니라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전체주의적 특권계급으로 변모한다. 한 집단의 계급적 특권화, 이것이 오웰이 그려 보인 정치권력의 타락이다.

 1944년에 쓰인 「동물농장」의 당대적 풍자 대상은 스탈린 독재 체제였기 때문에, 이 작품은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실제 패망이 발생하기 50년 전에 이미 그 체제의 실패를 예고한 정확하고 신랄한 비판적 전망을 예고한 셈이다.  1

 

 

  1. 도정일 저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51쪽에서 인용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