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장편소설 『부활(Voskresenie)』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Tolstoi.Lev Nikolaevich, 1828 ∼ 1910)의 장편소설로 1898∼1899년 즈음에 발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활」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와 더불어 그의 3대 작품 중 하나며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그의 친구이자 저명한 법률가인 코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며, 당초에는 <코니의 수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좀 엉뚱한 데가 있다. 1882년 톨스토이가 모스크바 빈민굴을 시찰한 후 사회조직의 결함에 깊이 생각이 미치자, 그의 사상적 번민은 종교적ㆍ윤리적 문제에서 사회제도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러시아 정교회에 속하지 않는 성령부정파교도(聖靈否定派敎徒)와 친교가 있어 4,000명에 달하는 이 교도들을 미국에 이주시키기 위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쓴 소설이 바로 이 「부활」이다.
예술적으로 원숙하고 완벽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당시의 사회조직이나 법률의 허점을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이 작품에서 그리스 정교를 비판한 것이 원인이 되어, 톨스토이는 1901년 교회 종무부로부터 파문당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봄날, 카츄사는 여자 감방에서 재판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18세 소녀시절에 네플류도프에게 처녀를 상실하였다. 카츄사는 네플류도프의 아이를 배게 되었으나 그는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 카츄샤는 여러 번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나 태어날 아기를 위해 목숨을 지탱하였다. 그러나 아이는 곧 죽었고 카츄사는 창녀(娼女)가 되었다.
한편, 네플류도프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카츄사의 순결을 범한 그 안개가 짙게 깔리고 눈이 녹던 날 밤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기묘하게도 이제 그는 카츄사가 저지른 사건의 배심원이 되어 재판정에서 다시 그녀와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카츄사는 시베리아의 부유한 상인을 독살하여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되어 있는 터였다. 네플류도프가 보기에 카츄사의 무죄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으나, 그는 유죄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박하고 그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곧 나와 그녀와의 관계를 알게 될 테지.’
하는 우려감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배심원들은 카츄사에게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내렸지만, 절차상 갖추어야 할 서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관은 그녀에게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하였다. 그 결과를 보고 네플루도프는 깜짝 놀랐다. 그는 그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몸을 떨었고, 그녀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카츄사에게 갱생의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속죄하려 했고, 자신의 허위에 찬 생활을 바로잡으려는 각오를 했다.
그날 이후로 네플류도프는 ‘영혼의 대청소’에 착수했다. 그때까지 지속되어 오던 유부녀와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청산하고, 나아가 결혼 상대로 여겼던 코르차긴 집안의 딸 미시와도 인연을 끊는 한편, 토지를 사유(私有) 하기 위해 그동안 저질러 온 부정한 행위도 중단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카츄사에 대한 자기 죄가 사라졌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는 감옥으로 가 카츄사에게 청혼했다.
그렇지만 네플류도프에 대해 카츄사가 지니고 있는 감정은 증오와 불신 뿐이었다. 원심 파기의 노력도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네플류도프의 진실한 노력과 지극한 정성은 어느덧 카츄사를 조금씩 감화시켜 그녀는 차차 내면적으로 충실한 여인으로 성숙해 갔다. 그녀는 이제 솔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회개혁 운동가인 시몬스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시몬스 또한 네플류도프에게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베리아는 눈보라에 갇혀 있었다. 네플류도프는 어느 날 황제의 특별 사면이 카츄사에게 내렸다는 기쁜 소식을 받게 되었다. 그는 기쁨에 넘쳐 카츄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특사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시몬스와 더불어 유형생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었다. 네플류도프는 이미 카츄사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이 슬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은 카츄사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사명감으로 밤을 꼬박 새운 네플류도프에게는 이제 다시 새 생활이 다가온다.
이 소설은 인물의 묘사, 심리 해부가 절묘하고, 허위와 죄악에 가득 찬 당시 사회의 병독, 사회조직의 결함에 대한 준열한 비판정신이 넘쳐 있어, 작가의 모든 사상을 드러내 보이는 명작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양심과 사랑의 고귀함을 그리면서 옛 러시아 농촌 지주의 행패를 비판한 내용이다. 이 소설의 이름 ‘부활’은 ‘네플류도프‘ 영혼의 부활을 뜻한다. 그리고 몇 안 되는 지주들이 토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농민들이 피땀 흘려 지은 곡식을 독차지하던 당시의 폐단을 비판한 소설이기도 하다.
네플류도프는 이런 의식에 가장 먼저 눈뜬 귀족출신 청년이었다. 그는 대학에 있을 때 대지주 제도를 비판하는 논문을 쓰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톨스토이의 작품을 두루 읽으면 ”여러 가지 인생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라고 했다. 인간의 허영심, 어리석음, 질투, 가족관계를 다룬 이 작품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농노 수백 명을 거느린 귀족 출신으로 젊은 백작 시절 방탕하고 폭력적이었다. 그는 “전쟁에서 살생하고, 사람을 죽이려고 결투를 신청했다”며 “농노들을 부려먹고, 처벌하고, 사람을 속이면서 10년을 살았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는 타락한 삶을 그만두고, 귀족이란 배경도 멀리해 친구들이 놀랄 정도로 정신을 차렸다.
♣
카츄사 마슬로바는 집시와 농촌 처녀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이다. 3세 때 어머니의 죽음으로 부유한 여인 밑에서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다. 그녀는 저택에서 하녀이지만 수양딸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카챠(비칭)라든가 카체니카(애칭)가 아닌 중간 성격을 지닌 ‘카츄사’로 불려졌다. 16세에 네플류도프를 만났을 때 카츄사는 까만 눈을 가진 순진하고 생기 있는 소녀였다. 3년 뒤에 그와 재회했을 때 여전히 청순한 모습이었으며, 얼핏 사팔뜨기로 보이는 검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버릇도 변함이 없었다.
카츄사 마슬로바는 소녀의 순정으로 네플류도프를 사모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녀의 육체만을 범하고는 떠나버렸다. 그러나 매춘부로 타락한 뒤에도 카츄사의 영혼은 맑고 아름다웠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의 죄를 뉘우치는 네플류도프를 용서해 주며, 그녀의 다시 태어난 삶에 의해 네플류도프도 참다운 인간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는 한 귀족과 창녀가 정신적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통해, 당대 러시아의 정치, 경제, 법률, 종교 등에서 일어나는 불합리성에 예리한 비판을 가한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근본으로 하는 자신의 사상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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