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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J. 웹스터 장편소설『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

by 언덕에서 2014. 12. 26.

 

 

J. 웹스터 장편소설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

 

 

미국 소설가 J.웹스터1(Jean Webster.1876∼1916)의 아동문학 작품으로 1912년 출판되었다. 원명은 ‘다리긴 거미’의 일종으로서 주디 지루셔가 보호자인 평의원에게 붙인 별명이다. 주인공 주디가 자신의 후원자의 뒷모습 그림자만 보고서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다면서 지어준 별명인데 실제로 이 이름은 장님거미, 각다귀, 유령거미, 꾸정모기 등 다리가 긴 벌레를 통틀어 부르는 속칭이기도 하다. 작중에서도 주디가 방학 때 농장에서 지내던 무렵, 종이 위에 이런 벌레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엔 잡으려고 했지만 아저씨가 생각나 그냥 쫓아보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고아에 대한 깊은 동정과 주인공의 쾌활한 성격 창조로 생겨나는 기지와 유머로 지금도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고아 주디 지루셔는 고아원 평의원에게 문재를 인정받아 대학에 진학하여 타고난 재능을 더욱 연마, 명랑하고 적극적인 여성으로 변모해 간다. 이야기는 그의 대학생활 4년간을 이름도 모르는 평의원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전개해 가는 독특한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톡톡 튀는 편지 형식의 글들에 읽는 재미를 더해 주는 것은 진 웹스터가 직접 곁들인 그림들이다. 주인공 주디가 실제로 그렸을 법한 그림들은 투박한 듯하면서도 당장이라도 책 밖으로 튀어 나올 듯한 생동감이 있다.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1부 '우울한 수요일'은 고아원에서의 생활을 담고 있고 2부 '키다리 아저씨 스미스 씨에게 보낸 제루샤 애벗 양의 편지들'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학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 주인공이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에게 일상을 담아 보낸 편지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고아원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디가 주인공이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걱정 없이 뛰놀며 한창 공부할 나이에 주디는 어린 동생들의 코나 닦아주고 독살스러운 원장의 구박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디에게도 어느 날 행운이 찾아온다.

 고아원을 후원하는 낯선 신사가 주디를 대학에 보내 주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직접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저녁 햇살을 받아 벽에 기다란 그림자만 던지고 떠난 그분을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른다. 원장 선생님은 방금 나간 후원자의 도움으로 쥬디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후원자가 자신에게 매달 편지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해준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후원자를 ‘키다리 아저씨’라 부르며 쥬디는 편지를 잊지 않고 보내는데, 어느 날 친구 줄리아의 삼촌인 저비스 씨를 만나게 된다.

 쥬디는 저비스씨와 친하게 지내며 점점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걸 느끼며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그것을 적는다.  마침내 대학에 입학한 주디는 공부도 마음껏 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즐겁게 지낸다. 하지만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더해만 가고, 그러던 중 주디는 친구의 삼촌인 저비스 펜들터과 가까워진다.

 키다리아저씨가 위독하다는 내용의 편지에 쥬디는 처음으로 후원자를 만나러 저택으로 향한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은 저비스 씨이며, 그때 쥬디는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가 저비스 씨임을 깨닫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한다.

 

미국 소설가 J.웹스터 ( Jean Webster.1876∼1916 )

 

 

 가슴 떨리는 첫사랑의 기억, 아련한 옛사랑을 추억하게 하는 작품으로,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한 고아 소녀 주디가 자선가의 후원으로 꿈과 사랑을 실현해가는 과정을 편지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진 웹스터는 신데렐라와 같은 꿈을 꾸는 단순한 소녀소설을 넘어서서 사회의 모순과 종교의 독선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손길을 호소하는 진보적인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출판되자 미국에서는 고아들에 대한 자선사업이 활발해졌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 소설이 계속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는 사회 개혁에 대한 주장보다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구성과 발랄하고 유머에 찬 문체로 표현된 믿음과 사랑과 희망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그 짜임새 있는 구조와 산뜻한 묘사로 우리에게 읽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게 해 준다. 고아원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디의 모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가르쳐 준다.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소재지만 굴하지 않는 주인공 주디의 건강한 재치와 유머감각은 이를 무색케 한다. 그와 더불어 '키다리 아저씨'가 과연 누구일가 하는 묘한 궁금증과 주디의 파란만장한 캠퍼스 생활과 나란히 전개되는 저비 도련님과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는 아동은 물론 성인이 된 우리를 눈 깜짝할 새에 작품에 푹 빠지게 한다.

 

 

 작가 진 웹스터는 어머니가 <톰 소여의 모험> 등 수많은 수작들을 남긴 마크 트웨인의 조카로 알려져 있다. 또 아버지는 출판업자로 마크 트웨인의 작품들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웹스터는 대학시절부터 글쓰기를 해 왔다.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웹스터는 대학 생활의 일환으로 고아원 등의 시설을 자원봉사자로서 방문했는데 이는 훗날 <키다리 아저씨>를 집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요절한 웹스터는 남긴 작품이 여러 편 되지만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기억되며 수많은 소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은 <키다리 아저씨>이다.  

 미국의 기부문화는 잘 알려져 있고 세계 일류가 된 숨은 저력이다. 기부 활성화를 기리는 사회적 분위기 못지않게 세제와 기업경영의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가령 손비처리는 기본이고 기부금에도 세금을 매기는 우리와는 대조적임은 물론이다. 공익형 기부재단에 대한 지배는 변형된 형태의 상속이라는 측면도 있을 테지만 미국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얼굴 없는 천사’ 키다리 아저씨의 뒤를 이어 또 다른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3일 익명의 60대 남성이 1억2500만원을 기부했다고 24일 밝혔다. 그는 2012년 1월에도 1억원을, 같은 해 12월에도 1억2300만원을 기부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도 1억2400만원을 기부했다. 지금까지 4억7300만원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3년간 수억원을 기부하면서도 자신이 드러내지 않았다. 11년 동안 익명으로 4억원 상당의 쌀을 기부했던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 초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또 다른 키다리 아저씨가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소중한 성금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국민일보 2014. 12/24>

 

빈익빈 부익부 경제 양극화 속에서도 우리 사회에 숨은 '키다리아저씨' 많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나마 남아 있는 희망이다. 그분들을 살아있는 성인으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역경을 극복한 기부자들이 온갖 복지·공익재단 대신 대학으로 향하는 것도 한국적 기부의 모습인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요즘은 재능기부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져 지갑을 나누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도 줄었다. 전문화 사회에서는 자기 일에 어떤 하자도 내지 않는 것, 성실 납세가 최고의 기부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키다리아저씨 캠페인>이 해마다 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키다리아저씨 캠페인'은 동화책에서 키다리 아저씨가 주인공 주디의 꿈을 위해 익명의 후원자가 됐듯 현실세상에서 키다리아저씨가 돼 아이들을 후원하는 캠페인이다. 해마다 연말이 오면 전주의 모 동사무소 앞에 거액을 갖다 놓고 가는 어르신, 추석이 오면 대구의 복지재단에다 익명을 요구하며 한 해도 빠짐없이 거금을 쾌척하는 분이 있어 그들을 롤모델로 하여 각 사회 단체에서 벌이는 캠페인이다. 키다리 아저씨의 작은 손길 하나가 주디에게 큰 희망이 되었듯이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보인다.

 

 

 

 

 

  1. 웹스터는 뉴욕 주 빙엄턴에 있는 레이디 제인 그레이 스쿨에 다니는 동안 '진'(Jean)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01년 그녀는 뉴욕 포킵시에 있는 배사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시절 그녀는 시인 애들레이드 크랩시와 동급생이자 가까운 친구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진 마크 트웨인의 조카의 딸이었던 웹스터는 일찍부터 글쓰기에 흥미를 보였다. 대학시절 그녀는 잡지 〈포킵시 선데이 커리어 Poughkeepsie Sunday Courier〉에 매주 칼럼을 기고함과 동시에 자신의 첫 단편집 〈패티, 대학에 가다 When Patty Went to College〉(1903)에 실을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웹스터는 곧이어 〈보리공주 The Wheat Princess〉(1905), 〈제리 주니어 Jerry, Junior〉(1907)를 연달아 발표했다. 이 2권의 책은 장기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4개의 연못 미스테리 The Four Pools Mystery〉(1908)는 익명으로 출판했다. 〈피터에 관한 소동 Much Ado About Peter〉(1909)과 〈말괄량이 패티 Just Patty〉(1911)는 크랩시를 모델로 했던 그녀의 첫 번째 소설 속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 독자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았던 〈키다리 아저씨〉(1912)를 발표했다. 미국의 여성 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 Ladies' Home Journal〉에 연재되었던 〈키다리 아저씨〉가 단행본으로 출판되자 곧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소설은 웹스터가 각색을 맡아 1914년에 연극으로 공연되어 성공을 거두었고, 1919년에는 메리 픽퍼드가 출연하는 무성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성공을 거둔 하나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고아들에 대한 제도적인 처우 개선을 하는 데도 자극제가 되었다. 1914년에 웹스터는 〈키다리 아저씨〉의 속편이자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가 된 〈키다리 아저씨 그 후의 이야기 Dear Enemy〉를 발표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