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슨 매컬러스 장편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The Heart is a Lonely Hunter)』
미국 소설가 카슨 매컬러스1(Carson McCullers, 1917 ~ 1967)의 첫 장편소설로 작가가 23세에 쓴 이 작품은 1940년 미국에서 출간될 당시 천재작가의 출현이라는 평을 받으며 독자와 평단 모두에게서 호응을 얻었다. 미국 남부의 작은 카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책은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는 다섯 사람의 모습을 부드럽고 세밀하게 그려냈다. 1930년대 미국 남부의 한 마을에 있는 ‘뉴욕카페’를 배경으로 암울한 현실에서 탈출을 꿈꾸는 외로운 영혼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1960년대 영화로도 제작돼 인기를 누렸다.
이 소설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미국 인기 토크쇼 프로그램인 오프라 윈프리쇼 ‘북클럽’ 코너에 선정·소개되면서다. 독자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외로운 인간군상에 새로운 감동을 느끼며 60여년 전 출판된 책을 다시 읽게되었다. 한국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슬픈 카페의 노래’도 처음 번역·출간돼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자식도 없이 아내와 함께 정체된 삶을 살아가는 카페 주인 비프 브랜넌, 사회주의를 꿈꾸는 급진주의자 블라운트, 말이 안 통하는 가족 사이에서 음악을 꿈꾸며 자기만의 세계를 키워가는 소녀 믹 켈리, 흑인의 인권이 존중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흑인의사 닥터 코펄랜드 등의 중심 등장인물들은 절망적이고 암울한 자신의 삶 속에서 평안과 위로를 얻길 바란다. 이들에게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존 싱어는 각자의 소망과 열정을 진심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 남부 오지 한가운데의 작은 소도시. 이곳에 살고 있는 존 싱어와 안토나풀로스는 둘 다 벙어리에 귀머거리로 서로가 유일한 친구다. 호리호리하고 단정한 체격의 존 싱어와 뚱뚱하고 지능이 다소 모자란 안토나풀로스는 늘 팔짱을 끼고 함께 다닌다. 싱어는 친구를 향해 언제나 두 손을 빠르게 놀리며 모든 것을 말하고 싶어 하지만, 친구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오로지 먹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다 안토나풀로스는 알 수 없는 병을 앓은 뒤 정신이 더욱 온전치 못해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혼자가 된 싱어는 24시간 문을 여는 마을의 허름한 식당 ‘뉴욕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몇 시간이고 조용히 앉아만 있는 그의 주변으로 몇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비밀로 인해 부인과 소원한 생활을 하는 카페 주인 비프 브래넌, 사회주의를 꿈꾸는 떠돌이 급진주의자 제이크 블런트, 가난한 환경에서도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려는 톰보이 소녀 믹 켈리, 흑인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는 흑인 의사 코플랜드, 이들은 서서히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싱어에게 자신의 깊은 이야기들을 털어놓게 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싱어만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말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공격하고 '진실'을 알리려는 블런트는, 말로만 계속해서 자신의 '진실'을 말하지만 결국 패싸움에 끼어들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의 아들로 대변되는 당시 흑인의 상황은 거의 절망적이다. 흑인 의사로서 흑인들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코펠랜드는 가족들과 고립되어 열성적으로 흑인들을 지도하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뉴욕카페'의 주인인 비프 브랜넌은 아내를 잃고 혼자 살면서 제3의 관찰자로서 또는 후원자로서 자신의 손님들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자신은 언제나 외롭다. 싱어는 병원에 간 파트너를 그리워하고 면회를 가서 그와 지내는 것을 자신의 삶에 가장 우선하지만 실제로 그의 파트너는 이기적이고 무례하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은 아니다.
혼자인 것이 외로운 싱어는 쉴 새 없이 말하는 이들의 입술을 열심히 읽으며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한다고 믿는 친구 안토나풀로스만이 있을 뿐이다. 파트너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싱어는 권총으로 자살한다. 병원으로 친구를 면회 간 싱어는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절망에 빠진다. 소설은 싱어의 죽음 후 1개월 뒤 다른 사람의 생활을 나열하는 것으로 끝난다.
1940년 출간 당시 프랑스의 문호 앙드레 지드2가 “미국의 기적”이라 극찬했던 카슨 매컬러스의 첫 장편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은 매컬러스가 불과 스물셋의 나이에 발표한 이 작품으로 “천재 소녀 작가의 탄생” “도스토옙스키에 비견될 만한 깊이” 등의 찬사를 받으며 그해 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가 수여하는 메리트 상을 수상했고, 데뷔작으로는 드물게 유럽 각지에 번역 소개되었다.
10대에 류머티즘을 시작으로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앓아 29세 때부터 휠체어를 타야 했던 저자는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섬세하고 뛰어난 작품을 다수 남겼다. 십대 시절 근육이 굳는 질병을 앓기 시작한 뒤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차례의 뇌졸중과 흉막염, 유방암 등 고통스러운 병마와 끊임없이 싸우며 늘 죽음을 직면한 채 살아야 했던 매컬러스는 누구보다 성숙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인간 내면에 자리한 고독과 절망을 응시해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형성했다. 윌리엄 포크너3, 테네시 윌리엄스4와 함께 미국 남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카슨 매컬러스의 명성에 걸맞은, 절망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독창적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는 경이로운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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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소도시의 허름한 식당 ‘뉴욕 카페’를 배경으로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는 다섯 사람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 현대인들의 고독과 소외를 다룬 미국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이 작품은, 1940년 처음 발표된 이래 여러 차례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2004년에는 오프라 북클럽 도서로 선정되면서 출간 60여 년 만에 다시 한 번 베스트셀러에 올라 그 저력을 과시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되는 게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벙어리 존 싱어는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친구 안토나풀로스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나누어 주다가 친구가 죽자 외로움을 느끼고 자살을 하는 인물이다. 반면에 존 싱어 주위의 사람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 존 싱어만이 자신들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라고 믿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존 싱어의 모습을 재창조한다. 하지만 이들이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존 싱어는 벙어리이므로 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욕망이며 자신들의 고립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일인 것이다.
자식도 없이 24시간 카페를 아내와 맞교대 식으로 운영하는 비프 브랜넌, 사회주의를 꿈꾸는 급진주의자 블라운트, 말이 통하지 않는 가족 사이에서 음악을 꿈꾸는 소녀 믹, 흑인이 존중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려는 흑인의사 코펠랜드…. 답답하고 적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은 카페 단골손님으로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인 존 싱어에게 무엇이 자기 영혼을 고독하게 만드는지 털어놓으며 위안 받으려 한다.
이 소설은 제목처럼 모두들 외롭지만 그래도 끝까지 무언가를 사냥하는 사람들의 실패와 그 다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스물셋의 나이에 인생을 수없이 되풀이해서 산 사람처럼 작가는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매컬러스의 모든 작품 저변에는 그녀의 개인적인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고독ㆍ고립ㆍ소외의 감정이 끊임없이 흐른다. 작품의 등장인물이 그러하듯, 카슨은 사랑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사랑받는 존재는 될 수 없다. 카슨의 작품에 나타난 신체적 기형은 대체로, 사랑을 느끼고 자신의 사랑을 남에게 주지만 되돌려 받지 못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매컬러스가 창조한 세계에는 착각에 빠진 상처 입은 사람들이 수없이 나온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사랑을 상대에게 덧없이 쏟아 부으며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고자 애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행위가 조금도 이상하다고 보지 않았다. 카슨에게 그들이 사는 세계는 보통 세계와 반대되는 세계, 즉 정상인 것이 정상이 아니며, 의미와 목적은 물론 힘도 없는 소외된 세계였다.
- Carson McCullers1917년 미국 조지아 주에서 태어났고, 1936년 피아노 신동의 사춘기적 심리를 그린 자전적인 소설 「천재」로 문단에 데뷔하였다. 1940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으로 천재작가의 출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열다섯 살에 열병을 앓은 이후 수차례 뇌졸중으로 쓰러져 서른 살 무렵에는 걷기조차 힘들었던 그녀는 ‘내게 있어 창작이란 신을 찾는 길’이고 ‘쓸 수 없다면 살고 싶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늘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남부가 낳은 가장 위대한 산문작가라는 평을 들은 그녀의 소설들은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져 성공을 거두기도 했었다. 저서로는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금빛 눈의 그림자』『고딕 소녀』『슬픈 카페의 노래』『바늘 없는 시계』등이 있다. [본문으로]
- 1869년 파리 법과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루앙의 유복한 사업가 집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격정적인 성격에 몸이 허약했던 지드는 열한 살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어머니와 외사촌 누이 등 여자들에 에워싸인 채 엄격한 청교도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동안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 『앙드레 발테르의 수기』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 1893년 북아프리카 여행 중 결핵으로 신음하다가 회복되면서 처음으로 삶의 희열과 동성애에 눈을 뜨고, 마침내 모든 도덕적 · 종교적 구속에서 해방되어 돌아온다. 『지상의 양식』은 시, 일기, 여행 기록, 허구적인 대화 등 다양한 장르가 통합된 형식으로, 이때의 해방감과 생명의 전율을 노래한 작품이다. 1909년 친구들과 함께 문예지 《N.R.F.》를 창간하면서 그의 엄격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은 20세기 전반기 프랑스 문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14년에 주인공 라프카디오의 무상행위로 유명한 『교황청의 지하도』를, 1919년에는 『전원 교향곡』을 발표하고, 1920년대 초에는 과거, 도덕적 구속, 전통적 예술로부터 3중의 해방을 구가하며 『한 알의 밀알이 죽지 않으면』, 『코리동』, 『위폐 제조자들』을 연달... 아 발표했다. 한편 『콩고 기행』을 통해서 식민주의를 고발하고, 『소련 기행』을 통해서 공산주의가 주는 매혹과 환멸을 표현하기도 했다. 1938년 아내가 사망한 후 일생 동안 꾸준히 써온 여러 권의 『일기』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194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51년 파리의 자택에서 폐 충혈로 사망했다. [본문으로]
- 윌리엄 포크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존 더스패서스 등과 함께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동시에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서구의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세기 후반 태동해 1920년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모더니즘은 1차대전을 목도하며 “서구 문명의 도덕적 기반과 영속성”에 회의했고, 작가들은 달라진 세계와 가치관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서술의 연속성을 해체하고 인물 묘사의 전범에서 이탈했으며 전통적인 서술의 구문과 통일성을 무시”하는 실험적 기법을 도입한다. 포크너 역시 ‘색다른 서술 양식’과 ‘의식의 흐름’을 접목시키고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이어나가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학 형식을 시도했고, 1929년 모더니즘 소설의 금자탑으로 평가받는 『소리와 분노』를 발표함으로써 20세기 현대문학의 지형을 뒤흔들어놓는다. [본문으로]
- 1911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외조부의 목사관에서 평온하게 생활하다 도시로 이주하면서 도시 빈민가 생활에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 독서와 글쓰기를 도피처로 삼게 되었다. 1935년에 소극 『카이로, 상하이, 봄베이』라는 작품을 완성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깨달은 윌리엄스는 아이오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1939년에 자신의 이름을 '테네시 주'에서 따와 테네시 윌리엄스로 개명한다. 1944년에 발표한 『유리 동물원』이 성공을 거두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이 작품으로 뉴욕 극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 다음 작품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가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유진 오닐 이후 최고의 미국 극작가라 불리게 된다. 1955년에 발표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역시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 밖에 『장미 문신』(1951), 『카미노 레알』(1953), 『우유 기차는 이제 여기 멈추지 않는다』(1963), 『비유 카레』(1977), 『여름 호텔을 위한 의상』(1980) 등 많은 희곡을 발표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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