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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염상섭 장편소설 『삼대』

by 언덕에서 2015. 1. 2.

 

 

 

염상섭 장편소설 『삼대』

 

 

 

 

염상섭(廉想涉, 1897∼1963)의 대표적 장편소설로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2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우리나라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선구적 작품으로 꼽힌다. 제목 그대로 한 집안에 공존하는 삼대(三代: 가장인 조의관, 그의 아들 조상훈, 그리고 손자 조덕기)를 중심으로 당시의 시대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염상섭(1897 ~ 1963)은 이광수, 김동인과 함께 한국 근대 소설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 작가이다. 그는 <표본실의 청개구리>, <만세전>등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자연주의 내지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을 남겼다. 문학 평론가 염무웅은 등장인물들을 분석하면서 <삼대>는 염상섭의 대표작일뿐더러, 한국 신문학이 소설적 방법으로 도달한 가장 높은 수준의 하나라고 평했다. 당대 한국 사회의 핵심적 문제를 건드리면서 인물의 조형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는데, 몇 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 있어서도 <삼대>의 성과를 넘어서는 사회소설은 찾기 힘들다고 높이 보았다.

『삼대』는 조씨 집안의 3대가 벌이는 문화적 충돌과 사회적인 병화의 일제에 대한 저항, 남녀간의 애정, 재산 상속 등 의 사건으로 복잡하게 전개되는 장편소설이다. 삼대는 봉건시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도기적 시대상을 표현한 문학이다. 작가는 그런 갈등을 삼대에 걸친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라는 인물들로 표현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만석꾼1 조의관은 봉건적 관념과 허욕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그는 개화사상과 기독교에 빠져있는 아들 조상훈과 별거하고, 며느리보다 더 젊은 수원댁을 얻어 산다. 한편 상훈은 신문물을 받아들여 교회의 장로 노릇을 하면서도 술집 출입을 하며 독립투사의 딸이자 아들 덕기의 동창인 홍경애와 유치원 교사인 김의경을 첩으로 얻기까지 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래서 조의관은 아들보다 손자 덕기를 더 믿는 편이다.

 그러던 중 조의관이 낙상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재산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갈등이 노골화된다, 수원댁은 조의관의 재산을 노리고 덕기와 상훈에 대해 험담을 한다. 결국 조의관은 원인 모를 병으로 죽어가고 손자에게 집안 살림을 맡긴다. 덕기는 봉건적 의식의 소유자인 조부와 이를 거부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많은 정신적 갈등을 경험한다.

 한편, 덕기는 사회주의자인 친구 병화의 소개로 필순을 알게 되고 병화와 필순을 돕고자 하나 집안은 몰락하고, 사회는 3.1운동의 실패로 혼란에 빠진다. 결국, 덕기는 사회주의자 친구들을 돕지만. 그들이 경찰에 잡힘으로써 자신도 검거된다. 뿐만 아니라 조부의 독살설과 관련해 여러 사람이 검거된다.

 상훈은 집안 살림을 욕심내어 덕기가 수감된 사이 금고를 털고 유서를 변조하다가 검거된다. 그리고 덕기도 병화에게 자금을 대주었다는 혐의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훈은 비밀 유지를 위해 코카인으로 음독 자살을 시도한다. 상훈의 자살시도로 갑자기 조사가 미궁에 빠지자 연행되거나 검거되었던 사람들은 다 풀려 나오게 된다. 가짜 형사를 등장시켜 금고와 문서를 훔쳐냈던 상훈도 결국 훈방 조치로 풀려난다. 수원댁이 조부의 독살범으로 밝혀지고 덕기는 오해가 풀려 석방된다. 덕기는 아버지와 다른 식구들의 잘못을 무마하고 필순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혁명가인 필순의 아버지가 테러를 당하여 사경을 헤매다 덕기에게 딸을 부탁하고 죽는다. 

 덕기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느끼면서 이제 자신의 어깨 위에 내려얹힌 조씨 가문의 유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망연해한다. 

 

 

 

 한국 신문학사를 통해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삼대』는 3ㆍ1운동 전후의 일제 강점기의 혼란하고 암담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가족사이다. 식민지하에서의 한 집안의 몰락과정, 의식의 변화, 지식 청년들의 고뇌 등 인간의 심리묘사를 사실적인 수법으로 쓴 대작이다.

 '문학사상으로서의 자연주의와 표현수법으로서의 사실주의의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진정한 문학은 수립되지 않는다'는 문학론을 펴기도 했던 염상섭의 작품 경향은 초기의 자연주의에서 출발하여 사실주의로 시종일관한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러한 작품 경향은 사실주의 전형의 인물 설정과 객관성을 띤 내용, 그리고 경험을 기초로 한 점에서 더욱 분명해지는데 특히 대표작 <삼대>에서는 참된 리얼리스트의 경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삼대』는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같은 염상섭의 초기 작품들과 많은 차이를 보여 준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3ㆍ1운동 전후의 식민지 지식인이 보여 주었던 불안 의식을 다루고 있어 다분히 관념적이다. 이에 비해 『삼대』는 관념성을 벗어 던지고, 염상섭이 또 다른 작품 <만세전>에서 보여 준 객관적 관찰자의 시선을 통해 현실을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삼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하여 식민지 시대의 사회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조의관-상훈-덕기로 이어지는 세대간의 갈등과 돈, 이념, 애정 등에 얽힌 인물들 간의 갈등을 통해 당시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이행하고 있던 조선의 사회적 변천 상황과 정신사의 이면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삼대』의 비극은 만석꾼 조의관이 자신의 욕망을 다음 세대에까지 존속시키고 강요하고 집착한 데 있다. 요즘에도 부모의 가치관을 자녀세대에게 강요하는 일이 많다. 특히 가장 심각한 현상은 과열된 교육열이다. 이것은 『삼대』의 조의관이 보였던 집착과 같은 색깔이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욕망을 추종하게 된 아이들은 학업 부담을 안고 끝도 없는 경쟁에 노출된다. 요즘 중2병이나 사춘기가 심한 것도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고 강요된 삶을 사는 학생들의 절규로 봐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서 자식이라 할지라도 특정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부모나 자녀 모두가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그 과정을 존중하며 소통해야 한다. 건강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개인들이 가족을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확대시켜 나간다면 이것이 바로 바람직한 ’삼대‘의 욕망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려보았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삼대』에 나타난 염상섭 문학이 가진 사실주의적 요소의 위대성을 알 수 있다. 근대소설의 효시라 불리는 <무정2>이 우연스러운 사건 전개나 작가의식의 직접적인 표출 등으로 인해 전근대적 요소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염상섭에 이르러서야 리얼리즘 소설의 확립을 통해 근대소설은 그 틀을 갖추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자신이 몸담고 살아갔던 시대의 ‘현재적 시간’에 충실했던 염상섭의 시대의식이 오늘날 시대와 사회로부터 도피하여 개인 속에 은신하는 현재의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의미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1. 곡식 만 섬가량을 거두어들일 만한 논밭을 가진 큰 부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본문으로]
  2. 이광수가 1917년 <매일신보>에 발표한 소설로, 신소설의 과도기적 성격을 탈피한 최초의 본격적인 현대 장편소설로 평가되는 작품 이런 평가의 근거로는 근대적 의식과 자아의 각성이 보인다는 점, 서술이 비약적이고 추상적인 데서 나아가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되었다는 점, 구어체에 접근했다는 점 등이다. 순 국문체로 126회에 걸쳐 연재되었고 연재 당시 인기도 대단하여 청춘 남녀를 중심으로 한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민족주의사상을 바탕으로 한 근대문명에 대한 동경, 신교육사상, 자유연애와 결혼, 기독교적 신앙 등으로, 결국 일체의 봉건적인 것에 대한 비판과 반항으로 새 시대의 계몽을 꾀하는 이상주의적인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신구질서가 충돌하던 격변기의 조선사회를 대변하는 다양한 인물들로, 형식은 일본 유학을 하고 온 지식인이며, 영채는 전통적 유교교육을 받은 여성으로 변화하는 입체적ㆍ유동적 인물이고, 선영은 신교육을 받았으면서도 피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수동적이고 온순한 인물이며, 병욱은 반봉건적ㆍ진취적 인물이고 영채를 변하게 하는 중개자적 인물이다. 작가는 이러한 여러 인물들을 통하여 격변기 조선 사회의 가치관의 혼란을 보여 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