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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노향림 - 마루

by 언덕에서 2007. 12. 27.
마루

마른 걸레로 거실을 닦으며 
얇게 묻은 권태와 시간을 
박박 문질러 닦으며 
미국산 수입 자작나무를 깐 
세 평의 근심 걱정을 닦으며 
지구 저쪽의 한밤중 누워 잠든 
조카딸의 잠도 소리 없이 닦아준다 
다 해진 내 영혼의 뒤켠을 
소리 없이 닦아주는 이는 
누구일까 
그런 걸레 하나쯤 
갖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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