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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삼국지의 비극 - 조식의 '칠보시(七步詩)'

by 언덕에서 2022. 10. 6.

 

삼국지의 비극 - 조식의 칠보시(七步詩)

 

 

중국 고대소설 삼국지에 후반부에 등장하는 조식의 칠보시는 해당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 (위무제) 조조가 죽고 난 후 위나라는 조조의 장남인 조비가 후계를 잇게된다. 정치인이지만 한편으로는 시인이기도 했던 조조는 글재주가 비상한 삼남 조식에게 왕위를 이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결국 장남인 조비가 왕이 되었다. 어느 정권이든 정적은 용납되지 않는다. 조비의 신하들과 측근들은  왕의 동생인 조식에게 딴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역사든 현실은 냉정하고 권력은 냉혹하여 집권자들은 라이벌을 용납하지 않는다. 신하들은 왕(조비)에게 동생(조식)을 죽일 것을 부추기고 드디어 조식은 형앞에 잡혀와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삼국지를 가장 개성있게 표현했다는 고우영 화백은 삼국지에서의 해당 장면을 아래와 같이 그리고 있다.

 

 

 조비는 문장가인 조식에게 7보를 걸으면서 시를 지으라고 명령한다. 7보 내에 시를 짖지 못하면 가짜 문장가이므로(즉, 왕위를 탐내어 문장가 행세를 했으므로)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고 차갑게 말한다. 조식이 숨도 돌리지 않고 즉각 읊어버린 명시가 아래의 글이다.

 

煮豆燃豆其(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두재부중업)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콩깍지를 태워 콩을 볶누나

콩은 가마솥 속에서 운다 !

본시 한 뿌리에서 나왔거늘

끓이고 끓고 어인 일이뇨

 

-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 중 칠보시(七步詩)

 

 삼국지에 의하면 이 글로 인하여 조비의 눈에 더운 눈물이 있어 참지 못하고 뺨으로 흘렀다고 표현되어 있다. 그는 신하들에게 말한다.

 

 자신이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아우이다... 포박한 줄을 풀어주어라... 그리고 그의 생명도 살려주어라...

 

 결과적으로 조식은 죽음앞에서 겨우 살아 났으나 직위가 강등되어 귀양길에 오른다. 그러한 이야기와 조식이 썼다고 전해지는 시를 읽으면, 아름다운 문장의 위대함으로 인해 인간의 잔인한 내면은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를 깨달을 수 있다.

 

 

 

중국 대하드라마 <삼국지>에서 조식이 '칠보시'를 읊는 장면 : 앉아 있는 이가 조비이고 우측에 서 있는 이가 조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