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철 장편소설 『고래 뱃속에서』
최수철(崔秀哲·1958∼ )의 화제작으로 1989년 [문학사상사]에서 발간한 연작 장편소설이다. 199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최수철의 화제작이다. 후기산업사회의 왜소한 개인의 삶을 추적하여 실존적 자유와 해방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색하고 있다. 전체주의적 상상력을 거부하고 무정부주의적 상상력을 구사하며, 우리 시대의 오염된 언어와 획일적 이념으로부터의 탈주를 보여 준 문제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후기산업사회의 왜소한 개인의 삶을 추적하여 실존적 자유와 해방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색하고 있다. 전체주의적 상상력을 거부하고 무정부주의적 상상력을 구사하며, 우리 시대의 오염된 언어와 획일적 이념으로부터의 탈주를 보여 준 문제의 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장 : 그는 한 낡고 오래된 여관방에서 사흘 밤 사흘 낮을 보낸다. 그러면서 그는 그 여관방이 마치 고래 뱃속 같이 밀폐되어, 닫혀 있는 공간이라고 느낀다. 며칠 동안 여관방에 자신을 유폐시키면서, 동시에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갖는다. 고래가 내뿜는 물줄기와 함께 밖으로 나가듯, 그는 충동적으로 창틀에서 뛰어내린다.
▶제2장 : 친구들 가운데 가장 늦게 취직한 그는 축하받기 위한 명목으로 오랜만에 술자리를 갖는다. 이미 직장과 가정이라는 사회적 틀에 얽매여서인지, 그의 친구들은 그를 남겨 둔 채 일찍 술집을 떠난다. 두 명의 미국인과, 그들과 일회적(一回的) 향락을 즐기기 위해 동석한 여자들, 관행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술집 상황의 억압성과 이질감을 느낀다.
▶제3장 : 우연히 사복 경찰에게 심문받은 그는 그동안의 일상생활 중 검문, 검색받은 사건들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긴다. 우리가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일상생활 속에, 그 자질구레한 일상적인 자유를 구속하는 법의 함정이 있음을 느낀다.
▶제4장 : 현역 장병들과 함께 전투단 훈련을 4박 5일간 마친 그와 예비군들은 퇴소 신고하고, 훈련 수료증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예상과 달리 내일 정오에 정식으로 퇴소 신고를 받는다는 말에 그들은 화를 내며 뿔뿔이 흩어진다. 조직 사회의 위력을 내세워 모두를 되돌아오게 하지만, 그는 무단 이탈이라는 불안감을 안고 위병소를 통과한다.
▶제5장 : 버스 안에서 만난 한 미친 남자에게 투영된 자기 내면에 대한 정신 분석을 통해 그는 결론을 얻는다. ‘집단적 광기나 동물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너‘와 ‘나’는 상황을 매개로 하여 동류화된다’는….
▶제6장 : 모든 것을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그는 자기 혼자만이 타고 있는 승강기 안에 나 혼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나’ 속에는 무수한 타인이 함께 있으며, 개인이 혼자 있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7장 :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기차의 어둠 속에서, 그는 의식과 무의식을 의인화시켜 부재(不在)한 의식의 공간 속에서 정체를 드러내는 무의식의 세계를 보며, 그것이 당하고 있는 감시와 지배를 느낀다.
▶제8장~12장 : 꿈, 상징, 예감이라고 하는, 스스로가 부가하는 의미체나 책, 신문, 전광 뉴스판 등과 같이 언어를 직접적 도구로 하는 의미체들이 현실 속에서 얼마나 우리의 행위를 지배하는가를 보여준다.
▶제13장 : 사람과 사람을 관찰하려 하던 현인이나, 그들과 함부로 흘레붙으려 했던 여인을 통해 ‘그’는 ‘나’라는 사물화된 진정한 모습을 찾아낸다.
▶제14장 : 진공 속에 들어있는 듯한 생각 속에 생활하는 그는 한 여인과의 유희적 공간을 함께 한다.
연작소설로 시작되어 하나의 장편소설을 이룬 이 작품은 사회가 닫혀 있음을 극명히 의식하여 궁극적으로 열림을 지향할 수 있는 구조적인 인식을 알고자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의 체제적 특성은, 최수철 특유의 소설 기법인 다양한 사실과 상념들의 종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분적인 사실을 전체와 관련지으면서 제1장의 ‘고래 배 속’으로부터 제14장의 ‘진공’ 상태에까지 펼쳐진 상황을 벗어나려는 역동적(力動的) 의미가 있다.
현실 사회의 상호아적 폐쇄성을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삶을 위한 새로운 개방성과 자유로움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서사구조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은 폐쇄적 공간과 그 공간 속에 들어 있는 개인의 존재를 다양한 상념들을 통해 결합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제1장의 ‘고래 뱃속’으로부터 제14장 ‘진공’상태에까지 이야기의 주인공은 주어진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이 공간은 여관방이 되기도 하고 전경들에게 내몰리는 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공간의 설정 자체가 의도적이지만, 상황의 억압성과 그 속박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이질감을 두드러지게 드러내도록 고안되는 것이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면서 개인의 존재와 그 가치를 상황적 조건에 얽어 갖가지 상념으로 풀어헤치는 특이한 서술법을 보여주고 있다.
♣
해답 불가능한 문제, 일탈적인 주제를 드물게 촘촘한 문체로 엮어내는 그의 소설은 일반적으로 읽기가 힘들다. 데뷔 때부터 작가는 글을 너무 어렵게 쓴다는, 그야말로 비판 아닌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작가도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고 한다. 독자가 읽어주어야지, 하는 쪽으로 애써 의미를 맞춰보려고도 하고, 자기 성찰적인 글쓰기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이질적이고 독자적인 소설 형식은 한국 문단에서 최수철을 중요한 작가이자 예외적인 작가로 평가받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마치 ‘고래뱃속’ 같은 후기산업사회에서 왜소해져 버린 개인의 삶을 추적한 작품으로,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찌든 언어 세계와 획일적 이념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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