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단편소설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윤후명(尹厚明, 1946~)의 단편소설로 1993년 [현대문학]지에 발표되었다. 정신병동에서 만난 한 여자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 찾기를 시도하는 내용으로 1993년 제3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윤후명은 1946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후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이 당선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알코올중독을 치료받기 위해 폐쇄 병동에 입원하여 지루하고 짜증 나는 검사를 받고 있다. 그런 어느 날 미술 요법 시간에 커다란 새 그림에 몰입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띈다.
나는 식사 시간이나 투약 시간 외에는 병실에서 나오지 않는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 하지만 의사한테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단 한 가지이다. 그녀는 비행기를 타고 북한에 가서 고위층을 만나고 왔다고 믿는 과대망상증 때문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내 앞에 나타난 그녀는 샤갈의 고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제 날아다니는 것 대신에 나무를 그리라고 말하고는 곧 후회한다. 이틀 후 퇴원하게 된 그녀에게 나는 6층 창문에서 자작나무를 바라보며 작별한다. 그녀에게 내가 해주고 싶었던 말은 하늘에 살아 있는 나무를 그리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퇴원하여 어느 정도 생활이 회복될 즈음 그녀의 전시회 초대장을 받는다. 망설이면서 전시장에 들어선 나는 그녀가 다시 입원했다는 말을 들으며 비행기만 잔뜩 그려진 그림을 보게 된다.
연애의 대상을 거울로 삼아 자기 모습을 끊임없이 반추하고 있는 자아의 이야기는「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에 등장하는 기묘한 사랑의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타자와의 만남이라는 체험이 결국 자아 찾기의 한 도정으로 전환되는 이야기는 결국 참된 사랑이란 서로가 각자의 삶의 신생을 꿈꾸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므로 소설의 결말에서 그녀가 결국 자신의 망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병동으로 들어갔음을 알게 되었을 때 화자가 보여주는 절망적인 모습은 그녀에 대한 연민이면서 동시에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모순과 실존의 부조리에 대한 절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고 냉전 질서가 해체된 시대에, 중국과 러시아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금제의 땅으로 남아 있는 북녘땅의 모습은 그와 그녀가 갇혀 있는 폐쇄 병동에 대한 묘사와 겹치면서 인간의 실존적 모색과 시대의 아픔에 대한 책임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증언하고 있다. 새로운 삶의 신생에 대한 열망을 통일을 향한 염원과 중첩하고 있는 작품의 이야기는 작가가 새로운 연대를 맞아 들려주는 인간과 세계의 진실에 대한 한 보고서이다.
♣
삶 자체가 문학에 바쳐지는 작가가 있다. 문학에 헌납된 삶, 자기 체험을 모두 문학으로 환원하는 윤후명의 소설은 그래서 철저한 자기 고백체의 양식을 띤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모순에 찬 삶과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고 그 안에서 문제의식을 찾아내면서 해답도 얻어가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입원 이유를 묻는 그녀에게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의지를 더듬거리며 말을 한다. 그는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구를 하늘(이상)을 날아다니는 나무(현실에 뿌리를 내린)로 표현한다.
그녀로 인해 의미를 갖게 되는 자작나무로 인해 나는 새로운 삶이란 ‘내가 지나쳤던 모든 사물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깨닫게 된다. 더불어 ‘내 인생의 변혁이 바깥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을 깨닫고 퇴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개안에 도움을 주었던 여인은 현실의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고 만다. 작가는 그녀를 통해 이상을 향한 삶이 현실에 뿌리내리는 일의 어려움, 척박함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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