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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헤밍웨이 단편소설 『살인자들(The Killers)』

by 언덕에서 2025. 1. 6.

 

 

 

 

헤밍웨이 단편소설 『살인자들(The Killers)』

 

미국 소설가 A.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 단편소설로 1927년에 출간된 단편집 <남자 없이 사는 여자들(Men Without Women)>에 포함되어 있다. 역자에 따라  <살인 청부업자>라는 제명으로도 소개되었다. 헤밍웨이 특유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을 통해 운명과 인간의 무력함 그리고 폭력의 부조리함을 탐구한 작품이다.

 헤밍웨이 작품을 하드 보일드( Hard Boiled) 문학이라고 한다. 그것은 비정(非情)ㆍ냉혹을 뜻하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감정 없는 냉혹한 시선으로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문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난 헤밍웨이의 단편소설로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 <흰 코끼리와 같은 언덕>, 「살인자들」 등이 있다. 이 작품은 1946년 로버트 시오드막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 <살인자들>,194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작은 마을인 서미트의 헨리가 운영하는 식당(Henry’s Lunch-Room)이 배경이다. 이곳에는 주인 조지와 주방장 샘 그리고 손님 닉 애덤스(헤밍웨이의 단골 주인공)가 있다. 어느 날 저녁, 두 명의 낯선 남자 즉, 알과 맥스가 식당에 들어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음식을 주문하지만 식사를 거의 하지 않고 조지와 샘 그리고 닉을 위협하며 식당의 분위기를 장악한다.

 알과 맥스는 자신들이 이 마을로 온 이유를 밝힌다. 그들은 전직 권투선수였던 올레 앤더슨이라는 남자를 죽이려 왔다고 말한다. 앤더슨은 보통 저녁시간마다 헨리 식당에 오곤 하는데 유독 이 날 저녁따라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알과 맥스는 식당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올레에게 오늘 일어난 사실을 알려주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식당을 떠난다.

 닉은 이 사건에 대해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는 식당 주인 조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근처의 하숙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올레 앤더슨을 찾아간다. 닉은 앤더슨에게 자신과 조지 등이 오늘 당한 내용을 알려주지만 앤더슨은 무기력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일들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며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닉은 앤더슨의 태도에 충격을 받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온다. 그는 조지와 샘에게 이 마을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다고 말하며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야기는 닉이 떠나는 장면에서 끝난다.

영화 <살인자들>,1946

 

 앤더슨이 과거에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를 작가는 밝히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않는다. 앤더슨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보통사람을 은유하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소설 속 알과 맥스의 폭력은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독자는 앤더슨이 과거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폭력의 무의미함과 부조리함을 강조한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서도 그의 '빙산 이론(Iceberg Theory)'을 활용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단순한 대화와 행동 속에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주제의 깊이를 담고 있다. 이 작가는 간결한 문장과 대화 위주의 서술로 긴장감을 극대화하여 독자가 인물의 심리를 직접 추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1920년대 미국은 금주법 시대였으며, 이로 인해 조직범죄와 폭력이 만연했다. 소설의 배경은 이러한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보이는 행동은 당시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그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닉은 헤밍웨이의 단편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자전적 캐릭터로 이 작품에서도 도덕적 행동의 중심으로 존재한다. 닉의 혼란과 충격은 독자의 정서를 대변하는데 그의 떠남은 폭력적 현실에 대한 거부를 상징한다.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살인자들」은 이후 수많은 영화, 연극, 문학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46년 로버트 시오드막 감독이 제작한 영화 <살인자들>은 이 작품을 영화화한 대표적인 예다. 단편소설 「살인자들」은 헤밍웨이의 세계관과 문학적 성취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